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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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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욕 품(愛欲品) 2
옛날,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이국에서 신과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성 안에 어떤 바라문의 장자가 있었다.
그는 무수한 재물이 있었지만 사람됨이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남에게 보시하기
를 좋아하지 않아, 식사 때에는 항상 문을 닫고 사람이 오는 것을 꺼리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에는 문지기에게 명령하여 문을 굳게 닫고 어떤 사람도 함
부로 문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따라서 물건을 빌리러 오는 사문이나 바라문도 그를 만나볼 수 없었다.
그 때 장자는 갑자기 맛난 음식이 먹고 싶어, 그 아내에게 분부하여 음식을 만
들게 하였다.
살찐 닭을 잡고 생강과 후추를 발라 익히게 하였다. 그리하여 음식이 상에 차려
졌다. 그는 문지기에게 명령하여 밖의 문을 잠그고는 아이를 가운데 앉히고 부부
가 함께 그것을 먹었다.
부모는 닭고기를 떼어 아이 입에 넣어 주었다. 이렇게 계속 먹으면서 조금도 쉬
지를 않았다.
부처님은 장자가 전생의 복이 있어 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한 사문으로 화
(化)하여, 먹는 자리를 살펴 보고 그들이 앉은 자리 앞에 나타나 축원하시고 말씀
하셨다.
『내게 조금만 보시하면 큰 부자가 될 것이다.』
장자는 머리를 들어 그 변신한 사문을 보고 꾸짖었다.
『너는 사문으로서 부끄러움이 없구나. 가족끼리 앉아 음식을 먹는데 왜 이리 당
돌한 짓을 하는가.』
사문은 대답하였다.
『그대야 말로 어리석어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금 나는 걸식하는 사람인데 왜 부끄
러움을 모른다고 하는가.』
장자는 물었다.
『나는 우리 가족끼리 즐기고 있는데 왜 부끄럽겠는가.』 사문은 대답하였다.
『그대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아 원수를 공양하면서도 부끄러할 줄
을 모르고 도리어 걸식하는 사람을 보고 「왜 부끄러워하지 않는가」고 말하는구나.』
그리하여 사문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생겨나는 가지는 끊을 줄 모르고
다만 음식만 탐하여 먹고
원한을 길러 무덤만 늘이니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허덕인다.
아무리 감옥에 자물쇠를 채워도
지혜로운 사람은 튼튼하다 않나니
어리석은 사람이 단장한 처자를 보고
탐착하는 애욕을 튼튼하다 하느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애욕은 감옥이니
깊고 튼튼해 벗어나기 어렵다」고.
그러므로 그것을 끊어 버려라
애욕을 멀리하면 편안하리니
장자는 게송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도인은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사문은 대답하였다.
『그 상 위의 닭은 바로 전생의 그대 아버지로서 그는 항상 인색하고 탐하기
때문에 늘 닭으로 태어나 그대에게 먹히었다. 그 아이는 전생에 라찰(나쁜 귀
신)이었고 그대는 상인(商人)으로서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풍랑을 만나
라찰 나라로 떠내려 가서 라찰에게 잡혀 먹히었다.
그리하여 라찰은 五백 세상을 지낸 뒤 목숨을 마치고 그대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대의 남은 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대를 해치려 하는 것
이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는 바로 전생의 너의 어머니로서 은정과 애욕이 깊고 단단
하였기 때문에 지금 돌아와 네 아내가 된 것이다.
지금 그대는 어리석고 미욱하여 전생 일을 모르기 때문에
아버지를 죽여 원수를 기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아, 다섯 길에서 나고 죽으면서
끝없이 헤매었던 것이다. 다섯 길을 돌아 다니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오직 이 도사만이 그런 것을 알 수 있고, 너는 어리석어 알지 못하니 어찌 부끄
럽지 않겠는가.』
이에 장자는 두려워하여 갑자기 온 몸을 털고 일어났다.
부처님은 위신의 힘으로 그로 하여금 전생 일을 알게 하였다.
장자는 부처님을 만나 전생 일을 알게 되어 부처님께 참회하고 감사하면서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곧 스로오타아판나의 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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