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 답장편지

2010. 1. 12. 21:1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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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동생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까요?


  존경하는 숭산선사님.
선사님께서는 아마 저를 모르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사님을 몇 번 뵙지 못했거든요. 지난 여름에 선사님의 기도법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누군지 모르시더라도 저에게 무언가 조언을 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지난달 제 여동생 팸이 너무나도 괴이하고 외롭게 죽었습니다. 제 가족들은 업이 어렵게 얽혀 있고, 우리들에게는 혼란과 고통만 있을 뿐입니다. 팸은 일년 반 동안 하반신 마비였습니다.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기도하다가 결국 세 군데가 부러졌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그치질 않습니다.

예전에도 동생과 가까웠지만, 그 일이 일어난 후에는 더욱 가까워져서 텍사스로 동생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편지도 많이 썼었지요. 저는 팸을 끔찍이 사랑했어요. 그 아이는 아주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랑스럽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마음을 지녔었죠. 그러다가 지난달 갑자기 차를 몰고 떠나버렸습니다.

동생은 자기 스스로 운전할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차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팸은 북부 텍사스까지 차를 몰고 가서, 어머니께 두 번 전화를 한 뒤 여러 날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동생은 결국 숲 속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 애는 차 밖으로 나와 휠체어를 타려다가 땅에 넘어져 숲 속에 고립되었고, 불도 피웠던 것 같지만 그곳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피할 곳이 없는 데다가, 먹을 것도 없어 굶어 죽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지난 수년간의 세월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두 번이나 정신병원 입원했었고, 최근 3년간은 정상적인 마음을 되찾기 위한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팸을 위하여 진정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고 참으로 많은 일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버리다니 이 슬픔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 아이도 떠날 때 가슴에 많은 한과 고통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아이의 유골은 저의 집에 있는 불단에 안치되었고, 저는 그곳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낍니다. 선사님께 두 가지를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첫째, 죽은 팸을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좌선을 할 때면 그 아이를 찾아 헤매곤 합니다. 항상 그 아이의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고, 가끔은 제가 그 아이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일 밤 염불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 아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고, 그 아이가 어디에 있든지 도와주고, 그 아이가 고통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둘째, 어떻게 하면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한 제 자신과 제 가족들을 정화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제 막 정신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 초보자입니다. 제가 올바른 정신을 가질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 자신이 아주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고통과 불행을 겪게 하는 업에 대하여 조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사님께서 어떤 말씀이든지 해주신다면 그 보다 더 큰 은혜가 없을 것입니다. 비탄과 함께 커다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내면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눈물로 이 편지를 씁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뉴욕에서 쉴러 올림




 

  쉴러에게
보내주신 편지 감사히 받아보았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보내주신 편지를 읽고 나 역시 몹시 슬펐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동생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진한 사랑도 이해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생은 매우 강한 업, 같은 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죽자, 당신의 마음도 죽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느낌일 뿐입니다. 만일 당신이 당신의 느낌에만 빠져 있으면, 당신은 동생을 도와 줄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은 물론이고 당신의 가족도 도와 줄 수 없게 됩니다. 느낌은 느낌 그대로 두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의 마음의 빛이 동생과 가족에게 비추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다음 생에서는 이런 슬픈 일들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당신이 이 슬픈 느낌에만 걸려 있으면, 다음 생에서도 이 같은 슬픈 일들이 다시 생겨나게 됩니다.

모든 일들은 어떤 원인에서부터 나오고 결과로 이끌어 집니다. 당신이 과거의 생에서 한 어떤 행위가 이번 생에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만일 이번 생에서 이 느낌들을 사라지게 하지 않으면, 이것이 원인이 되어 다음 생에 똑 같은 결과를 다시 불러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윤회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때문에,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이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슬퍼하고, 울부짖고, 괴로워합니다.

당신이 업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더 이상 결과에 매달리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괴롭지 않을 것입니다. 울 때는, 울기만 하십시오. 울음이 그치면, 끝난 것입니다. 맑은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맑고, 올바른 업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느낌에 걸려들지 말고, 아무 것도 만들지 말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마세요. 모두 내려놓으세요! 그렇게 하면, 당신의 마음은 맑아지고, 당신 마음의 빛이 온 누리를 비출 것입니다. 이것을 법력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빛이 동생과 가족들 모두에게 비출 것입니다. 그러면 원인은 사라져 버리고 고통과 슬픔은 다시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정신병원에 있었다고 하였으니. 매우 힘들었겠군요. 혼자 수행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선원에 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것입니다. 다른 이들과 더불어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절하고, 함께 좌선하고 함께 공양하고 함께 염불하고 함께 일하면 모든 이들이 당신의 나쁜 업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면 당신의 견해 당신의 조건 당신의 상황을 완전히 내려놓기가 수월해 집니다.

선(善)과 악(惡)은 당신의 진정한 스승입니다. 하지만 혼자 산다면 당신은 선과 악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나쁜 업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나쁜 업이 당신을 지배하게 되고, 당신의 문제 또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나쁜 업을 없애고 싶다면 아무쪼록 선원에 가십시오

동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에 대하여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다면 불교에는 사자를 위한 지장보살 진언이 있으니 이것을 실천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장보살을 하루에 3천 번씩 49일 동안 염송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동생은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나아가, 당신의 느낌이나 당신의 마음 혹은 당신의 알음알이를 점검하려 하지 말고, 참된 길을 찾아, 당신의 동생과 가족 그리고 일체 중생을 고통에서 제도해 주시길 빌어마지 않습니다.

숭 산


 From The Northern Cou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