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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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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문 품(多問品) 2
옛날 부처님께서 코오삼비이국의 미음정사(美音精舍)에 계시면서 네 무리를
위하여 널리 큰 법을 연설하셨다.
그때 어떤 범지 도사가 있었다. 그는 지혜가 넓고 온갖 경전을 두루 통달하
여, 어떤 일에도 꿰뚫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랑하고 뽑내어
천하에 견줄이가 없다 하면서, 상대를 찾아 다녔으나 감히 상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대낮에 횃불을 들고 성 안 시장 복판을 다녔다. 어떤 사람이 그
에게
『왜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느냐.』
고 물으면, 그는 대답하기를
『세상 사람이 모두 어리석고 어두워 눈으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횃불을 들고 비춰 주는 것이다.』
고 하였다. 그러나 감히 그에게 대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처님은 그 범지가 전생에 복을 심었기 때문에 제도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러나 그는 뽑내며 명예를 구하고 목숨이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너무 교만하였다. 그 방자함은 장차 태산(泰山) 지옥에 떨어져 수없는 겁을
지나도 거기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부처님은 곧 한 사람의 어진이로 변신하여 어떤 가게앞에 앉아 그 범지를
불렀다.
『왜 그런 짓을 하느냐.』
범지는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우매하여 밤·낮으로 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횃불을 들어
비춰 주는 것이다.』
어진 이는 다시 물었다.
『경전에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데 너는 그것을 아는가.』
『알 수 없다. 무엇을 네 가지 밝은 법이라 하는가.』
『첫째는 천문 지리에 밝아 사시(四時)를 조화하는 것이요,
둘째는 하늘의 별에 밝아 오행(五行)을 분별하는 것이며,
셋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밝아 교화하는 방법이요,
넷째는 군사를 거느림에 밝아 튼튼하게하여 실수가 없는 것이다.
너는 범지로서 이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가.』
범지는 부끄러워 횃불을 내리고 합장하고는,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그 뜻을 아시고 곧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셨다. 빛나는 광명은 온
천지를 환히 비추었다.
그리고 곧 범성(梵聲)을 내어 그 범지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조금 아는 것이 있다하여
스스로 뽑내 남을 업신여기면
마치 장님이 촛불을 잡는 것 같아
남을 비춰주나 자신은 밝히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 게송을 마치시고 그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누구 보다도 제일 우매하면서 대낮에 횃불을 들고 큰 나라로 들어와 다
니는구나, 네가 아는 것이란 한 티끌과 같지 않은가.』
범지는 이 말씀을 듣고 부끄러워하는 빛을 띠면서, 머리를 조아려 제자 되
기를 원하였다.
부처님은 곧 받아들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그는 뜻이 풀리고 망녕이 그치어 곧 아라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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