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희나 . . .
머리털은 희나 마음은 희지 않다고
고인들이 누설하였다
이제 닭우는 소리 한 번 듣고서
대장부의 할 일을 다 마쳤다
髮白心非白 古人曾漏洩 今聞一鷄聲 丈夫能事畢
발백심비백 고인증루설 금문일계성 장부능사필
- 서산집, 청허 휴정 대사
* 서산대사의 오도송(悟道頌)으로 흔히들 말하기를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하나 실증하기란 쉽지않다. 길을 가다가 낮에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천근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장부가 할 일을 마쳤던 것이다.
+ 바보의 노래
작은 몸 하나로 겨울을 버티고 있어야 하는 자야 눈물을 가슴으로 훔치며 살아 있어 산다하는 마음은 구천같이 떠도는 가슴 아픈 자야
등에는 한 보따리 슬픔이던가 가슴에는 하나 가득 아픔이던가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허리엔 쓰디쓴 미련을 차고 밤마다 종이 펴고 그림 그리는 네가 있어 행복했던 꿈을 그리는 네가 있어 아름다운 추억 그리는 바보 같은 자야
이제 길을 떠나자 비오면 오는 대로 바람불면 부는 대로 그래도 슬프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 가자 외로운 산길이면 울면서 가자
산너머 그리운 마을 찾아서 가자
(김진학·시인, 경북 영천 출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