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의 윤회설--③ 존재의 계속|****@생명공학과윤회@

2019. 10. 6. 10:55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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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존재의 계속

   

 

불교의 존재론에 의하면 생명체란 끊임없이 변하는 비실체(非實體)적인 몇 개의 요소들이 어떤 조건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모여 있는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五蘊-無我이론). 존재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물질적·정신적 현상들의 집합체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찰나생멸(刹那生滅)의 반복적인 운동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촛불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을 켜 놓으면 초저녁에서 새벽까지 계속해서 탄다. 그 촛불은 초저녁에서 밤중으로 밤중에서 새벽으로 끊임없이 변하면서 계속한다. 촛불 속에는 실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생명체도 이와 같이 변하면서 계속한다는 것이다. 개체의 생명을 일정 기간 동안 유지시키고 계속하게 하는 것은 단지 업력(業力)의 작용일 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찰나생멸적인 존재의 생명을 현재에 유지시키고, 미래에 계속시키는 업력은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축적되고 보관되었다가 현재의 생이 끝날 때 다음 존재로 전달되는가. 

이 문제는 아뢰야식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아뢰야(阿賴耶:a-laya)’라는 말은 ‘장(藏)’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장(藏)’이라는 말은 업력을 포함시키거나 보존한다는 뜻에서 함장(含藏), 그리고 정신과 육체 등 모든 것을 포섭하여 유지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섭지(攝持)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뢰야식이란 한 마디로 ‘업력을 그 속에 간직하여 보존하고 있는 식(識)’을 말한다. 우리가 무한한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은 모든 업은 잠재적인 에너지(餘力, 餘習)의 형태로 이 아뢰야식 속에 훈습(薰習)되어 보존되게 된다. 

후기 불교에서는 이 업력을 종자(種子)라고도 불렀는데, 그 이유는 식물의 종자가 반드시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이 업력도 틀림없이 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력을 보관하고 있는 아뢰야식을 종자식(種子識)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이 종자는 아뢰야식 속에서 순간 순간 생멸하면서 그 결과를 맺을 때까지 소멸되지 않고 유지된다. 종자는 찰나마다 생멸하면서도 그 동일성을 유지한다. 그것은 종자끼리 서로 인(因)과 연(緣)이 되어 앞 순간의 종자가 뒷 순간에 새로운 종자로 변천하면서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자가 종자를 낳는다.’라고도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뢰야식 속에 보존되어 계속된 업력이 한 생명체가 죽어 육체가 소멸될 때 어떻게 다음 생명체에 전달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중유(中有)이론으로서 설명된다. 한 존재가 죽으면 그 존재가 가지고 있던 업력은 즉시 중유라는 존재로 된다. 중유란 존재가 죽는 순간에서 다음 생을 받게 되는 사이에 취하게 되는 한 형태로서, 사(死)와 생(生) 사이에 일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중간존재’이다.

모습은 어린아이와 같고, 신체는 미세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보통의 시각기관으로서는 볼 수 없다. 이 존재는 형태적으로는 중유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아뢰야식이다. 이 식은 앞 존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업력, 즉 모든 정보를 보존하고 있다.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에서는 한 존재가 중유 상태에서 다음 존재로 생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유는 자신의 부모가 될 인연을 가지고 있는 남자와 여자, 또는 암컷과 수컷이 만나서 교합하는 것을 보면 마치 중유 자신이 그 행위를 하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되고, 자신도 교합하려는 욕망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그 두 남녀, 또는 암컷과 수컷은 각각 정혈(精血=精子와 卵子)을 내게 되고 그것들은 모태에서 결합하여, 마치 끓인 우유가 엉기듯이 응결하게 된다. 이 응결체(凝結體)에 중유가 결합하게 된다. 

중유는 이 응결체와 결합하는 순간에 소멸된다. 중유가 소멸됨과 동시에 그 속에 보존되어 있던 아뢰야식(=業力)이 동력인(動力因)이 되어 응결체가 가지고 있는 네 가지 물질원소(四大種=地·水·火·風)와 함께 작용함으로써 미세한 감각기관들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생명체이다.

이 생명체는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력의 영향 속에서 점차로 태아의 신체로 발전하게 되고, 때가 되면 완전한 한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태어난 존재는 전생에서 물려받은 업을 소비하면서 한 생을 살지만 역시 다시 새로운 업을 만들고 그것을 다음 생으로 전하게 된다. 생명체(有情物)는 이렇게 자기복제를 반복하면서 윤회에서 벗어날 때까지 긴긴 세월에 걸쳐 생과 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