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 09. 수보리의 식사

2009. 5. 23. 11:3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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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보리의 식사 부처님께서 수보리(須菩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에게 문병하지 않겠는가?" 수보리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유마힐을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옛날 그의 집에 들어가 걸식하던 일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때 유마힐은 제 발우에 음식을 가득담고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수보리여, 만약 먹는 것에 대하여 평등할 수 있다면 모든 것에 대해서도 평등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하여 평등할 수 있다면 먹는 것에 대해서도 평등 합니다. 이와 같이 걸식할 수 있다면 주어진 것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보리여, 만약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어두운 마음의 어리석음을 버리지 않고 그것들과 함께 있는 것도 아니며, 이 몸의 영속적인 실재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도 절대평등한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마음의 어리석음과 탐욕을 없애버리지 않고서도 지혜의 밝음과 탐심(貪心)으로 부터의 해탈을 성취하고, 오역죄 (五逆罪)를 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깨달음을 얻고, 결박되어 있는 것도 해방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소승의 성자(聖者)와 같이 거룩한 네 가지의 진리를 보는 것도 보지 않는 것도 아니며,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며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행위를 떠난 것도 아니며, 성자도 성자 아닌 것도 아니며, 이렇게 모든 존재를 존재로서 인정하지만 그들의 실상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먹어도 좋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저는 이 말을 듣고 망연하여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곧 발우를 내려놓고 그 집을 나오려고 하자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수보리여, 두려워하지 말고 발우를 드십시오.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여래께서 신통력으로 보이시는 환화인(幻化人)이 만약 이 일을 힐책한다면 두려워하겠습니까? 저는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모든 존재는 마치 꼭두각시의 모습과 같습니다. 그대는 지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모든 언설도 이 꼭두각시의 모습을 떠나지 못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문자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두려워할 바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자의 성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가 없는 것이 곧 해탈입니다. 해탈의 모습이란 곧 모든 법인 것입니다.' 유마힐이 이와 같은 법을 설했을 때 이백천자(二百天子)는 모두 진리를 바르게 보는 눈[法眼淨]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 유마경(維摩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