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화두는 하루에 5분만 해도...<육조사 현웅스님>

2007. 6. 15. 22:3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육조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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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깨달아야 하는 가를 확실히 알고 참선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속에서 간절한 마음이 일어나, 법문을 제대로 듣는 귀가 생깁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중생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무엇이 중생입니까? 자신이 타고난 지혜를 가리고, 그것을 등지고 밖으로 찾아다니는 것이 중생입니다. 하지만 밖에선 지혜를 구할 수 없습니다. 밖의 일은 항상 새옹지마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입니다. 진정한 지혜는 안에서 나옵니다. 밖의 것들을 놓아두고 살 때, 속에서 지혜가 나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았더니 수많은 책이 나와 있더군요. 그 중에는 좋은 책도 있지만, 쓸 데 없는 책도 많습니다. 자기 지혜를 등지니까 그 복잡한 책들이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타고난 지혜로 살아야 합니다. 밖에 끄달리면, 자꾸 남과 비교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에게 다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남의 것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문제는 물질의 가난이 아니라, 지혜의 가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자기의 마음을 바로잡는데 있습니다. 마음에 근심걱정의 구름이 끼어있으면, 사물이 굴절되어 보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간단하고 쉽습니다. 내 안에 부처가 있고, 그 부처의 지혜는 나와 남, 고금과 동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지혜를 생활 속에서 쓰라는 것입니다. 도(道)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날마다 실천해가는 것입니다.

중생이란 바로 그 지혜를, 자기 안에 있는 지혜를 스스로 가려버린 사람입니다. 석가가 ‘일체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깨달은 덕분에, 무수한 도인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스스로 가려놓고 있는 내 안의 불성만 드러나게 하면 됩니다. 이것이 불교입니다. 가려진 헛것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헛것임을 알면, 세파가 헛것을 건드려도 화낼 일이 없습니다. 참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자체가 껍데기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문제가 안 됩니다.

참선을 하는 데는 분심, 신심, 의심의 삼심(三心)이 필요합니다. 분심이란, 지금껏 나를 끌고 다닌 ‘중생’에 속아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분(忿)해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나와 남을 괴롭히며 살아왔습니까? 더 이상 속지 말아야겠다고 정신 차려야 합니다. 신심이란, 부처님이 우리는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신 말씀과, 배고픈 것을 아는 자성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고 믿는 것입니다.

 

배고픈 것을 아는 그것은 누구에게나 사실이니까, 그것이 바로 자성이니까, 자성이 내 속에서 분명히 작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의심이란 그 배고픈 것을 아는 자가 분명히 있는데, 딱 속 시원히 잡히지가 않으니 그게 무언지 의문이 가는 것이지요. 작용은 분명히 하는데 무엇이 하는지가 분명치 않으니, 그 작용하는 자를 살펴보는 거지요.

 

 

이렇게 참선의 필수요건인 삼심은 분명한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짐작으로 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리고 이미 해 본 사람, 선체험이 있는 사람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옳고 그른 것을 많이 따지게 되는데, 그런 시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분별심과 상식 등 알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배고픈 줄 아는 그 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게 참선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기복 불교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살 때 보니, 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 데가 마땅찮아요. 그래서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갑니다. 우리나라 불자들은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절에 가면,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다 보니 저절로 스트레스가 다 풀리지요. 기복 불교는 많은 분들이 정신병에 걸리지 않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면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야지요. 말 못하는 돌에다가 빌게 아니라, 자신이 바로 부처란 것을 아는 공부를 해야지요.

화두는 하루에 단 5분 만 해도, 그 효과가 하루 종일 갑니다. 화두가 잘 안되는 사람은 먼저 법문을 들어 혼란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난 다음에 화두를 잡으면, 관하는 힘이 생겨 잘 됩니다. 번뇌 망상을 무조건 배척하지 마세요. 번뇌 망상을 그대로 두고 깨치는 것입니다. 잘 들으세요! 시궁창 물을 그대로 두고 그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입니다!

번뇌 망상이 끊이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그 번뇌가 배고픈 줄 아는 자성, 부처의 씨앗과 함께 있다는 것을 떠올리세요. 둘이 함께 있으면 번뇌 망상이 신심으로 변해 갑니다. 그때 화두 공부를 시작하면 됩니다. 잘 들으세요! ‘자성’이란 무엇이냐? ‘스스로 아는 성품’입니다. 그 아는 성품에게 들키면 번뇌 망상이 맥을 못 추고 달아납니다. 부처가 내 집안의 주인이 되고 도둑인 번뇌는 이제 정체가 탄로 나서 쫓겨나가는 거지요.

 

따라서 언제나 참선을 하려는 사람은 믿음부터 준비하세요. 나도 부처라고 믿어야 합니다. 나도 배고픈 줄은 알잖아요! 화두를 들면 의식이 끊어지고 작용만 하는데, 그때 그게 뭐지? 이뭣꼬? 하고 묻는 겁니다. 그렇게 계속 해가면 의정독로(疑精獨露), 의정만 둥그러니 남게 되지요. 이대로만 하면 현실 속에서도 계속 화두가 들려지게 됩니다.

번뇌 망상이 오면 피하지 말고, 오히려 가까이 하세요. 번뇌를 통해 화두가 되는 겁니다. 번뇌가 있어야 깨달음이 옵니다. 흐린 물에 뿌리를 내려야 연꽃이 핍니다. 번뇌와 싸워 이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성과 함께만 두면 됩니다. 번뇌는 부분이지만 자성은 전체입니다. 부분은 전체에 흡수되고 맙니다. 온전한 불성이 마치 화로처럼 눈송이 같은 번뇌를 빨아들입니다.

 

그게 대승불교입니다. 내 생각으로 불성을 다루지 말고, 불성 쪽으로 내가 가야 합니다. 생각은 단지 작용 중에 나타난 부분적인 표현입니다.

하루 5분만 화두를 드세요. 이것이 나의 온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잘 적응하게 해줍니다. 일단 맛보면, 헛고생을 하지 않게 됩니다. 화두법을 만난 것은 우리들의 복입니다.”

출처 : 작은풀잎하나맘
글쓴이 : 아침햇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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