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없는 가을하늘/ 청매

2008. 7. 17. 13:1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구름없는 가을하늘/ 청매

 

 

雲盡秋空一鏡圓   구름 없는 가을 하늘 둥근 거울이여

 

寒鴉隻去偶成痕   외기러기 날아가며 흔적을 남기구나.

 

南陽老子通消息   남양의 저 노인네 이 소식을 알았으니

 

千里東風不負言   꽃바람 천리 사이 말없이 통해지네.

 

 


선사들 사이에 있었던 일화 한 토막이다. 중국의 유명한 선의 거장 마조도일(馬祖道一(709~788) 선사가 있었다.

어느 날 동그라미 일원상(一圓相)을 그려 경산도흠(徑山道欽713~792) 선사에게 보냈다. 이를 받아본 도흠은 일원상 가운데 점을 하나 찍어 다시 마조에게 되돌려 보냈다. 이 일이 소문나 남양혜충(南陽慧忠?~775) 국사가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음, 도흠이 마조의 속임수에 그만 넘어갔구나."


이조 중엽 청매인오(靑梅印悟1548~1623)가 있었다. 서산스님의 문하에 들어가 법을 얻은 스님으로 묘향산에서 서산스님을 모시고 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 스님을 따라 승병장이 되어 3년 동안 싸워 공을 세웠다.

유명한 십무익송(十無益頌)을 지었으며 그림에도 뛰어나, 광해군 때(1627) 왕명으로 벽계정심(碧溪淨心), 벽송지엄(碧松智嚴 ), 부용영관(芙蓉靈觀), 서산휴정(西山休靜), 부휴선수(浮休善修)의 오대 선사들의 영정을 그려 조사당에 모셨고, 만년에 지리산 연곡사에서 입적을 하였다.

 

문집으로 청매집(靑梅集)이 남아 있으며 이 시는 바로 청매집에 수록되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 날아가는 것을 보다가 문득 마조, 도흠, 혜충, 당대의 고승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화를 생각하고 자신의 심회를 읊은 시이다.

둥근 거울 같은 하늘이 일원상이고 외기러기가 도흠이 찍은 점이라는 말이다. 무엇 때문에 기러기가 날아가는가. 남양이 점찍은 일을 속았다고 했는데 기러기가 하늘에 속아서 날아간다는 말인가?

 

한 생각 일으키면 허물인데 한 생각 이전의 소식이 청매 자신과 남양 사이에 천리의 간격을 두고도 통해졌다는 뜻이다.


지안스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