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라제목차를 존경하라(2)
③병든 이가 쾌차해짐을 얻음과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살계는 어떤 마음의 병이라도 능히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병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요, 약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病不能殺人 藥不能活人)”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곧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명은 업(業)이 좌우합니다. 중생의 업력(業力)이 바로 천명인 것입니다. 그리고 업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불현듯이 일어나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에 의해 더욱 깊게 쌓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살계를 받아 지니면 불현듯이 일어나는 삼독심이 저절로 고개를 숙이면서 청정한 계행과 선정과 지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명업력(無明業力)이 아닌 해탈력(解脫力)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맑으면 몸이 맑아지고 몸이 맑으면 병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어찌 보살계를 지니는 힘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④ 갇혔던 이가 감옥을 벗어남과 같다.
중생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바로 감옥입니다. 처자권속의 인간관계로 얽혀 있고, 시간과 공간과 물질 속에서 얽매어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장소와 어느 시간도 실지로 우리를 얽어매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나 자신의 업력이 그 모든 것과의 관계를 부자유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보살계를 받아 지니면 이와 같은 부자유는 저절로 사라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은 감옥이 아니라 자유의 세계로 바뀝니다. 삼독을 벗어난 맑은 삶, 당당한 삶, 자유로운 삶을 보살계가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⑤ 멀리 갔던 이가 집에 돌아옴과 같다.
이 비유 속에는 ‘멀리 갔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느 곳으로 멀리 갔으며,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까? 이 비유를 천리 만리 떨어진 타향으로 객관화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현실 속의 우리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작 없는 옛적부터 중생들은 고향을 등지고 살아왔습니다. 일심(一心)의 원천을 등지고 무명의 바람에 휩싸여 끝없이 흘러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보살계를 받아 몸과 말과 뜻을 거두어 잡음으로써 우리는 그 오랜 방황을 끝내고 일심의 원천으로 되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마음의 고향! 이것을 이 비유에서는 ‘집에서 돌아오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 비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살계는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마음의 풍요를 줄 뿐만 아니라 참된 해탈의 세계, 참된 고향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더없이 소중한 스승이십니다. 그러므로 이 송계서에서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더 계실지라도 이와 다름이 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진정 보살계를 부처님과 같이 받들고 지니고 존경하는 불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 國軍은 죽어서 말한다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온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코바 크레믈린 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 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 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고.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는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