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9. 21:1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내 발의 때를 바라보며....
내 고향은 전라남도
화순군 남면 검산리라는 산골 마을이다.
산길을 지나 몇 개의 마을 너머로
어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내신 외갓집이 있었다.
이바지 가시는 어머니 따라 외가에 갔을 적 이야기다.
정이월이 다 갈 무렵이라 날씨는 쌀쌀했지만
어머니 따라 간다는 것도 그렇고
엿이며, 고구마, 곶감이며,
가래떡에 찍어 먹는 조청 맛도
추억으로 남아 있고 해서 기쁜 얼굴로 따라갔다.
그런데 외갓집에 도착해서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맛있는 것도 다 얻어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그 시절은 다들 그렇듯이
방이 많지 않아서 한 방에 여럿이 끼어 자야 했다.
잠자리에 들어 양말을 벗다가
슬그머니 다시 신어야 했다.
아뿔싸!
발이 글쎄 ‘까마귀 사촌은 저리 가라’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저녁마다 씻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 방학을 지내느라
발이 새까매진 것을 그제야 발견한 것이다.
누가 볼 새라 다시 양말을 신고
잠을 청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화두話頭가 잡혔다.
‘어떻게 남모르게 깨끗이 씻는다?’
다음 날 점심 먹고
외갓집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나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겨울 지나오는 봄물에 빨래하러 나와 있었다.
아주머니들의 걱정하는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발 저 발 담그면서 한나절을 물에서 놀았다.
해질녘이 되어서 미끌거리고 간질거리는
발 감각을 안고서
고무신 안에 들어있는 양말을 살짝 벗어 내렸다.
그랬더니
웬만한 때들은 다 물을 따라 가버리고
그야말로 몽글거리는 돌멩이로
조금만 문질러도 다 벗겨질 때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속으로 환호를 하며 나머지 때를 씻었다.
그런 뒤에 외갓집으로 달려가서 큰소리로 말했다.
“외할머니! 발 씻게 물 주세요.”
외할머니는 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우리 손주 착하구나.” 하시면서
기르고 있는 소에게 먹이로 줄
소죽 쑨 따뜻한 물을 한 대야 주셨다.
자랑스럽게 발을 씻고서
그날 밤은 양말을 벗고 편히 잘 수 있었다.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는 알았던 발의 때처럼
내 마음에 낀 때를 바라보며 사는 것이 수행의 삶이다.
얼음장 밑으로
맑게 흐르는 냇물을 생각하면서
가끔은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맑디맑은 물과 양말 속의 발을 비교해 본다.
*이 글이 좋은 생각에 실렸을 때
고향의 이웃집 어르신께서
전화를 주셨더랬지요.
누구냐고..?
혹시 누구 친구 아니냐고...
저는 맞다고 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얼마 뒤 찾아가서 어르신도 뵙고
그 분의 조카인 친구도 만나고...
그랬지요.
그 시골 동네 친구 가운데
대학 간 아이가 둘인데
저와 그...
그 아닌 대학교의 총장이 되었고
저는 그냥 스님이 되었지요.
소중한 인연입니다.
온누리 법현 합장
인생은 길고 가능성은 무한대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이 어느 날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이미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데 어째서 배움을 멈추지 않으십니까?"
이에 아인슈타인이 재치 있고도 뼈 있는 대답을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차지하는 부분을
원이라고 하면 원 밖은 모르는 부분이 됩니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할
수 있는 미지의 부분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지금 저의 원은 여러분들 것보다 커서 제가
접촉한 미지의 부분이 여러분보다 더 많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데 어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과거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와 미래다.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새로운 시작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끝마무리로 볼 것인가는
자기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면 된다.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 보기보다는
개척해야 할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한다.
【 출처 : 좋 은 글 중 에 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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