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나의 설법
부처님께서 부루나(富樓那)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문병하지 않겠는가?"
부루나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옛날 커다란 숲속의 한 나무 밑에서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하던 일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때 유마힐이 찾아와 저에게 말했습니다.
`부루나여, 마땅히 먼저 선정에 들어 이들의 마음을 관찰한
후 법을 설해야 합니다.
더러운 음식을 보물그릇에 담아서는 안됩니다. 마땅히 이
제자들이 바라는 바를 알아야 합니다.
유리를 수정(水精)과 동일시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대는 중생의 근원을 알 수 없습니다. 소승의 가르침으로
그 마음을 일으키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로 하여금 부스럼이 없는데 긁어서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큰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작은 길을 가리키지 마십시오.
큰 바닷물을 소의 발자국에 넣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햇빛을 저 반딧불과 동일시 해서는 안됩니다.
부루나여, 이들 제자들은 이미 대승심(大乘心)을 발한 지
오래 되었지만 도중에서 그 마음을 잃었을 뿐입니다.
어찌 소승의 가르침으로 그들을 이끌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소승은 지혜가 미천함이 마치 장님과 같고
모든 중생의 능력이 날카롭고 무딘 것을 분별하지 못합니다.'
그때 유마힐은 곧 삼매에 들어 이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숙명(宿命)을 알게 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만 수도하는 성문(聲聞)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추고 있는 능력을 밝게 살피지 않고서는
설법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제가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 유마경(維摩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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