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이불음 樂而不淫 (제 3편 팔일)

2007. 11. 11. 16:53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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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이불음 樂而不淫 (제 3편 팔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관저(關雎)는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않고, 슬퍼하되 상하기에 이르지 않느니라.”
(子曰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

 

 

 <강독>

시경의 관저 편의 시를 칭찬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사람의 감정의 조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사람의 감정을 희노애락(喜怒哀樂)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조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일까.
특히 조화를 잃고 있는 요즘의 선정적 쾌락 위주의 대중문화나 슬픔이 인간의 바른 성정을 해치는 실태들을 볼 때 깊이 음미할 만하다.

 

 

<대화>

A; 낙이불음(樂而不淫)은 많이 듣는 말이지요.

 

 

B; 저는 나뭇잎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는 말로 알고 있었는데요.(落而不音) 웃음

 

 

C; 음란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에 있다기보다 마음의 상태가 아닐까요. 시대나 사회 문화에 따라 그 형태는 다 다르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옷 입는 모습을 이조 시대 사람들이 보았다면 아마 음란의 극치라고 생각했을테지요. 성(性) 문화도 그렇지요.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는 훨씬 개방적이지요. 네델란드에 갔다 온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까 성 개방이 대단해요. 그렇지만 음란하다는 생각은 안들었다는 거에요. 오히려 쉬쉬하면서 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음란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D; 음란을 꼭 남녀 관계나 성적(性的)인 면에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술 같은 경우도 그렇지요. 너무 과하게 하다보면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지요. 심하면 알콜 중독이 되고 마는데 도박이나 마약 요즘에는 섹스 중독이라는 말까지 있더군요.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든 너무 빠지거나 과하게 되면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반복되는 것이 문제이지요.  술을 즐기는 동안은 낙을 주지만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가 되면 고통으로 되지요. 그런데도 반복되거든요.

 

 

E; 무엇인가에 빠지는 경우는 그것이 술이던 다른 것이던 처음에는 어떤 즐거움이랄까 쾌감이 있으니까 시작하는데 그 쾌감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데서 무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결국은 낙이 없어지는데도 자기는 계속 그 상태(도취랄까)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 낙이 사라지는데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구요.

 

 

F; 저는 달이 밝으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이것도 문제 아닐까요. (웃음)

 

 

G; 그런 감흥은 좋은 것 아닌가요. 노래나 춤 때로는 시로써 표현하면 카타르시스도 이루어지고요. 미쳐버리면 안되겠지만.(웃음)
어쩌면 감정에 충실한 것이 내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정서적 안정도 되는 것 같아요. 빠지지 말라고 자신을 너무 절제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H; 절제라는 말은 뭔가 내면의 부자유를 동반하는 말 같네요. 오히려 자유로운 상태의 조화라고 하면 어떨지.

 

 

I; 저는 슬퍼서 상(傷)해 본 기억은 별로 없는데 김구 선생님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김구 선생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너무 슬픈 나머지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랐다는 거에요. 진짜로 몸을 상한 것이지요. 너무 슬픈 나머지 몸과 마음을 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심하면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구요.

 

 

J; 제가 들은 이야기인데 기쁨과 슬픔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을 정동장애라고 해서 하나의 질환(疾患)으로 취급하던데요.

 

 

K; 어디서부터 질환인지에 대해서는 그 사회나 문화적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요. 다만 여러 가지 극단에 이르는 감정의 부조화는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사회가 조장하는 면도 크거든요. 일종의 중독 문화랄까 하는 것이 있으면 보통의 사람 특히 의지가 좀 약한 사람은 쉽게 빠져드는 것 같아요. 결국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은 함께 갈 수 밖에 없지요.

 

 

L; 음(淫)과 상(傷)은 서로 다른 점도 있지만 감정의 심한 부조화가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 같네요. 제 경우는 저를 가장  상하게 하는 것은 화(怒) 같아요. 여기서는 말씀을 안하셨지만.

 

 

M; 화야말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가장 크게 상하게 한다는 점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음(淫)이나 상(傷)이 다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는 공통인 것 같은데 아마 화가 난 상태야 말로 자기를 잃어버리는 대표적인 경우 같아요.

 

 

N; 그런데 화가 나는 원인을 보면 대체로 자신의 에고랄까 아집 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결국은 자신의 아집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네요. 이렇게 보면 자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의 아집을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이 아닐까요.  아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어느 경우에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비록 자신의 실태가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