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의 개척자(?) 이재용의 후예 안철수

2020. 10. 2. 20:58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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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세법의 개척자(?) 이재용의 후예 안철수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20-09-20 12:22:30

수정 2020-09-20 12: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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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아부하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각종 법률을 동원해서 변칙적으로 규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니, 군사 독재 시절에 정당한 집회 시위를 법 취지가 전혀 다른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올해 6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내용이야 뭐 이 분이 늘 하는 헛소리 중 하나이니 그다지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이 장황한 헛소리 중 딱 한 대목에 공감이 갔다(이건 매우 드문 일이다!). “군사 독재 시절 정당한 집회 시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했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정말 그랬다. 내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도로교통법의 개척자는 운동권 선배들이었다. 아무리 전두환이라도 거리에서 데모하는 사람을 모두 빨갱이로 잡아가둘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도로교통법을 이용했다.

그래서 시위대가 도로교통법 위반을 피하는 새로운 시위법을 개발하면 전두환과 그 따까리들은 즉각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다시 그 시위를 불법으로 만들었다. 이 법의 역사는 1980년대 선배들의 뜨거웠던 시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세법의 개척자는 이재용

 

도로교통법의 개척자가 시위대였다면, 세법의 개척자는 단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단돈 60억 원을 8조 원으로 불린 세기의 투자 천재(응?) 이재용은 세법 개정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갖은 편법 수단을 동원해 재산을 불렸는데, 그때마다 사후에 세법이 개정됐다.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매수한 편법도, 전환사채(CB)니 신주인수권부사채(BW)니 하는 복잡한 편법 증여도 전부 이재용이 개척한 신세계였다.

이게 너무 얍실한 짓이어서, 몇몇 의원들이 당시 국회에서 국세청장을 불러놓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국세청장은 “의원님. 이재용이 한 짓이 나쁜 건 맞는데 그걸 처벌할 법이 없어요. 법부터 만들어 주세요”라고 반론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면, 이재용은 또 다른 신종 수법을 들고 나왔다. 세법은 늘 이재용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세법은 개정됐지만 그 때는 이재용이 이미 수조 원의 차익을 챙긴 뒤였다.

이재용의 추종자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이재용이 편법으로 재산을 왕창 불린 뒤 세법이 개정되기까지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이재용을 따라해 돈을 버는 추종자들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 인물이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의선은 이재용이 썼던 방식을 그대로 카피해 3조 원가량을 너끈히 챙겼다. 1999년 이재용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라는 당시로는 희한한 방법으로 수조 원을 챙기자, CJ 이재현 회장도 냉큼 그걸 흉내를 내 BW로 2년 만에 1,300억 원을 벌었다.

이후 많은 재벌들과 코스닥 상장 CEO들이 이재용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 짓이 오죽 심했으면 어지간해서는 재계를 비난하지 않는 매일경제신문조차 ‘BW마술 더는 곤란하다’(2002년 2월 25일)라는 칼럼을 실었을 정도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한 듯, 이재용이 앞서서 나가면 정의선 일당이 그 뒤를 따른다. 이들은 새날이 올 때까지 참으로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재용 씨, 한국 재벌들의 재산 증식을 위해 참 애를 많이도 쓰셨다!

‘자산가 안철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한 가지 더 추가할 것이 있다. 이재용을 따라 해 거액을 챙긴 이들 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1995년 설립된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1999년 이재용 흉내를 내 BW라는 것을 발행한다.

BW란 쉽게 이야기하면 누군가에게 회사 주식을 무지하게 싸게 얻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왜 누군가에게 이런 엄청난 특혜를 부여할까? 당시 벤처기업들이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운영할 돈이 없으니 이런 특혜를 투자자에게 부여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연구소는 이 혜택을 회사 오너인 안철수 대표에게 몰아줬다. 당시 안 대표가 BW를 구입하며 회사에 투자한 돈은 고작 3억 5,000만 원이었다. 35억도 아니고 고작 3억 5,000만 원이었다고!

안철수연구소는 정말로 이 돈이 필요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2001년 7월 안철수연구소 김기대 과장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놓고 밝힌 내용은 “주식을 코스닥에 상장하면 안철수 대표의 지분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BW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대표님에게 주식 몰아주려고 이런 편법을 쓴 거예요”라는 고백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4차 최고위원회에서 '현병장은 우리의 아들이다' 라는 문구로 교체된 백드롭을 바라보고 있다.ⓒ정의철기자/사진공동취재

이재용이 그랬듯 안 대표가 투자한 3억 5,000만 원은 무려 146만 1,988주의 주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146만 주는 2001년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에 상장할 때 무려 700억 원으로 불어났다. 2년 투자수익률 무려 2만%! 이게 안 대표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인가?

“안 대표가 주식 중 상당수를 기부했으니 나름 해결이 된 거 아니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재용을 따라하지 않았다면 안 대표에게는 기부할 주식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는 기부를 하고도 여전히 안랩 주식 1,200억 원어치를 보유한 거부(巨富)다. 이 돈을 바탕으로 그가 누린 수많은 사회적 지위와 정치인으로서의 명성은 단언컨대 조금도 정당한 구석이 없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모든 일의 뿌리는 이재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재용은 세법을 개척(!)하며 수많은 괴물을 낳았다. 정의선, 최태원을 비롯한 수많은 재벌들, 심지어 코스닥의 젊은 CEO들까지, 이재용을 따라해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한다. 안철수 대표는 8년 째 유력 대선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모두 이재용의 후예인 셈인데, 나는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그 어떤 정당성도 부여할 생각이 없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99년 한국 사회가 이재용의 BW 편법을 막았더라면 우리는 오늘날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죄의 뿌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늦었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다. 불법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의 재판이 다음달 22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