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의 달마어록7

2007. 6. 9. 16:1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달마혈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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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론은 지난 주에 마쳤고 오늘은 다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선에 대한 가르침은 이미 그 자체로 실수입니다. 이는 마치 코카콜라의 맛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과 같죠. 화성에서 온 사람한테 코카콜라를 마셨을 때 느끼는 그 알싸한 맛과 경험 상쾌함 그리고 잇몸에 느껴지는 그 뭐랄까. 이 경험을 어떻게 말로 완벽히 설명할 수 있겠어요. 선을 가르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그 맛과 경험을 말로서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못하죠? 못합니다.

 

많은 수식어구를 동원할 수는 있지만 결국 같은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게 합니다. 그러나 결국 본 뜻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죠. 선이 미스터리 해서도 아니고 코카콜라의 맛도 미스터리 하지는 않잖아요? 코카콜라가 특별하지 않듯 선이 특별해서도 아닙니다. 코카콜라 세상 어디 가도 있지요? 세상 어딜 가도 요즘은 코카콜라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이와 같이 우리의 마음도 우주와 같이 무한합니다. 어떻게 이 경험을 전달할 것인가? 우리는 입이 있으니까 어떤 말도 할 수 있자나요.

 

마음 존재 진리 의식 신성 무한함 그리고 그 것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이틀 전쯤 이라크에서는 신성한 라마단<한 달간의 수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신성한 시기에 32명이나 살해되었죠. 그들 대부분이 무고한 여성이었답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식용유를 사려다가 말입니다. 단순한 일상 중에 누군가가 설치한 폭발물에 의해 모두 사망했습니다. 이런 참사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우리가 무지에 눈멀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이런 참사를 보면서 이 게 도대체 뭔가? 이 실체의 의미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실체의 의미를 경험하고 맛을 본 사람들 즉 마음 의식 진리 혹은 깨달음 거룩한 지혜 신의 은총에 대해서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실수인 것입니다. 입만 뻥긋해도 말이죠. 이런 것들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씀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말씀입니다. 진리 등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Zen은 지구상에서 가장 파격적인 전통입니다. 그 이유는 말이 없는 테크닉 탕! 으로 말 없는 것 즉 마음 자성 본성을 가르키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선이 신비로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선은 진솔합니다. 아주 투명한 명백한 가르침입니다. 말로 여러분을 꼬시지 않습니다. 말로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바로 이 순간을 표현할 수 없잖아요. 이 세상에 과연 어떤 말로 이 순간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선은 말을 쓰지 않는 방편으로 이 순간을 보여줍니다. 이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죠. 회광반조! 이 것뿐입니다. 말 없는 방편<>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숭산 큰 스님께서 가장 인용하기 좋아하셨던 일화였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요 확실하진 않지만 큰 스님께서 한국말로 법문을 하실 때마다 이 얘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선의 본체가 고스란히 들어있으니까요. 이 법문을 하실 때마다 큰 스님은 정말 신이 나서 유쾌하게 웃곤 하셨지요. 이 일화야 말로 선이란 진정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바로 구지선사의 이야기. 아주 유명한 이야기죠? 저 자리에서 법문하실 때마다 얘기해 주셨죠? 기회가 되신다면 큰 스님께서 한국말로 하신 법문을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혼신을 다해 말씀하시는데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지요.

 

아주 먼 옛날 중국에 위대한 스님이 한 분 있었답니다. 당대 최고의 강백 이름하야 구지선사. 그는 진정으로 팔만대장경을 모두 훤히 꿰뚫고 있었던 분이었죠. 13-14살 때쯤부터 어떤 구절을 물어도 몇 쪽 몇 째 줄에 있다고 할만큼 모든 경전을 암송했다고 전해집니다. 비상하기가 컴퓨터와 같았지요. 명석한 머리만큼이나 일찍이 큰 절에서 경을 설하셨고 일찍이 확장이 되었지요.

 

당시 중국 전역의 많은 학인스님들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구름같이 모였답니다. 금강경 화엄경 묘법연화경 등을 책을 보지도 않고 설했다고 합니다. 명성을 듣고 몰려든 스님 수가 너무 많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였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강의를 마치고 절 뒤에 있는 본인의 처소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마 다음 강의를 준비하고 계셨는지도 모르죠? 그 때 대문이 쫙 열리면서 키가 훤칠한 비구니 스님이 들어섰습니다. 아주 장신의 비구니 스님이 큰 밀짚모자를 쓰고서요.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아시아에서는 할아버지나 어른 스님 앞에서는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인데요. 사찰 예법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예의랍니다. 그런데 이 비구니 스님은 아주 당당하게 모자를 쓰고 들어오는 것이었어요. 6개의 고리가 달린 긴 주장자를 들고 말이죠. 저 쪽 지장보살의 탱화에 고리가 달린 주장자 보이시죠? 지옥 중생까지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담은 상징물이랍니다. 옛날 선사님들께서 길을 걸어가실 때는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살생하지 않으려고 이 주장자를 탕! ! 치면서 지나가셨던 겁니다. 그리고 방울소리가 띠리링~ 나겠죠? 벌레들도 이 소리를 들으면 쉬익~ 도망가는 것이에요.

 

벌레 한 마리도 우연히 살생하지 않으려는 자비심의 상징인 막대기입니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어쨌든 그 비구니 스님은 그 주장자를 내려치면서 구지스님에게 걸어갑니다. ! ! ! 그리곤 스님 바로 앞에 멈춰서 인사도 하지 않고 모자도 벗지 않은채 스님의 주위를 3번 돌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죠. 무례하기 짝이 없지요? 3바퀴를 돌면서 한 발짝 뗄 때마다 킁! ! 땅바닥을 내려칩니다. ! ! !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무례함의 극치이죠. 큰 스님 앞에서 보인 비구니 스님의 이런 행동은 무례함의 도를 넘어 사찰에서는 거의 살인행위와 다를바 없는 행위죠. 3바퀴를 돌고 스님 앞에서 딱 멈추어 섭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의 그림자가 구지스님을 완전히 덮어버립니다. 당신! 당신이 구지요? 이는 마치 제가 큰 스님 앞에서 난 현각이오! 하는 것과 같겠죠? 친구 사이라면 괜찮겠지만요. 현각스님입니다 라고 하면 되겠지요. 그렇죠? 학교에서 꼬맹이가 선생님께 허이 선생! 이 선생! 하고 부르면 말도 안돼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여튼 그 비구니 스님은 당신이 당신이 구지요? 당신이 이 모든 경전을 다 통달했다고 들었소! 나는 경전 강론 따윈 관심없소. 경전은 단지 부처의 말일 뿐이지. 나는 부처의 말에는 관심없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이 부처의 말이란 말씀이야! 그래서 나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소. 당신만의 참 말을 한 번 해보시오! 한 마디라도 좋으니 당신만의 한 마디를 해보시오! 당장! 허억구지스님은 완전히 굳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는 알고있는 모든 경전을 흟어내리고 있었죠. 훨씬 어린 그 비구니 스님에게 좋은 대답을 해야될 거 아니겠어요? 그의 머리 속은 돌고 돌고 돌고 계속 돌고있었을 겁니다. 모든 팔만대장경이 인터넷 Google창에서 검색을 하듯이요. 인터넷 창에 보면 검색할 때 지구 모양 아이콘이 돌아가자나요? 그 것처럼 검색중 검색중~ 결국 구지스님은 아! 모르겠소. 비구니 스님은 본인의 참 말도 한 마디 못하면서 한 마디도! 그런데 어떻게 남을 가르치고 부처의 말을 팔아먹는단 말이오! !!! 그리고 돌아서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구지스님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습니다. 멍해졌겠죠? ! 이를 어쩐단 말인가? 중국 전역에서 가장 위대한 강백의 체면이 완전 구겨졌으니 말입니다. 팔만대장경 모두를 통달했지만 자신의 참 말 한 마디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 자신의 삶 자신만의 진리가 없었던 것이죠.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좌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입승스님을 불러 특별 발표가 있으니 모든 스님을 큰 법당에 부르라고 했습니다. 입승스님도 무슨 일인가 하고 대종을 치기 시작했죠.

 

종소리가 온 절에 퍼졌습니다. 붕 붕 붕우웅~ 밭을 매는 장작을 패는 채소를 가꾸는 일을 하던 모든 스님들은 큰 절에서 나는 종소리를 들었겠죠? 사찰에서 치는 대종은 상당히 깊은 뜻을 담고있는데요 아침 예불에 종을 치고 점심공양 마지<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시간>에 치고 저녁예불에 종을 칩니다. 이렇게 대종은 큰 일이 생겼을 때 스님들의 주의를 모으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이 때 말고 긴박한 일이 생길 때는 대종을 치는데요. 요즘은 핸드폰이 있지만요. 스님 찾아온 스님이 있는데요. 이리로 좀 오셔야겠네요. . 지금 가겠습니다. 이렇게요.

 

그러나 옛날에는 절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만약 누군가 밤에 절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거나 그런 사람이랑 싸움이 나거나 하면 대종을 치고 모든 스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본사로 달려가지요. 그래서 구지스님 절에서 종이 울렸을 때 아이고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고 스님들이 모두 모입니다. 최근의 일인데 지난 겨울 동안거를 수덕사의 정혜사에서 지냈는데요.

 

하루는 계단을 쓸고 있는데 저 아래 있는 본사 수덕사에서 부부웅~ 하고 희미한 종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 무슨 일이 생겼나? 그래서 단 번에 달려가서 다른 스님께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못들었는데요.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수덕사에 전화했더니 어떤 비구니 스님께서 열반하셨다고 하더군요. 요즘에도 사찰에선 이런 전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숭산 큰 스님께서 열반하셨을 당시에도 종을 쳐서 열반하심을 알렸지요. 어쨋든 모든 대중 스님들이 종소리를 듣고 큰 법당에 모였습니다. 법당 앞에는 구지스님께서 자리에 앉아계셨습니다.

 

무슨 일이지? 문제가 있나? 몸이 아프신가? 모두들 의아해 하면서 구지스님을 쳐다 봤어요. 구지스님이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내게 아주 중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비구니 스님이 내게 와서 묻기를 나의 참말 한 마디! 참된 나의 말 한 마디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답을 못했소! 여태까지 나는 여러분에게 부처님의 참된 말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내 말도 찾지 못하면서 여러분에게 부처의 말을 가르치는 것이 무슨 소용있겠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나의 참말을 찾을 것입니다. 내 말도 모르면서 부처의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니 모두 다른 스승을 찾아 여기를 떠나시오.

 

여러분의 참 말을 찾도록 도와줄 다른 스승을 말입니다. 나는 이제 내 참말을 찾아야겠습니다! 이제 이 강원 문을 닫을 테니 있고 싶으면 있어도 좋소. 하지만 더 이상의 강설은 없을 것입니다. 구지스님이 말을 마치자 많은 스님들이 놀라고 울고 매달렸습니다. 강사스님이 우리를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지? 스님들은 계속 매달렸지만 구지스님은 절 뒤의 자기 처소에서 틀어박혀 참선을 시작했습니다. 내 참말이 뭐지? 나는 무엇인가? 아주 깊이 참구했습니다. 스님을 보필해줄 시자스님과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문밖을 나서지도 누워 잠자지도 않고 오직 앉아서 내 참말이 뭔가? 나는 무엇인가?의 화두일념에 매진했지요.

 

이렇게 불철주야 수행정진을 했습니다. 다른 일과라고는 시자가 아침 점심공양 들여오고 밤에는 씻겨드리고 방 청소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지내던 어느날 한 밤 중에 요란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구지스님은 계속 참선중이었는데요. 가끔 절에는 배고픈 사람이 와서 밥을 달라고도 하고 도둑이 드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대문을 걸어 잠그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지요. 요즘도 스님들이 늦게 돌아오면 문이 잠겨서 절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화계사도 9 대문이 잠기는데요. 저처럼 늦게 다니는 사람을 위해 큰 문에 작은 쪽문이 달려있죠.

 

먼 곳에서 법문이 있어 10나 11시경에 올 때는 그 문으로 쏙 들어온답니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는 작은 문이 없었겠죠? 그 때 구지스님은 참선 중이었는데 대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싸움하는 것 같은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렸는데요. 스님은 신경쓰지 않고 시자더러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구지스님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참선에 몰두하셨습니다. 이 뭐죠 오직 모를 뿐~ 그런데 바깥의 소리는 점점 더 요란해졌는데요. 구지스님 뵈러왔소! 우리 스님은 참선 중이라 아무도 안 만나십니다. 집중수행 중이십니다. 나는 아주 먼 절에서 구지스님 만나려고 왔으니 꼭 만나야 합니다. 시자는 구지스님의 옛날 제자인가 생각하고 절대로 만날 수 없습니다. 아무도 안 만나고 수행만 하십니다.

 

내 이름은 천룡이라고 하는데 구지스님을 만나려고 아주 멀리서 왔소. 제발 부탁이요. 지금 만나게 해주시요. 시자는 스승의 수행을 돕고싶은 마음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요! ! 혹시 나쁜 범죄자일지도 몰라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몽둥이를 집어들고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 밖이 소란스러운 거야! 당신이 구지스님이오? 그렇소. 무슨 볼 일이요! 내 이름은 천룡이라 합니다. 천룡선사님이라고요? 지금 천룡선사라고 하셨습니까? 내 제자 한 명이 몇 해 전에 스님을 찾아가서 무례하게 했다고 하기에 제가 이렇게 대신 사과하러 왔습니다. 아닙니다. 선사님 덕분에 열심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무가 익으면 천룡선사님을 찾아 뵐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천룡선사는 중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었죠. 그런 선사님께서 구지스님을 직접 찾아오신 겁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구지스님은 가사를 수하고 천룡선사를 높은 자리에 모셨습니다. 구지스님은 정중하게 삼배의 예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천룡선사는 질문이 있습니까? 뭐라도 괜찮으니 물어보시오 하자 구지스님이 예. 저는 경전의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나의 참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참말을 한 마디라도 가르쳐주십시오. 그러자 천룡선사님은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을 올리며> !

 

그 순간 구지스님은 마음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손가락을 보는 순간 구지스님의 마음과 손가락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마음이 손가락이오 손가락이 마음이 된 거지요. 그러자 감사의 눈물이 마구 쏟아지고 삼배를 올립니다. 그러자 천룡 선사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가 본 것이 무엇이오? 하고 묻자 구지는 팍!

 

그러자 천룡선사님이 아주 기뻐하며 하하하! 짝짝짝. 좋습니다. 그대의 본성품을 제대로 알아차렸소. 나의 성품 부처의 성품 모든 일체 중생의 성품을 알아차렸어요! 이 손가락 하나가 구지스님이 깨달음을 얻게 하신 것입니다. 이 후 구지스님은 산 깊숙이 들어가 평생동안 누구를 막론하고 찾아와 법을 묻는 이에게 한결같이 손가락 대답을 주었답니다. 부처가 무엇입니까? ! 진리가 무엇입니까? ! 깨달음이 무엇입니까? ! 마음이 무엇입니까? !                

 

수 많은 사람들이 구지선사의 손가락 하나로 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당시 구지선사는 어린 동자 하나를 데리고 있었는데요. 동자는 걸레질을 하거나 채소를 썰거나 초를 깎으면서 항상 구지선사의 가르침을 지켜보았습니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 모든 부처와 보살을 초월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 우주에 없는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듯이 무엇입니까? !  

 

어린 동자는 매일 손가락 법문을 지켜봤겠죠. 손가락 하나로 수 많은 마음을 열어주시는 걸 말입니다. 어느날 구지선사는 다른 절에 볼 일이 있어서 사나흘 출가할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절을 잘 지켜라. 사흘 후에 오마. 손님이 오거든 차도 내오고 내가 올 때까지 묵을 방도 내드려라. 얼른 다녀오마! 구지스님은 절을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어떤 스님이 구지스님을 지나쳐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어요. 키가 훤칠한 비구스님이 큰 모자를 쓰고 지나다가 안녕하세요! 하고 각자 제 갈 길로 갔습니다.

 

요즘은 사진도 있고 인터넷 채팅이나 메신저가 있어서 만나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 얼굴까지 알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사진이나 컴퓨터가 없어서 구지선사를 찾아가고 있었지만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겠죠. 구지선사님 계십니까? 조금 전에 출타하셨는데요. 이 삼 일 걸릴 겁니다. 아이고! 복도 없지. 질문 하나 때문에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는데 금방 나가셨다니 몇 년 동안 벼르고 별러서 작정하고 왔는데 어떻게 하지? 곧 하안거가 시작되어 오래 기다릴 수 없는데.

 

그러자 어린 동자가 그럼 나한테 물어보시오! 네가 구지선사의 깊은 가르침을 아느냐? 물론이죠! 뭐든지 물어보세요. 다 알아요. 이 스님은 신심이 아주 돈독한 분이라 이런 저런 거 별로 개의치 않고 오직 선사의 가르침만 생각했나봅니다. 그런데 선사님 큰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다면 나한테 삼배를 올리시오. 내가 아니라 선사님의 가르침에 대한 예의올시다. ! 그렇지 그렇고 말고 나이는 상관없지. 난 그저 가르침만 원할 뿐이다. 정중하게 삼배를 올린 뒤 무릎을 끓고 앉아 묻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수행을 통해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부처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불법이 무엇입니까? 부처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동자는 어렵군요. 그러나 간단하기도 해요. 제발 한 마디만 일러주십시오! 불법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  순간 그 스님의 마음이 열려버렸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예를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괜찮아요. 관찮아요. 이제 가보세요. 그리고 비구스님은 떠났습니다.

 

한편 산 밑에 당도한 구지선사는 뭔가를 빠뜨리고 온 것을 알고 다시 절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까 만났던 그 비구스님이 기뻐서 날아갈 듯 산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인생이 열렸으니 신이 날 수 밖에요. 두 사람은 다시 마주쳤습니다. 안녕하세요! 순간 구지선사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절에 닿았습니다. 이 놈 시자야! 시자야! . 큰 스님 오셨습니까? 오늘 절에 손님 오셨느냐? . 스님 한 분이 왔다 가셨습니다. 그래! 그 스님이랑 얘기 나눴느냐? 뭐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고요. 네 녀석이 그 스님한테 내 흉내를 냈느냐? 사실은 제가 선사님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진정으로 내 가르침을 아느냐? 당연하죠! 그래? 내 가르침의 의미가 무엇이냐? 그러자 시자는 음! 구지선사는 그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옛날 스님들은 원행을 많이 다니셨기 때문에 항상 칼을 가지고 있었죠. 강가에 앉아 머리를 깎곤 했겠죠? 어린 시자가 손가락을 내민 그 순간 칼을 꺼내 시자의 손가락을 그었습니다. 잘라버린 것은 아니구요. 그냥 살짝 그은 정도겠죠. 그 때 어린 시자는 놀라서 엄마~ 엄마~ 하며 울며 도망갔습니다. 동자가 울면서 달릴 때 구지선사가 동자를 불렀습니다. 시자야! 동자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소리에 뒤를 돌아봤는데 그 순간 구지선사가 팍! 어린 시자의 마음이 확 열려버렸습니다. 어린 시자가 깨달아 버렸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죠? 바로 그 순간 손가락 법문은 오로지 동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달마어록 금강경의 모든 말과 개념과 이해는 단지 말이고 글일 뿐입니다. 즉 이 것이 불법이다. 이 것이 달마의 요체다 하는 말. 제 말도 숭산 큰 스님의 말도 조주의 말도 구지의 말도 이 모두가 말이고 글입니다. 그러나 말이나 글 그 자체로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숭산 큰 스님께 찾아와서 말하길 저는 달마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싶습니다. 큰 스님께서 내다 버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여기 글자 나부랭이 몇 자 안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이 가르침을 진정 깨닫는 것이 네가 할 공부다. 이 어린 시자는 스승이 가르치는 방편만 알았던거지. 이 손가락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의 삶을 어떻게 경험합니까? 삶이 무엇입니까? !

이상 현각스님의 달마어록7 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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