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 08. 가섭의 걸식

2009. 5. 20. 10:3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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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섭의 걸식 부처님께서는 대가섭(大迦ⓣ)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지 않겠는가"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옛날 가난한 마을에서 걸식하던 일이 생각나기 때문 입니다. 그때 유마힐이 저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대가섭이여, 자비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널리 베풀지 않고 어찌 부자를 버리고 가난한 사람에게서 걸식 합니까? 가섭이여, 평등한 법에 머물러 마땅히 순서에 따라 걸식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요소로 뭉쳐진 육체를 깨뜨리기 위해서 음식을 먹어야 하며 받지 않기 위한 까닭으로 마땅히 그 음식을 받아야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라는 생각으로 마을에 들어가야 하며, 형상을 보아도 장님과 같이 대해야 하며, 소리를 들으면 메아리를 듣는 듯, 향내음을 맡아도 바람과 같이 맡고, 먹고도 맛을 분별하는 일이 없어야하며, 온갖 감촉을 느껴도 번뇌를 끊어버린 깨달음의 경계에서 느껴야 합니다.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을 환상(幻相)처럼 알아야 하며, 법에는 자성(自性) 타성(他性)도 없으므로 그 자체로서는 생기지 않으므로 지금도 멸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음식을 보시하는 사람의 복덕도 대소(大小)의 차별이 없습니다. 손득(損得)을 떠날 때야말로 부처님의 길에 바르게 들어간 것이며, 자신의 깨달음만을 생각하는 성문(聲聞)의 길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섭이여, 만약 이와 같이 먹는다면 남의 보시를 헛되이 먹었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와 같이 설하는 말을 듣고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보살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속가의 사람도 변재와 지혜가 이와 같구나. 그 누가 이를 듣고서 가장 높은 부처님의 깨달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랴? ' 저는 그후 다시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깨달음만을 위해 닦는 성문과, 자기 혼자서 깨달음의 기쁨에 젖는 벽지불 ( 支佛)의 수행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제가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 유마경(維摩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