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진공묘유|******@불교의우주론@

2018. 9. 2. 12:56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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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진공묘유(眞空妙有)

- 풍랑 일어도 바다의 성품은 변하지 않아 -
- ‘공은 색포함한 근원자리’ 양자역학 밝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즉 무(無)란 무엇인가? 우리는 보통 무(無)를 존재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 내용으로부터 추상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쟁반 위에 사과가 몇 개 있다가 다 먹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듯이, 존재가 정의되고 나서 가능해지는 무이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 혹은 무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공은 존재를 무화시킴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근원자리이기 때문이다.

현대물리학이 다루는 세계가 고전물리학이 다루는 세계를 포함하듯, 공의 세계가 색의 세계를 포함한다는 말을 하였으며, 30억년에 결쳐 형성된 무명으로 싸인 세계인식이 불법을 만나 확장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여기서 공의 세계가 색의 세계를 포함한다는 것은 무를 존재에 의하여 정의하고자 하는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공이 색을 포함하고도 남을 수 있는가?이 문제와 연관하여 지난 번에는 디랙의 상대론적 양자 역학의 세계상 즉 현대물리학의 진공 개념을 물고기의 예를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비유는 물리학의 진공개념을 거의 왜곡시키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현대물리학이 파악하고 있는 진공이란 허무단명의 공이 아니고 묘유(妙有)하는 공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이다. 물고기의 비유는 현대물리학과 연관되는 것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그와 유사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선 0이라는 수를 살펴보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수로 나타내면 0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하여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한다면 빌려온 돈과 투자한 돈이 서로 상쇄되어 자산은 변함없이 0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게 된다. 오히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가능할 수도 있다. 사실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플러스궦뗌犬駕봉 자유 뿐만 아니라 무한한 정신적 자유마저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소유의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닷물과 파도의 비유이다. 바닷물이 잔잔하여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다면 이는 공의 상태에 해당된다. 그 바다에 바람이 불어 풍랑이 일게 된다면 풍랑이라는 색이 나타나게 된다. 고요한 바다에 바람이라는 에너지가 들어가서 풍랑이라는 형상이 나타나게 되지만 단지 그것뿐 풍랑이 이는 바다도 역시 바다이다. 풍랑이라는 형상이 나타나더라도 바다라는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금강경의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과 연관시켜 생각해보자. 수미산과 같이 큰 파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유한한 색의 제한을 가지고 있는 한, 바다라는 성품 자체와 그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수보리 존자는 ‘불설비신 시명대신(佛說非身 是明大身)’이라고 대답하였다. 공성(空性)의 바다는 색상의 파도를 언제나 그 안에 포함한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이 다 텅 빈 것이지만 연기에 의해 잠시 색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규봉스님은 금강경의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을 해설하면서 ‘공(空)은 모든 존재를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하는 것이고, 가(假)는 인연에 의해 잠시 거짓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中은 그 공 가운데 가유(假有)하는 것을 똑바로 알아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는 없는 것이나 현실로는 없지 아니하니,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어 진공묘유(眞空妙有)한 것이므로 중도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공이란 허무단멸의 공이 아니라는 것이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결론이기도 하고 부처님과 조사 스님의 가르침 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욱(智旭)스님은 금강반야바라밀다파공론에서 “눈먼 중생들은 상을 타파한다는 말만 듣고 바로상이 아니라는 데에 집착하여…단멸공(斷滅空)을 취하고 악지견(惡知見)을 이루어 속제의 차별상을 파괴하고 생멸에 따른 인과법을 없앤다…그리하여 일체 환망의 상을 영원히 여의긴 해도 실상의 자체 성품이 단멸공이 아님을 모른다”고 하여 공의 실제 의미가 진공묘유임을 밝히고 있다. 

날개 - 허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