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知其仁 그 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제 5편 공야장)

2007. 11. 11. 17:07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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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知其仁 그 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제 5편 공야장)

 

 

② 공자께서 자천(子賤)에 대해 이르시기를, "이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군자로다. 만약 노나
라에 군자가 없었다면, 이 사람이 어찌 이러한 덕을 취할 수 있었으리오."
(子謂子賤 君子哉 若人 魯無君子 斯焉取斯)

 

 

③ 자공이 묻기를,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그릇이니라."
자공이 말하기를, "어떠한 그릇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호련(瑚璉)이니라."
(子貢問曰 賜也 何如 子曰 女 器也 曰 何器也 曰 瑚璉也)

 

 

④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옹(雍)은 어질기는 하나 말재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말재주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남을 상대로 말로만 넘길 것
같으면 오히려 자주 남의 미움만 사는 것이니, 그가 어진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말재주가 무
슨 소용이 있겠소?"
(或曰 雍也 仁而不  子曰 焉用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仁 焉用 )

 

 

⑤ 공자께서 칠조개(漆雕開)에게 벼슬을 하라고 하시자 칠조개가 대답하기를, "저는 아직 감
당해 내리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공자께서는 매우 기뻐하셨다.
(子使漆雕開 仕 對曰 吾斯之未能信 子 說)

 

 

⑥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가 행하여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나가게 된다면,
나를 따를 사람은 유(由)뿐일 게다."
자로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는 용맹을 좋아하기는 나보다  더하지만 사리를 분간할 줄 모른
다."
(子曰 道不行 乘  浮于海 從我者 其由與 子路 聞之 喜 子曰 由也 好勇 過我 無所取材)

 

 

⑦ (가)
맹무백이 묻기를, "자로는 어진 사람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잘 모르겠노라."
맹무백이 다시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는 천승의 나라에서 군무는 다스릴 수 있으나 그의 어짐에 대해
서는 잘 모르겠노라."

 

(나)
"구(求)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구는 천 실의 고을과 백승의 집에서 읍장이나 가재(家宰)  일은 맡
아서 함 직하나 그의 어짊에 대하여서는 잘 모르겠노라."

 

(다)
"적(赤)은 어떠한 사람입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시기를, "적은 예복을 갖추고 조정에서  빈객과 더불어 서로 이야기를 논할
만하지만 그의 어짊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노라."
(孟武伯 問子路 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
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 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
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⑧ 공자께서 자공에게 이르시기를, "너를 회(回)와 비교하면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
자공이 대답하기를, "제가 어찌 감히 회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
는 사람이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비교가 안되느니라. 나도 네가 회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
느니라."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而知十 賜也  聞一而知二 子曰 弗
如也 吾與女 弗如也)

 

 

<강독>

 

이 장들을 보면서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떠오른다. 편견이나 사심이 없이 보면 그 사
람이 그대로 보여 오는 것이다. 공자에게 제자들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읽
으면 그 정경이 떠올라온다.
실제로 어떤 사람을 사심 없이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나 어떤 재목인가가 보여 오지 않는
가.
그런데 사실은 '사심 없이'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편견이나 자신의 욕망이 투영되지만 않으면 그 사람(자신을 포함해서)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슴은 사슴으로 말은 말로 보이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도  인(仁)에 대해서는 부지(不知)라고 일관
(?)되게 말하고 있다.
보통은 사람에 대해 '모른다'고 할 때는 부정적인 생각,  비판이나 비난의 마음이 담기는 경
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그런 마음을 품었을까? 공자 쯤 되시는 분이  그렇지 않
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다!
공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인격의 총체를 인(仁)으로 표현하였는데 그 사람의 능력이
나 적성 같은 것은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니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속 마음 즉 심
층(深層)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이다!
그것을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사람을 침범하는 것이 되기 쉬운 것이다.
공자의 '不知其仁也'는 그렇게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화>

 

A; 자천(子賤)에 대해 설원(說苑)이나 한시외전(漢詩外傳)에 적혀 있는 것을 소개해 볼께요.
'자천은 어버이 같이 섬긴 사람이 세 사람이고, 형으로  섬긴 사람이 다섯 사람이고, 벗으로
사귄 사람이 열 두 사람, 스승으로 섬긴 사람이 한 사람이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말씀하시
기를, '어버이처럼 섬긴 사람들로부터는 효도를 배웠고, 형처럼 섬긴 사람들로부터는 공경하
는 것을 배웠고, 벗으로 사귄 사람들로부터는 자기의 편견을 깨닫고, 스승으로 모신  사람으
로부터는 과실을 고쳐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공은  요순과 같을 것이다.' 하며 칭찬했
다는 거에요.

 

B; 공자께서 자천을 군자라고 감탄하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이 군자의 요체가 아닐까요.

 

C;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공자를 노자나 석가와 비교하여 말하는 경우에  무아(無我)와 같
은 개념의 유무를 말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공자에게는 무아(無我)가 훨씬 실천적이고
구체적이라고 생각해요.
'진정으로 배운다'는 것은 무아집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무아(無我)'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한결 나아간 상태가 아닐까요.

 

D; 공자가 자공을 일러 호련(瑚璉)이라고 말한 것이 공자의 눈에  비친 자공의 모습이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공자의 말씀을 들었던 자공이라면 어떤 생
각이 들었을까요.
관상이나 사주로 그 사람의 운명을 점치기도 하지만  어쩌면 사심 없이 볼 수 있는 사람의
눈에 그 사람의 운명이 잘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 옹(雍)을 평하면서 '남을 구변으로 막아내면 남에게 자주 미움을 산다'는 말이 실감이 가
요. 실제로 진심이 없이 말재주로 사람을 대하고, 말재주로 넘기는 경우는 오히려 불신과 미
움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상대를 말재주로 이기려고 하는 경우는 더욱 심하고요.
자신은 일시적으로 만족할지 모르지만 상대에게 준 상처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아
요.
요즘 항간의 사건(황우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요즘 학교 교육에서 논어를 필수 과목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F' 칠조개가 벼슬할 것을 권유받고,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해 기뻐하셨다는 것이
참 좋게 다가 오네요. 그 자신 없다는 마음이 정말 소중하지 않을까요.
겸허함이면서 실제로 일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겠지요. 요즘의 세태를 볼 때 생각되는 점
이 많아요.  

 

G; 유(由)에 대한 평을  읽으면서 지용(智勇)을 겸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참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중에 결국 유(由)가 생애를 마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역시 그 성품
이 운명을 만든다는 생각이 드네요.

 

H; '不知其仁也'라는 말에서 공자의 중용(中庸) 사상이  느껴져요. 다른 사람의 고유한 주체
성이랄까 하는 것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I; 회(回)에 대한 말씀 가운데  '오여여불여야(吾與女弗如也)'에 대해 '나와 네가 다  같지 않
다' 즉 '너 뿐만 아니라  나도 안회만 못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안회의 뛰어남과 함께
그것을 아는 자공의 훌륭함도 칭찬하는 공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제자가 자기보다 낫다는 것을 마음 속에서부터 기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
잖아요.

 

J; 공자님은 제자들의 장점을 잘 말씀하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직을 운영하는
탁월한 기술도 느껴지구요. (웃음)

 

K; 기술만 가지고야 2천 수백년 영향력을 꾸준히 누려 오겠어요.
그 인간으로서의 완성도가 가장 큰 밑천이 아닐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