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친구 누가 우선인가? 택일해야 할 때|…… 혜천스님설교

2018. 9. 29. 13:1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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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자여!

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가장 으뜸이 되나니

이른바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이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이며,

중생을 섭수하는 공양이며, 

중생의 고를  대신 받는 공양이며,
선근을 부지런히 닦는 공양이며,

보살업을 버리지 않는 공양이며,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니라.


- 화엄경에서


혜천스님 법문 2555년 3월 27일


아내와 친구

 

 

오늘 강론의 주제는 '아내와 친구'입니다. 자타카 경에 보면, 원숭이와 악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숲속에 원숭이가 살았는데, 어느날 바나나를 따서 밑에 있던 악어를 줍니다. 악어도 고마워서 원숭이의 안전을 지켜주기로 합니다. 바나나 등 과일로 시작한 거래가 둘 사이의 믿음을 증진시켜 일종의 동맹을 맺은 겁니다. 친구하기로 하고 형제보다 친하게 지냅니다. 악어의 부인도 원숭이가 따주는 과일 덕분에 배부르게 지냅니다. 그러다가 이 아내는 갑자기 원숭이 간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맹수의 본능일진 모르지만 어쨌든 남편을 사주합니다. 물론 남편 악어는 기겁을 하고 반대하지만, 아내 악어는 단식투쟁에 들어갑니다. 원숭이는 과일만 먹으니 간도 맛있을 거라며 친구냐 나냐를 선택하라는 거지요.

 

악어는 아내에게 지고 맙니다. 그래서 원숭이에게 말합니다. '원숭이야, 우리 아내가 너를 초청했으니, 우리집으로 가자' 이 말에 원숭이는 아무 의심도 없이 악어의 등을 타고 윈드서핑을 즐깁니다. 이윽고 집 앞에 이르자 악어가 말합니다. '원숭이야 사실은 우리 아내가 네 간을 먹고 싶다고 해서 너를 데려왔다. 미안하지만 간을 내주어야겠다' 그러자 원숭이는 놀란 속을 진정시키며 '그 말을 왜 이제야 하는가. 내 간은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평상시에는 나무에 걸어 놓는다. 얼른 방향을 바꿔 다시 집으로 가자'하고 위험을 벗어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별주부전, 수궁가의 원형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얘기입니다. 원래는 악어의 신의, 원숭이의 지혜를 말하고자 하는 비유이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얘기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언제나 친구와 아내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아내와 시가, 남편과 친정 사이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서 있을수는 있지만, 혼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혼자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악어는 아내와 친구 사이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에 대한 강요는 사실 양립되기 어렵고, 양립될 수도 없습니다.

 

발칸의 인간백정이라 불리던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제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르비아의 대통령으로 유고내전을 일으켰던 밀로세비치는 나토 회원국과의 회담 중 회담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내의 생일을 이유로 회의장을 나가 버립니다. 얼마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으면 그렇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는 유고 내전 중 30만명이 넘게 죽게 만들었고, 코소보 사태 등 인종청소를 이유로 80만명의 난민을 발생케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한 남편으로서는 좋은 사람이었지요. 

 

그런가 하면 18세기 프랑스 사상가인 루소가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프랑스 혁명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근대교육의 틀을 잡았다는 평을 듣는 에밀을 저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나쁜 아버지였습니다. 자식을 낳으면 보육 의무는 잊어버리고 고아원에 갖다가 맡겨 버리는 것이지요. 후에 이에 대한 참회로 에밀을 집필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근대 민주주의 사상가이자 낭만주의 창시자, 계몽주의 유력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인민주권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창시했지만 루소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해 버린 것입니다. 밀로세비치와 루쏘는 이 두 선택을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간은 홀로 설 수는 있지만 혼자 존재하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관계는 동맹의 관계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동맹입니다. 이처럼 우리 관계는 국가간의 동맹처럼 남녀간의 동맹이고 친구간 동맹이고 동료간 동맹을 맺는 것입니다. 붓다와 나의 관계도 동맹입니다. 그런데 이 동맹은 언제나 위태로운 것입니다. 우리는 악어의 위치에 서 있는 것입니다. 친구와 아내 중 택일을 강요 받을때, '나무는 멈추고 싶으나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늘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장가가는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얘야 만약에 내가 네 아내와 의견이 맞지 않거든 네 아내 의견에 따르거라. 그래야 가정이 평안한 법이다' 뒤에 장가간 아들이 애를 낳게 됩니다. 며느리의 산후조리 때문에 올라온 어머니는 자신의 경험대로 뜨거운 군불을 때고 삼시세끼 뜨거운 미역국을 들이키게 합니다. 15일을 찜질을 당하던 며느리가 항변을 하고, 고부간에 갈등이 빚어질때 아들은 예전 어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며느리 역성을 듭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보따리를 싸 집에 가버리고 맙니다. 이건 아들의 잘못이 아니고 시킨대로 한 것인데, 아들의 죄는 없는데 그런 것입니다.

 

요사이는 고부갈등보다 남편과 장모의 갈등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처가살이가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신풍속도인데 당하는 사위나 장모 다 불편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이처럼 동맹관계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각자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이유도 순전히 그 부모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경험은 기억인데 기억은 경험에 의한 자료의 축적이지요. 이 기억은 항상 자기 중심적이라 자기의 경험으로 판단을 내리기 마련입니다. 이 점에서 인간은 과거라는 길을 지나 현재와 미래를 걸어가는 것입니다.

 

작년, 또 재작년의 최고 히트작은 스마트 폰입니다. 애초에 스마트 폰은 노키아에서 개발하였는데 경영진의 반대로 상품화가 중단되었습니다. 아직 시기적으로 일러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우리의 삼성은 초창기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애니콜을 고집하고 오히려 도입을 방해합니다. 반면에 잡스의 애플사에서는 아이폰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여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잡스는 경영을 실패하여 자리에서 쫒겨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도산위기 빠진 애플의 주식 25%를 매입하여 회생시키는데 일조 합니다. 노키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실패한 역사가 없는 회사입니다. 그러한 전력을 믿은 경영진의 경험으로 스마트 폰 상용화를 하지 못하지만, 애플은 실패를 해보았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최고 기업인 삼성은 지금 아이폰 1세대도 따라잡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벌써 2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한마디로 후진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동맹을 맺고 연대를 하는 이유는 아내와 친구사이에 최선의 선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악어와 원숭이의 동맹이 깨지고 악어는 먹이를 찾아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악어가 조금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어땠을까요. 나보고 그 상황에서 굳이 선택을 하라고 했으면 나도 아내를 선택 했을 것입니다. 아내는 동맹자 중의 동맹자이자 나의 미래(자식)을 양육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어느 쪽 선택이 옳았는가? 하고 숙고를 해보기 바랍니다. 부처님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삶의 전부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좋은 친구란 원숭이, 악어, 악어 부인, 친구, 부모, 이웃 등을 포괄합니다. 그리고 '너희들의 가장 좋은 친구는 물론 나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하면 행복이 보장된다' 는 말씀도 하셨지만 관련 그런 친구 만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누구를 얘기할 때 잘 안다, 또는 친하다라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먼저도 한번 얘기했지만, 잘 아는 친구란 같이 역적모의를 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 삶의 전부일 수 있는 친구는 선택하느냐, 선택하지 않느냐의 관계를 초월합니다. 악어와 원숭이의 관계는 교환의 관계입니다.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이지요.

 

이익공유제와 이건희

 

얼마 전 정운찬 전총리가 이익공유제를 주창하였을때 이건희는 반박했습니다. 이것이 이건희와 한국재벌의 한계입니다. 한국지성사에 남을 기회를 이건희가 걷어 차버린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부자 감세가 진행되자 이것을 반대하며 '지금도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바둑도 실력이 대등한 둘이 겨룰 경우 흑을 잡은 사람에게 조금 차이는 있지만, 다섯집 반을 공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백을 쥔 사람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선생도 훌륭한 동맹관계를 맺을 기회를 잃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자본론'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자본론에 명시된 유형들이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학계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합니다. 과거에 있던 것이 지금의 시각으로 이해되고 적용될 뿐이고, 새로운 주장이 아닌 비슷한 주장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또한 인간의 경험을 바탕을 하는 것입니다.  30대 부부는 아이가 늘수록 우울해지고, 40대 부부는 아이가 늘수록 행복해진다는 조사내용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30대 결혼을 막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제력이 높아진 40대가 되면 아이들로 해서 자기의 바운다리가 넓어지고 동맹관계가 늘어나게 됨을 의미한다고 보겠습니다.       

 

리비아와 석유 그리고 나토회원국

 

리비아의 카다피와 나토국간의 대립양상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토 국가들은 리비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독일 같은 나라는 사우디 원유를 정유할 능력이 없습니다. 사우디 원유는 고유황 제품으로 2번 정유을 해야 하는데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1번 정유하는 시설만 갖추고 있어 저유황인 리비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리비아 사태가 확대되면 유럽은 비상사태를 맞게 되고 리비아의 불안정 사태로 굉장한 어려움에 있는 것입니다. 현대문명은 석유가 없으면 상상조차 못할 만큼 마비되고, 아예 생존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오바마도 폭격은 가능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도 엄청난 전비 때문입니다.

 

보모와 자식, 이웃, 동료들 간의 관계를 동맹관계라고 하였습니다. 동맹을 유지, 지속시켜야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모두들 자신의 계산기를 두드려댑니다.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인만큼 무어라 할 것은 못됩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다 농부가 되거나 어부가 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지구사에 지적지능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일본입니다. 특히나 그들의 번역능력은 엄청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엄청난 유행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책은 하버드 대학생 1학년을 상대로 한 강의록입니다. 따지고보면 우리 수준의 척도가 부끄러운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역을 잘한다는 이윤기 씨의 로마 그리스 신화 번역도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 일고 있습니다. 일본은 번역만 잘해도 박사학위를 수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꼭 과정을 다니고 논문을 써야 알아 줍니다. 제 목소리 없는 인용만 가득차도 그것이 있어야 인정을 합니다.

 

서울대 음대 교수인 박인수씨가 대중가수와 음반을 냈다고 해서 그쪽 성악계에서 왕따를 당한 사태가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대중가요의 뿌리도 성악의 일부로 여기는 것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대중가요 가사 중에는 노자나 대학구절 보다 좋은 게 많이 있습니다. 고은 선생의 시를 가사로 한 윤형주의 노래 '어제 내린 비'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일본은 모든 분야에 전문가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국민을 모든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자고 합니다. 오렌지인지 아륀지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흉계입니다. 영어를 능통하게 하자고 합니다. 기득권은 이미 잘하고 있고, 이를 따라가느라 스펙을 쌓느라 뭐 빠지게 뛰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는 돌대가리 교육관료의 횡포입니다. 일본은 모두 전문가가 되도록 만들지는 않습니다. 대신 전문가의 지식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잘 된 동맹관계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좋은 친구는 삶의 전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무엇을 선책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첫 째로 모든 국민들을 전문가로 만드는 일, 둘 째로 일부 전문가들과 지식을 모두가 공유하는 시스템 중 우리는 첫 째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홀로 서야 하지만 홀로 존재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연대나 동맹이 필요한 것입니다.

 

부처님도 좋은 친구와 내 삶을 얘기하면서 먼저 좋은 친구가 되라는 것입니다. 앞서 있던 원숭이 입장에서 악어 괘씸하기도 하였을 것이고, 악어의 아내는 남편의 정성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떠나 살펴보자면 밀로세비치와 루소도 동맹관계, 아내와 친구 중에 선택을 강요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현대 사회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아내와 친구의 동맹관계가 양립할 수도 있었겠지만 요사이는 친구간 보증서는 일 등등 양쪽에 치명적 관계를 갖게 된 것입니다. 아내와 친구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나 같으면 아내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아울러 옳은 동맹관계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강론은 이것으로 맺습니다.

 
플래티넘 발라드 vol.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