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9. 12:1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가련하다 우리 인생 허망하기 그지 없네 어제 같던 청춘시절 어언간에 백발일세 백옥같이 곱던 얼굴 검버섯은 웬일이며 눈물 콧물 자연 흘러 정신조차 희미하네 오호라 이 몸둥이 믿을 것이 바이 없네 풀 꼭대기 이슬 같고 바람 속 등불이라 아침나절 성턴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애고애고 고통소리 사지백절 오려내니 천당 갈지 지옥 갈지 가야 할 길 망연하니 십념왕생 일렀으나 아픈 생각 앞을 가려 염불 생각 아니나니 임갈굴정 할 수 없네 처자권숙 은애하나 나를 위해 대신 가며 금은옥백 쌓았으나 뇌물 바쳐 면할 건가 돈궤 쌀독 살림살이 이부자리 맛난 음식 하루 아침 다 버리고 이내 영신 홀로 가니 아득하온 황천 길에 따르나니 업뿐일세 자작자수 내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이러므로 지혜인은 초년 발심 출가하여 애욕정을 다 버리고 부지런히 공부하세. 삼계대사 부처님이 구구절절 이르시되 마음 깨쳐 성불하여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각아정 무위도를 사람마다 다 된다고 팔만장교 전했으니 어서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팔만사천 많은 법문 바닷물로 먹물 삼아 쓴다 해도 못다 쓰니 대강 추려 적어보세 몸뚱이는 송장이요 번뇌망상 본래 없네 앉고 눕고 가고 오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사람 대해 말을 하며 글도 읽고 사경하며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 마르면 물을 마셔 일체처처 일체시에 밝고 밝게 아는 이 것이 무엇인고?
크고 작은 모든 일들 찾아보면 전혀 없네. 이 무슨 도리인가 공인가 유인가? 그 참 뜻 알 수 없어 들어가고 들어오며 찾아가고 찾아오며 의심하고 의심하며 보아가고 보아오네 하루 지간 열두 때와 오줌누고 똥눌 때며 사무 보고 길 갈 때며 밥 먹고 옷 입을 때 조금도 간단없이 부지런히 화두 들어 전념후념 끊어지고 화두일념 현전하여 밥 먹기도 잊어지고 잠자기도 폐해질 때 이럴 때 좋을 때니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면목 나의 부처 천진면목 절묘하다. 희도 않고 검도 않고 늙도 않고 젊도 않고 크도 않고 작도 않고 나도 않고 죽도 않고 일체망상 다 여위어 활짝 열려 막힘 없네 천만법문 무량한 뜻 한 분 상의 마음자리
옛 조사 이른 말씀 과연 빈 말이 아니로세. 선지식을 찾아가서 요연하게 인가 받아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여러 명훈 잊지 마세. 계율 성곽 높이 쌓아 내외청정 살피소서 수이무수
참 수행과 숨고 숨는 본을 보소 자비 지혜 전광 같고 중도 수행 궁자같이 문수보살 이른 말씀 본색납자 진도인이 어찌하여 명리를 쫒나.
띠집 토굴 깊은 곳과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 인연 따라 자재하며 지혜 검을 날을 세워 오욕팔풍 이는 곳에 노지백우 잡아타고 구멍 없는 피리 들고 태평일곡 더욱 좋다. 꿈속 같은 이 세상에 빈 배같이 떠 놀면서 인연중생 제도하면 보불은덕이 이 아닌가. 동체대비 마음으로 병든 걸인 괄시 마소. 평등원각 대가람에 소요자재 나뿐이며 수풀 계곡 한적한 곳 무심객을 누가 알랴. 여보시오 유지장부 이내 말씀 들어보소 부처님 말씀 안 믿으면 무슨 말을 믿을 건가 사람 되어 안 닦으면 어디서 닦을 건가. 쓸데 없는 탐애정은 싹도 없이 잘라내고 자기에게 있는 보물 부지런히 살피시어 세월 시간 무상하여 늙는 것만 재촉하니 서산 해가 다 저문 뒤 후회한들 무엇하리.
푸줏간에 가는 소가 걸음걸이 사지로세 가는 세월 무정하여 인간 백년 잠깐일세 예전 사람 공부할 때 하루 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나! 예전 사람 공부할 때 잠 오는 걸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잠만 자나!
참선 잘한 저 도인은 앉아 죽고 서서 죽고 마음대로 자재하니 나도 어서 참선하여 섣달 그믐 당하거든 극락왕생 하여보세. 아뢸 말씀 무궁하나 공부 중에 방해될까 이만 대강 그치오니 출격장부 살피시어 진실되이 참구하고 말에 끌려 안다 마소. 다시 한말 있사오니 봉래산 한암 중원은 감로봉 아래 건봉사 선원 방장실에서 이 글을 짓습니다. <한암>
이상 한암선사 참선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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