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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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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학 품(敎學品) 3
옛날 부처님은 라아자그리하국의 영추산에 계시면서, 여러 하늘사람들과
국왕과 대신들을 위해 단 이슬 법을 말씀하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있었으니 굳세고 사나우며 용맹스럽고 씩씩하였다. 부
처님은 그의 뜻을 알고 그를 산 뒤에 있는 귀신 골짝에서 나무 밑에 앉게
하고 숨길을 세면서 안정을 찾게 하였다.
『숨길의 길고 짧음을 헤아려, 아아나파아나아로 뜻을 지키어,
구하는 마음을 끊고 괴로움을 없애어야 열반을 얻을 수 있느니라.』고 말
씀하셨다.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그 골짜기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하
였다. 그러나 그는 그 산중에서 다만 귀신의 말소리만 듣고 형상은 보지
못하였다. 다만 그 음성만 있기 때문에 두려움에 숨길을 죽이고 겁이 나서
안정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으로 뉘우치고 돌아가려 하다가 스
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집에 있으면 큰 부자의 종족(宗族)이다.그런데 집을 나와 도를 배우
면서도 편안을 얻으려고 한다.
지금 귀신이 사는 깊은 산중에서 아무 친구도 없고 또 다니는 사람도 없는
데, 다만 귀신만이 자주 와서 사람을 두렵게 한다.」
생각이 이에 미치기전에 부처님은 곁에 오시어 한 나무 밑에 앉아 그에게 물
으셨다.
『너는 혼자 여기서 아무 두려움도 없느냐.』
비구는 머리를 조아려 사뢰었다.
『아직 이 산에 들어온 적이 없었아온데, 처음으로 여기 있아오니 실로 두렵
나이다.』
조금 있다가 어떤 큰 들코끼리가 곁에 와서 한 나무를 의지하고 누워 혼자 마
음으로
「여러 코끼리들을 멀리 떠나 있으니 얼마나 유쾌하냐」고 기뻐하였다.
부처님은 코끼리의 마음을 아시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코끼리가 어디서 여기 온지를 아느냐.』
비구는 대답하였다.
『알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코끼리는 크고 작은 권속이 五백 여 마리인데, 작은 코끼리들을 귀찮게
여겨 그것들을 버리고 여기왔다. 그리고 나무를 의지하고 누워 스스로 생각
하되 「은정(恩情)과 애욕의 감옥을 떠나 얼마나 유쾌하냐」고 한다.
이 코끼리는 짐승인데도 오히려 한적한 것을 좋아하거늘, 하물며 너는 집을
떠나 세상을 벗어나려 하면서, 혼자 있다고하여 친구를 구하려 하는가.
어리석고 어두운 친구는 손해가 많은 것이다. 혼자 있으면 적이 없고 또 일을
꾀하여 의논할 일도 없다. 그러므로 차라리 혼자서 도를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친구를 짝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에 부처님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길을 배우는데 친구가 없다.
착한 벗을 얻지 못하거든
차라리 혼자서 선을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친구와 짝하지 말라.
계율의 행을 즐겨하는데
친구를 만들어 무엇하랴.
혼자 착하면 근심 없나니
마치 빈 들의 코끼리 같으리.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때 그 비구는 뜻이 풀리어 마음속으로 거룩한 가르
침을 생각하고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골짝이 귀신들도 모두 그 설법
을 듣고 이해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들은 경계하는 분부를 받들어 다시는 사람들을 침노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비구와 함께 절로 돌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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