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당신의 한 생각으로 지어진 것이요.단지 마음을 돌이키면 그것이 깨달음 입니다.
어느 날 조주(趙州) 선사가 대중에게 설법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리>나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저 바깥 세계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 라는 거의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말이지요. 그리고는 그와 같은 탐구과정에서 지어내는 숱한 '말'이나 '생각'들과, 이미 자신이 기억해 간직하고 있던 이른바 <진 리>에 대한 '이미지'를 서로 맞추어보면서, 그 중에서 비슷한 것을 가려내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리고는 그 중에서 <절대한 경지>라고 생각되는 그 무엇인가에 집착하여 그것이 <진리>요 <깨달음>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지요.··· 하지만 그것은 <진리>도 <깨달음>도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그가 만들어낸 <우상(偶像)>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이 투영(投影)한 '이미지'에 적응해 가는 것을 "깨달음의 과정"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것이, 종교의 이름을 빌어서건 학문의 이름을 빌어서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수행자의 실제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불자(佛子)를 자처하는 이들도 '붓다'의 한결같은 가르침, 즉 스스로를 돌아보라(廻光反照)는 말씀을 입으로만 되내일 뿐, 그 참뜻을 깊이 참구(參究)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오로지 밖을 향해 내달리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억제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고, 또한 합리화하지도 않으면서, 다만 매순간마다 <있는 그대로> 정관(靜觀)할 수만 있다면, 단지 이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몸짓이 마치 저 망망대해에 매순간마다 일었다 사라졌다하는 무수한 파도의 움직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소위 깨달음을 위한 모든 인위적인 노력>을 완전히 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와 같은 파도의 움직임이 쓸모 없는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온전한 것이지요. 바다에 무수한 파도가 일었다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도 그 <파도>들은 <바다>가 아니었던 때가 없는 것 입니다. 파도가 곧 바다요, 바다가 곧 파도인 것이지요.
우리의 <존재> 역시 한 순간도 그 <참된 하나>에서 벗어난 적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 <참된 하나>가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나>라는 이름의 '파도'의 모습도 드러내고, 또는 '진리'를 찾았다고 법열(法悅)에 젖어 있는 모습도 나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참된 하나>는 그 어떤 모습도 취사선택(取捨選擇)하지 않습니다. 마치 맑은 거울이 그 앞에 다가오는 어떤 모습도 아무런 분별 없이 그저 비추어 내듯이 말입니다. 좋고 싫은 것의 선택은 오직 그 한 <파도>, 그 <그림자>만이 <나>라고 여기면서 집착하는 미혹한 우리들의 몫일 뿐입니다.
조주(趙州) 선사의 물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우리들의 알음알이는 계속하여 구르고 있습니다.··· 단지 그와 같은 알음알이를 굴리는 주체가 없다는 말일 뿐이지요. 그저 인연에 따라서 그 <참된 하나>가 응현(應現)하여, 생각이 나기도 하고, 인연을 따라 말도 하는 것입니다. 앞서 밝힌 바처럼, <나의 본래 성품>이 이 우주 전체에 두루해서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즉, <나>가 곧 이 <우주>이기 때문에, 일체의 물음도 대답도 모두 <나>, 다시 말해서 오직 그 <참된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답이 옳다커니, 그르다커니, 무엇이 좋다커니 싫다커니 하는 모든 판단의 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모두가 오직 <나의 살림살이>일 뿐이지요.
그러니 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맴돌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그 생각이 나온 <당처>(當處)를 되돌아 살펴서, 그 근원을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순간 목전의 모든 현상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온전하여, 다시는 어떠한 유위행(有爲行)도 붙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붓다'의 한결같은 가르침인 것입니다.
- 대우거사님
국제시장 OST (Ode To My Father)] 곽진언, 김필 (Kwak Jineon, Kim Feel) - 굳세어라 금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