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그림자 業影 / 대우거사님

2018. 6. 9. 19:3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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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마음뿐이라는 사실은 이해가 가는데,

그 사실을 어떻게 해야 확실히 깨닫겠습니까?


[답]

마음뿐이라는 소리가 무슨 뜻이오? · · · · · ·

일체가 마음뿐이라는 소리는, 만법이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전부 마음에 의해 지어진 업의 그림자(業影)라는 소리요.

마음뿐인 도리를 모르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하나하나가

전부 실체요.

심지어 마음뿐인 도리에 대해 묻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렇게 마음뿐인 도리를 확실히 깨달아야 할 ‘나’도 실체고,

밝혀야 할 도리도 실체라고 여기고 있는 거요.


만법이 전부 실체로 여겨지는 순간, 거기서부터 있고 없고,

좋고 싫고, 이롭고 해롭고 등등 온갖 분별이 생기게 되는 거요.

하지만 그게 전부 실체가 아닌, 단지 제 업(業)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마음에 비친 그림자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런 분별로부터 야기되는 모든 갈등과 다툼에 휘둘릴 리도
없을뿐더러, 설사 세속법 따라 온갖 분별을 다 한다해도

전혀 그것 때문에 마음을 빼앗겨 떠내려가는 일은 없는 거요.

그게 전부 제 마음에 비친 그림자놀이라는 것을

환히 꿰뚫고 있으니 말이오.


견문각지 그 자체는 그저 거울이 사물을 비추듯 비추어낼 뿐인데,

거기에 업―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끼어들면,

비추어진 그림자가 왜곡되고 색깔이 입혀지게 되는 거요.

이 말은 그렇기 때문에 그 그림자를 전부 무시하고 털어버리라는

소리가 아니고, 업대로 지금처럼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다 하면서도 그게 전부 내 한마음에 비추어진 업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라는 소리요.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참된 하나는 바로 원만하게 드러나게 되니,

아무리 두 법 사이에서 이러쿵저러쿵 옥신각신 해도

일찍이 그 누구도 그 본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거요.

그 본래 마음자리를 어둡히지 말아야 하오.

항상 그 본래 자리에서 비추는 사람은

좋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부자건 가난뱅이건, 깨달았건 미혹했건,

모든 차별상이 참된 하나로 녹아나오.

거기엔 아무리 작은 법도 빠뜨리는 법이 없으니, 그 어떤 것도

마음에 의지하지 않고 저 혼자 나는 법은 없기 때문이오.


- 현정선원 대우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