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대광명(發大光明)

2018. 11. 10. 13:5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시 [禪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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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화 스님 다비식 때의 방광.


 

발대광명(發大光明)


형주영령의 철우지정(鐵牛持定) 선사가 설암(雪岩) 선사에게 선의 지도를 받았는데

설암 선사가 말씀하시되.

“그대가 공부를 잘 할려면 한 칠일 동안을 낮이나 밤이나 자고 쉬지 말고 일념무간하여

눈을 감지 말고 깊이 의심하여 들어가서 깨달음이 없다면 노승의 머리를 끊어서

똥푸는 바가지를 만들라.” 고 하신다.

철우 선사가 묵묵부답 하였으나, 가슴에 찔리는 바가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며칠를 지나지 않아서 이질병에 걸려서 똥통을 가지고 거처에 나아가서

그위에 위태롭게 앉아있으며 쉴새 없는 설사를 하면서도 정념을 갖고 눈을 부치지 않고

칠일을 지냈다.

   밤이 장차 반이나 지나갈 때에 산하대지와 초목총림이 편계설천명월하(遍界雪天明月下)와

같은데 당당한 일신을 건곤이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음을 느꼈다.

   이러기를 오래하여 가더니 새벽 도량석 소리를 듣는 것 같다가 놀라 살펴보니

온몸에 땀이 흘렀다. 그러더니 이질병도 나아버렸다.

   그래서 용약환희를 이기지 못하고 게를 지어서 읊었다.


    昭昭靈靈是甚?           소소영령한 것이 이 무엇인가?

    소소영령시심마

    夜深眠來已蹉過           밤이 깊어짐에 눈을 깜빡거려도 이미 미끄러진다.

    야심면래이차과

    厠下籌子放光明           뒷간 옆에 흩어져 있는 똥막대기가 광명을 놓으니

    측하주자방광명

    直下元來只是我           바로 그 자리에서 원래부터 다만 나였음을 알았도다.

    직하원래지시아 


-『계등편』-


이른바 밝고 신령스러운[昭昭靈靈] 거시기를 소위 ‘불성’이니, ‘무위진인’이니,

‘성품’이니, ‘자성’이니 하며 부르지만, 그것은 모두 ‘똥막대기’ 같은 헛소리일 뿐이다.

그런 명칭이나 개념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소소영령한 것이 이 무엇인가?’란 의문을

물고 늘어질 때, 화장실의 똥 닦는 휴지 조차도 광명을 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득(自得)할 수 있을 뿐이다.

소소영령한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밤에 듣는 인디음악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