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2권 11/11 오음이 본래 진여.
아난아, 어찌하여 오음이 본래 여래장인
오묘한 진여의 성품이라고 하느냐?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깨끗한
눈으로 맑게 개인 하늘을 볼 적엔 오직 맑은
하늘만 보일 뿐, 멀리 아무것도 없거늘 그
사람이 까닭 없이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서
오래도록 똑바로 보다가 피로해지면 곧
허공에서 또 다른 헛꽃이 보이며 또다시 몹시
어지러워 아무 모양도 없는 듯하니 색음도
그러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난아,
이 헛보이는 꽃은 허공에서 생긴 것도 아니며
눈에서 나온 것도 아니니라.
그러하다. 아난아,
만약 허공에서 생긴 것이라면 이미 허공에서
생겼으니 다시 허공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데,
가령 나오고 들어감이 있다면 그것은 곧
허공이 아니며, 허공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
라면 자연 그 꽃 모양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리니 마치 아난의 몸에
다른 아난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만약 눈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미 눈을 좇아
나왔으므로 다시 눈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니
이 헛꽃의 성품이 눈으로부터 나왔으므로
마땅히 보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인데, 만약 보는
주체가 있다면 나갈 적에 이미 허공에 꽃이
있으므로 돌아올 적에는 마당히 눈을 보아야
할 것이며, 만약 보는 주체가 없다면 나갈 때에
이미 허공을 가렸으므로 돌아올 적에도 마땅히
눈을 가려야 할 것이다.
또 헛꽃을 볼 적에 눈에는 마땅히 가리는 것이
없을 것인데 어찌하여 맑은 허공을 볼 적에만
깨끗하고 밝은 눈이라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색음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아난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손발이 편안하고 모든
뼈마디가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는홀연히 살아
있음을 잊은 듯하여 성품이 어긋나거나 순함이
없다가 그 사람이 까닭 없이 두 손바닥을 허공
에서 서로 비비면 두 손바닥에서 허망하게
껄끄럽거나 미끄럽거나 차거나 뜨거운 여러
가지 현상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 수음도 역시
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라.
아난아, 이 여러 가지 허깨비같이 허망한 접촉은
허공에서 온 것도 아니며 손바닥에서 나온 것도
아니니라.
그러하다. 아난아,
만약 허공에서 왔다면 이미 손바닥과 접촉하였
는데 어찌 몸에는 접촉하지 않느냐?
마땅히 허공이 이를 선택하여 와서 접촉하지는
않은 것이다.
만약 손바닥으로부터 나왔다면 손바닥이 합해
야만 비로서 나타나는 그런 현상은 없어야만 할
것이다.
또 손바닥에서 나왔으므로 합할 적에 손바닥이
느낀다면 뗄 적에는 접촉이 들어가서 팔과
손목과 골수들이 마땅히 들어갈 때 어떤 느낌이
있어야 할 것이니라.
반드시 느끼는 마음이 있어서 들어가고 나감을
안다면 자연 한 물건이 몸 가운데 오갈것인데
어찌 손바닥과 합해져야만 느끼는 것을 접촉
이라고 하느냐?
그러므로 수음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지
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신 매화 열미를
말하면 입 안에서 침이 생기고,까마득한 벼랑에
있는 것을 상상하면 발바닥이 저려오는 듯하니,
상음(想陰)도 역시 이와 같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아난아, 이러한 매실 이야기는 매실에서 생긴 것도
아니며 입을 좇아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라.
그러하다. 아난아, 만약 매실에서 생긴 것이라면
매실이 마땅히 스스로 말을 해야 할 것이거늘
어찌 사람이 말하기를 기다리며, 만약 입을 좇아
들어갔다면 마땅히 입으로 들어야 하리니 어찌
귀를 통해서만 듣느냐?
만약 유독 귀만이 듣는다면, 침은 어째서 귓속에서
나오지 않느냐?
높은 언덕에 서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매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므로 상음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급히 흐르는 물결이
서로 연속되어 앞과 뒤가 차례를 뛰어넘지 않는
것과 같으니 행음도 역시 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난아, 이와 같이 흐르는 성품이 허공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 아니며, 물로 인하여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물의 성품도 아니며, 허공과 물을 떠나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하다. 아난아, 만약 허공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면 곧 시방의 끝없는 흐름이 생겨서 세계가
자연히 모두 물에 잠겨야 할 것이며, 만약 물로
인해 있는 것이라면 이 급히 흐르는 물의 성품은
마땅히 물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능유(能有, 물)와 소유(所有, 급히 흐름)의 모양이
지금 당연히 앞에 나타나야 할 것이며, 만약 곧
물의 성품이라면 맑을 때에는 마땅히 물의 본체가
아닐 것이며, 만약 허공과 물을 떠나서 있는 것이
라면 허공은 밖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물
밖에는 흐름이 없어야 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행음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빈가병의
두 구멍을 막고 가운데는 허공을 가득히 채워
가지고 천 리나 되는 먼 다른 나라에 가서 사용
하는 것과 같으니, 식음(識陰)도 역시 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아난아, 이러한 허공은 저쪽에서 온 것도 아니며
이쪽에서 들어간 것도 아니니라.
그러하니라. 아난아,
만약 저쪽에서 온 것이라면 본래 병 가운데에
이미 허공을 담아 가지고 갔으므로 본래의
병이 있던 곳에는 마땅히 허공이 조금 줄었어야
할 것이며, 만약 이곳으로 들어갔다면 구멍을
열고 병을 기울일 적에는 마땅히 허공이 나오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식음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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