만상이 내마음의 그림자/현정선원

2018. 1. 1. 09:4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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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새로 알아야 할 만한 일은 없다 하시는데,

저는 더 추구해서 뭔가 알아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답]

해가 중천(中天)했는데 거기는 야반삼경이라는 말이 있소.

야반삼경이란 말은 캄캄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의미가 아니오.

환히 보이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전혀 다르지 않은 경지를 말하는 거요.

그러니 거기엔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하는 식의 따지고

궁리해서 취하고 버리고 하는 일이 전혀 없소.

이 말이 이해가 안 되거든 맑은 거울이 사물을 비출 때 어떻게 비추는가를
잘 생각해 보시오. 거울이 사물을 비출 때, 밝음이 오면 온통 밝음을 비추고,

어두움이 오면 온통 어두움을 비추지 않소?

그렇다면 때때로 밝음도 비추고 어두움도 비추는 그 거울의 성품은 밝음이요,

 어두움이요? 

그건 밝음도 아니고 어두움도 아닌 거요.

우리가 보통 쓰는 말 가운데에는 그걸 싸잡아 한 마디로 표현할 방법이 없소.

왜 그렇겠소? 한 번도 그런 경지를 깨달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소.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오.

흔히 선가(禪家)에서 밝음도 아니고 어두움도 아닌 그런 경지를 일컬어

칠(漆)같다고 하오. 그래서 말하기를, 성인의 지혜는 칠 같이 캄캄하고,

범부의 지혜는 태양 같이 밝다는 말이 있소.

범부의 지혜가 태양 같이 밝다는 말은 온갖 세상사에 대해

우굴부굴 시끄럽게 모르는 것이 없다 소리요,

성인의 지혜가 칠 같다는 말은 세상사가 우굴부굴 시끄럽든 말든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출 뿐이라 소리요.

성인의 지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따지고 계산하며 더듬는 일이 없소.

항상 그 근본은 여여해서 움직이는 일이 없으니 늘 여여부동(如如不動)이오.

그게 도량(道場)이오.

그 여여부동한 움직임 없는 근본 자리를 놓치지 말라 소리요.

그게 여러분의 본향이요,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여러분 눈에 보이는,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하는 모습들은

전부 그 맑은 거울, 영성(靈性)에 비추어진 그림자요.

그 온갖 그림자들 중에 아주 못된 놈이 하나 있소.

늘 잘 먹고, 잘 살고, 잘 나고, 잘 알려고 하는 놈. 바로 ‘나’라는 놈이오.

그런 놈은 없소. 그림자요.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허깨비 같고, 도깨비 같고, 빈, 그런 놈이라 소리요.

그런 놈이 지금 뭔가를 더 알아내야겠다고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거요.


- 현정선원 대우거사님


 

 

 
01-애증의 강
02-가시나무
03-거리에서
04-그 겨울의 찻집
05-기차와 소나무
06-길가에 앉아서
07-나 같은건 없는건가요
08-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09-나는 못난이
10-나는 홀로 있어도

11-난 바람 넌 눈물
12-난 아직 모르잖아요
13-날 개
14-내 사랑 내곁에
15-내가 만일
16-내고향 충청도
17-내마음의 보석상자
18-내이름은 구름이여
19-너를 사랑해
20-너를사랑하고도

21-너에게 난 나에게 넌
22-눈동자
23-눈이 큰아이
24-달맞이꽃
25-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사람
26-동 행
27-라구요
28-마법의 성
29-모닥불
30-모두가 사랑이예요

31-목장길 따라
32-목화밭
33-문밖에 있는 그대
34-바위섬
35-밤 배
36-별이 진다네
37-별이여 사랑이여
38-비오는 거리
39-비의 나그네
40-빗속을 둘이서

41-빗속의 여인
42-빗줄기의 리듬
43-빛과 그림자
44-사랑으로
45-사랑을 위하여
46-사랑을 잃어버린 나
47-사랑의 썰물
48-사랑의 진실
49-사랑하기 때문에
50-사랑하는 마음

 
51-사랑했어요
52-사랑했지만
53-살다보면
54-살다보면
55-상아의 노래
56-송학사
57-순애보
58-슬픈 인연
59-시인의 마을
60-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살았다는데

61-암 연
62-애 모
63-애 심
64-야화
65-약 속
66-어린 시절
67-언덕에 올라
68-여 인
69-오늘 같은 밤이면
70-오래전 그날

71-오랜 이별뒤에
72-이등병의 편지
73-이름모를 소녀
74-이미 슬픈 사랑
75-이젠 사랑할수 있어요
76-저 별과 달을
77-정녕 그대를
78-존재의 이유
79-즐거운 일요일
80-지난날

81-직녀에게
82-천상재회
83-촛 불
84-타박네
85-터질꺼예요
86-토요일 밤
87-파 도
88-편 지
89-하나의 사랑
90-하얀 나비

91-하얀 면사포
92-하얀 목련
93-해 후
94-해변으로 가요
95-행복한 사람
96-홀로가는 길
97-화가 났을까
98-후회없는 사랑
99-TO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