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3. 10:20ㆍ일반/생물·과학과생각
<41> 오직 하나의 진리
-‘ 태양의 존재’등 자연현상은 한계지녀 -
- 제행무상·제법무아 연기법으로 밝혀 -
과학에서는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려는 작업을 한다. 그 중에서 사회 과학은 그 대상의 특성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사회 과학 자체가 덜 발달되어서 그런지는 논란의 대상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보편타당한 명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하게 살펴 본다면 사회 현상에 관한 명제만이 보편타당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자연 현상에 관하여 우리가 품고 있는 관념 중에서도 보편적이지 못한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자연 현상에 관한 명제라 하더라도 많은 부분이 관측이라는 인간의 유한한 경험에 그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을 우리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온대 지방에 사는 우리들에게만 성립되는 자연 현상이다. 일년 내내 여름인 곳도 일년 내내 겨울인 곳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의 유한한 경험으로부터 도출되는 명제가 보편적일 수 없다는 보기가 될 것이다.
사계절의 순환보다 보편적이며 얼핏 생각하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는 명제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리일 수는 없다.
태양에 있는 수소와 헬륨의 구성비로 미루어 볼 때 태양의 나이는 지금 약 50억년이 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한 50억년 정도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50억년 동안 태양계의 구조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50억년 후의 어느 날 태양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지구라는 땅덩어리 위의 그 어느 곳에서도 태양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이와 함께 태양에서 오던 모든 복사에너지도 공급되지 않아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기껏 백여년이라는 생명을 영위하며, 지구 상에 존재하였던 기간 자체가 이삼백만년에 불과한 인간의 입장에서 볼때 그 명제가 틀림없이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단지 근사적으로만 참일 뿐이다. 그 명제가 결코 진리일 수는 없다. 더구나 그것은 단지 태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와 그리고 그 위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모든 생명에게도 우리 태양의 이야기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우리는 흔히 일월성진의 움직임이란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믿고 있지만 (그리고 사실은 그러한 믿음에 근거하여 수백년 후의 달력까지 만들 수 있지만) 그것도 오직 근사적으로만 참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우주 어디에도 영원히 존재한다거나 영원히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를 가리켜 불교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경험적으로 진리라고 알고 있는 자연 현상에 대한 모든 법칙들도 나름대로의 한계를 가진다.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에서 성립하는 즉 한계를 가지지 않는 자연 법칙이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의 현상에서 시작하여 자연의 대상, 자연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 다 부정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부정하기 어려운 단 하나의 예외가 존재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하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삼라만상과 그에 관한 모든 원리가 오직 연기에 의해 성립한다는 것 뿐이다. 오로지 연기법만이 우리의 우주 전체가 공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성립하는 궁극적인 유일한 절대 진리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크게 의심하라고 가르친다. 이를 대의심이라 한다. 철저하게 의심함으로써 연기법으로서의 우주적 진리 곧 불법이 드러나게 된다. 오로지 연기이므로 제행무상이고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데카르트 철학의 출발점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였다면, 불교도의 좌우명은 “나는 크게 의심한다. 그러므로 오직 연기일 뿐이다”일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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