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천지 이전은 어떠했는가? 불교는 이를 공으로 표현하고 도교는 이를 무로 표현했다. 천지 이전의 면목을 표현한 말이다. 무는 이 점에서 천지의 시작이다. 도의 참모습을 표현하자면 무 이외 다른 말로 표현할 방도가 없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도엔 두 가지 형태의 도가 있다. 절대적인 도와 인위적인 도. 인위적인 도는 도가 아니다. 법과 도는 대단히 다른 말이다. 유교의 인 예 의리 같은 말은 법이다. 사람은 법을 만들고 그 법에 예속되고 빠져든다. 도는 이와 다르다. 도를 도라 하면 항구불변의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할 수 있다면 항구불변의 이름이 아니다. 어디를 시작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 실제로 시간 공간의 기점을 알지 못하는 데 올해가 왜 병술년인가? 기점은 자신이 세우면 기점이다. 원래 있는 게 아니다. 

 

알 속에 갇혀있으면 깜깜하다. 밝지 않다. 천지 이전엔 모두 한 덩어리로 붙어있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했다. 천지가 벌어지는 모습을 주역에선 음양 오행으로 표현했다. 주역은 무극에서 태극이 생겼다고 하면서 무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유교는 인위적인 자제에 중점을 두었지만 불교는 몸을 버리고 초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천지 이전의 자리가 무명이다. 유교는 그 자리에 이르는 방법이 없다. 불교는 공<무>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인연이 만나지 않으면 한 법도 생기지 않는다고. 팔만대장경의 절반은 천지 이전 공에 대한 설명이다. 도교 역시 도에 이르는 방법이 되어있지 않다. 공자의 사상은 억지로라도 하라는 사상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아는 지혜가 있고 배워서 아는 지혜가 있고 억지로 훈련해서 아는 지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알고 나면 똑 같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훈련하라는 것이다. 얼굴에 희로애락이 자주 나타나면 천하다. 희로애락이 나타나지 않으면 중이고 이 것이 최상의 가르침이다. 공자의 중용사상의 핵심은 자제력이다. 제어장치가 잘된 사람이 현인이다. 공자의 자제력은 인간세계 세간법 현상계의 인욕이다. 불교는 내 몸을 버려도 웃을 수 있는 인욕이다. 그래서 출세간법이다.

 

뇌와 척추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 세간법의 보시는 보시한 만큼 공덕을 짖는다. 하지만 출세간법의 보시는 몸을 던지고 공덕은 바라지 않는다. 복 짖느라 불교 믿는 게 아니다. 업장을 소멸하고 인과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허물이 없어도 벼락 맞아 죽는 사람이 있다. 이 것이 업장이다. 업의 감각에 의한 자제력이 없는 업감 연기를 하지 마라. 아뢰아 8식 마음으로 하는 자제력 있는 연기 윤회를 하라.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모성애다. 모성애도 인식이 있을 때만 발동하고 인식이 사라지면 본능만 남는다. 이성이 발동되면 참는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꿈속에서 여자를 보면 미친다. 좋은 짓 나쁜 짓 다한다. 그래서 꿈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꿈이 끊어졌다는 말은 본능이 끊어졌다는 말이다. 엄청난 경지다. 의식 속의 간절한 마음으로 잠이 들면 7식이 발동해서 꾸는 예지적인 꿈이 있고 7식 저 혼자 공상해서 개 꿈을 꾸기도 한다. 하나도 안맞는다. 두 가지 꿈 다 없어져야 한다. 꿈이 없어지면 잠도 없어진다. 잠을 깊게 자고나면 병도 낫는다. 아무리 좋은 꿈도 내버려라. 하물며 해몽을 해서야.

 

업감연기란 꿈 꾸는 놈이다. 임종시 사람은 이성이 없어진다. 여자 사형수가 죽기 전에 거울을 본다. 곧 죽을 사람이 왜 거울은 보나? 이런 행동도 의식이 있을 때 한다. 몸에서 이성이 사라지면 자제력이 없어지고 본능만 남는다. 간절한 본능적 욕구만 남는다. 그래서 여자가 임종시 남자가 자리에 들면 안된다. 이성이 있을 때 촌수지 이성이 없을 땐 촌수가 없다. 무인도에 딸과 같이 살면 나중에 부부가 된다. 짐승들도 암수는 가린다. 사람은 암수도 못가린다. 짐승도 좋다. 그래서 축생이 된다. 몸이 없으면 마음 저 시키는대로 한다. 이성적인 생각을 갖고 죽는 사람은 아뢰아 연기를 하므로 짐승 속으로 들어가진 않는다. 순리에 따르는 법계 보살의 연기를 하라. 업감 연기를 하면 지옥 간다. 조사 열반시 참선 하고 염불한다. 참선의 핵심은 삼매다. 고승들은 임종시 삼매에 들어 다시는 안 온다. 그래서 서서도 죽는다.

 

이상 혜거스님의 육조단경 중국의 전통사상 도교유교 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