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8. 20:2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범망경
1) 삼신불(三身佛)
그런데 앞에서도 여러 번 나온 사항이지만, 노사나불과 1천 부처님과 천백억 석가모니불의 관계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살펴볼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몸을 중생의 견해에서 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편에서 보면 큰 부처님, 작은 부처님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가짜 부처님, 진짜 부처님이 계실 수 없지만 중생의 경계에서는 일단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삼신불(三身佛)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조선조(朝鮮朝) 태조 이성계(李成桂)와 왕사(王師)인 무학대사(無學大師)와의 대화와도 같은 것입니다.
어느 날 태조는 무학대사에게 심심풀이로 상대에 대해 욕설을 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태조는 무학대사를 비웃으며 먼저 농을 던졌습니다.
“ 제가 대사를 뵈오니 꼭 주린 개가 변소를 기웃거리는 기구망측지상(飢狗望廁之相)입니다.”
“산승이 대왕을 뵈오니 틀림없는 부처님이신 듯합니다. ”
이태조는 무학대사의 말씀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욕설을 하기로 약정을 했는데 반대로 칭찬을 하니, 그것은 아첨배들이나 하는 속된 모습이요 자신이 기대하고 존경해마지 않던 왕사의 진면(眞面)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스님, 욕을 하기로 하시고 그게 무슨 당치않은 말씀이십니까? 스님께서도 설마 유생들과 같은 군신의 예(君臣之禮)에 얽매어 마음에 없는 억지 거짓을 말씀하신 것이라면, 참으로 실망이 큽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산승의 뜻은 돼지의 눈에는 사람도 다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삼계의 중생이 다 부처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
이렇게 하여 이태조는 보기 좋게 돼지꼴이 되어 자신의 패배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경지에서 보면 보신과 화신이 그대로 법신이고, 법신이 그대로 화신이요 보신이여서 일체가 하나고 하나가 일체인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切 一切卽一)의 도리일 뿐입니다. 그러나 중생은 하나가 곧 일체임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공을 이야기하면 현상을 등지고, 인연과 인과를 말하면 그것에만 집착하여 본래 공하고 본래 청정무위(淸淨無爲)인 본성을 외면하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불가불 8만 4천 법문도 하시고 삼신불도 말씀하시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의 삼신 중 법신(法身)은 항상 머물러 변치 않고 진실하며, 모든 곳에 두루하여 있는 평등한 진리 그 자체의 몸입니다. 이를 달리는 진여법성신(眞如法性身) 또는 여래장신(如來藏身)이라고도 하지만, 가장 함축성 있게 진리의 몸, 곧 법신이라고 한 것입니다. 《대반열반경
大般涅槃經》금강신품(金剛身品)에 “여래의 몸은 금강신(金剛身: 무너지지 않는 진리)이니라. 그대는 온 마음을 기울여 이 뜻을 생각하라. 여래는 음식을 먹는 몸이 아니니라. 마땅히 다른 이에게도 여래는 법신이라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육신으로 생을 유지하는 분이 아닙니다. 음식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며 사는 어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의 몸은 법의 몸이요 진리의 몸이시고, 물질과 생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실상(實相)의 몸인 것입니다.
보신(報身)은 보불(報佛) ·보신불(報身佛)· 수법보불(受法報佛)· 수락보불(受樂報佛)이라고도 합니다. 보살로서 만행(萬行)을 닦는 인위(因位)에 계실 때 세운 원(願)과 수행의 결과로 얻게 된 부처님의 몸이라는 뜻입니다. 이 보신불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극락세계와 같은 부처님의 정토를 만들어서 중생을 인도하여 이고득락(離苦得樂)케 하고, 마침내는 마음을 깨달아 성불하게 하시는 부처님입니다. 예컨대 아미타불(阿彌陀佛)은 아득한 과거세에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의 감화를 받은 법장(法藏) 비구가 48원(願)을 세워 210억의 국토에 수없이 태어나면서 장구한 세월을 두고 수행한 공덕으로 극락세계를 건설하셨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아미타불을 일념으로 생각하고 염불하면 모두 다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아미타불을 뵙고 성불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처님의 정토는 모두가 아미타불과 같은 보신불에 의해 설립되며, 부처님의 정토에서 보살이 법의 즐거움을 받는 것도, 이 곳에 태어나는 모든 중생이 즐거움을 받는 것도 모두 이 보신불에 의한 것입니다.
화신(化身)은 보신을 보지 못하는 중생을 위해서 중생의 근기(根機), 곧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능력과 성격 등에 응하여 모습을 나타내는 부처님을 말합니다. 2천 5백년 전에 장육금신(丈六金身:열 여섯 자 금빛 몸)을 가지고 가비라국 정반왕의 싣달타 태자로 출현하신 석가모니불은 바로 화신불입니다.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구제하시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사바세계에 오신 것을 말합니다.
이들 삼신불의 상호관계를 《염불삼매보왕론 念佛三昧寶王論》에서는 달과 달빛과 달의 그림자에 비유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이것을 ‘일동삼신(一同三身)’이라고 합니다. 곧 법신의 이체(理體)가 유일하고 상주불변(常住不變)한 것을 달 그 자체[體]에 비유하였고, 보신이 이체에서 생겨나 일체를 비추는 것을 달의 빛에 비유하였으며, 기연(機緣)에 따라 변화하여 나타내는 화신을 물에 비치는 달의 그림자에 비유한 것입니다.
특히 《화엄경》이나 《범망경》에서는 법신과 보신과 화신이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하나인 ‘즉일(卽一)’의 관계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노사나불은 연화대장세계라고 하는 정토를 건립하시고 그 위에 보신을 나투셨으며, 다시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불로 화현(化現)하셨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노사나불이 계신 연화대장세계 주변에는 1천 잎으로 이루어진 연꽃이 있고, 그 한 잎이 하나의 세계가 됩니다. 그러므로 모두 1천 세계가 있게 되는데, 노사나불이 1천의 석가모니불이 되어 1천 세계를 각각 맡아 계십니다. 그리고 이 한 잎의 세계에는 백억의 수미산(須彌山)과 백억의 해와 달, 백억의 사천하(四天下), 백억의 남염부제(南閻浮提:四天下 가운데 남쪽에 있는 세계로서, 4대주 가운데 오직 여기에만 금강좌가 있어 부처님이 성불하여 출현하신다)가 있어 백억 보살 석가 화신불이 백억의 보리수 아래 앉으셔서 각각 보리살타의 심지법문을 설하시며, 다른 999석가모니불도 각각 백억의 석가를 나타내어 천백억 석가가 이와 같이 보살의 심지법문을 설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상과 같은 삼신불과 관련시켜 보면 “그 때에 석가모니불께서는 처음에 몸을 나투셨던 연화대장세계로부터 동쪽으로 오시어 천왕궁에 드시었다(爾時 釋迦牟尼佛 從初現蓮花臺藏世界 東方來入天王宮)”고 한 경문 속의 석가모니불은 노사나불을 법신으로 삼아 이 시대 이 세계의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몸을 나타내신 화신불임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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