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은 염소창자와 같고 / 백곡처능 스님

2010. 7. 11. 19:5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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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정은 염소창자와 같고 / 백곡처능 스님

  
人情曲曲重重似羊腸  인정곡곡중중사양장
 世事紛紛擾擾如狂風  세사분분요요여광풍
 毁譽是非只棹三寸舌  훼예시비지도삼촌설
 悲歡榮辱聊付一夢場  비환영욕료부일몽장
 
 
 사람의 정은 고불고불 겹겹이어서 염소의 창자와 같고
 세상의 일은 어지럽고 시끄러워 미친바람과 같네.
 비방과 칭찬, 옳다 그르다 하는 건 세 치의 혀를 휘두르는 것뿐이요
 슬픔과 기쁨, 영화와 욕됨은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
 
 
 
 * 지안스님 평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떠한가? 정 때문에 일을 만들어 시비하면서 영화를 다툰다.
결국 한바탕 꿈에 불과한 것임에도 현실에 집착해 있을 때는 그걸 모르고 울고불고
하는 것이다. 백곡집(白谷集)에 들어 있는 구언(九言)으로 된 이 시는 일종의 잠언
(箴言)과 같은 말이다.
백곡처능(白谷處能: 1617~1680)은 시문에 능했던 스님으로 불교탄압이 심하던
때에 8천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상소문인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지어 임금께
올려 호교(護敎)에 힘을 썼던 것으로 유명한 스님이다.
 
 
 
 
깨끗한 먹거리에 대한 작은 생각
 

돈 잘 버는 뉴욕의 여피들이 주저없이 지갑을 여는 때는 식료품, 특히 농산물을 살 때라고 해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선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거지요.

그래봤자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수입에서 앵겔계수로 치자면 얼마나 되겠어요?

 

건강을 위해선 유기농 농산물을 고르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들은 대량생산되는 농산물은 가급적 피한다고 해요.

대량생산체제하의 농산물은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을 안칠 수가 없으니까요.

한가지 농산물을 몇천평 혹은 몇만평씩 짓는데 만일 역병이라도 돌면 그해 농사는 완전히 망하게 되니

약을 안칠 수가 없을 거라고 해요.

 

그래서 부자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어렵사리 구해서 먹는 감자는

프랑스 어느 시골집 뒷마당에서 소량으로 재배한 감자라는 거예요.

비싸더라도 깨끗한 먹거리를 찾아 먹으면서 건강을 잘 챙기면

아무래도 나중에 병원갈일이 적을 테니 오히려 이익이라는 거지요.

 

제가 읽은 기사에 ‘이들은 프랑스 시골집 뒷마당에서 재배한 감자를

기업형 아이다호 감자보다 서너 배 더 비싼 값을 치르고도 기꺼이 구입해 먹는다’고 했더군요.

그런데 저는 미국에서 살 때 아이다호 감자가 최고로 좋은 감자인줄 알았어요.

아이다호 감자를 알미늄 호일에 싸서 오븐에 통째로 구워 가운데 배를 갈라서 버터를 넣어

포실포실한 감자 속살을 수저로 파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에 보면 기업형 농사의 폐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옛날식 텃밭 농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아마도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심으면 배추잎을 좋아하는 벌레가

그 옆의 가지나 호박으로는 옮겨가지 않기 때문일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농사를 많이 짓는 이웃집이 금년에는 감자를 만평정도 심었는데

밭에 잡초하나 없이 얼마나 깨끗한지 몰라요.

밭에 골을 내고 검은 비닐을 씌우고 감자를 심더니 감자 순이 20센티쯤 자라자

비닐과 비닐 사이의 골에 제초제를 흥건하게 뿌리는 거예요.

제초제가 땅속으로 스며서 비 올 때마다 이 제초제 섞인 물을 먹고 감자가 클 걸 생각하니

주인도 그 감자를 먹고 자기 자식이나 손자들에게도 그 감자를 먹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작년에는 그 밭에 오이를 심었는데 역시 제초제로 풀을 다스렸어요.

그러고도 오이 넝쿨에 분무기로 농약을 뿌려대더군요.

약간 구부러져 박스작업에서 제외된 오이가 지천으로 있지만

저는 그집 오이는 한 개도 안 먹고 가게에서 사서 먹었어요.

깨끗이 씻어도 농약성분이 남아있을 것 같아 껍질을 벗겨서 먹었는데

저하고 친한 동네 이장 왈 “껍질을 벗기면 뭐하나 오이는 물을 먹고 자라는데

밭에 쭈욱 깔아 놓은 호수로 보내는 물탱크에 아예 농약을 풀어서 보내는데...” 하는 것이었어요.

이장은 얼굴에 오이 팩도 하지 말라고 해요. 농약을 쳐바르는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저는 재작년에 계방산방님이 씨감자를 많이 주셔서 우리 밭에 잔뜩 심고

농약이나 제초제 한번 안뿌리고 이따금씩 풀만 매주었는데도 감자가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몰라요.

우리는 겨우 100평 정도에 심었으니까 풀을 매줄 수 있었지만

몇천평, 몇만평이 되면 제초제나 농약 없이는 현실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러니 뉴욕의 여피들이 프랑스 시골마을 텃밭에서 키운 감자를 비싼 값을 주고 사먹는 거겠지요.

 

 

작년 한 해 모든 농사를 작파했다가 금년에 다시 표고농사를 시작했어요.

표고는 온도가 25도가 넘으면 자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6월부터 9월말까지는 쉰다고 하는데

우리는 해발 700미터 고랭지라서 밤에는 15도 안팍이고 낮에도 30도가 넘는 날이 별로 없어서

남들 안하는 여름에 버섯을 딸 수가 있어요.

 

 지역적인 특성도 있지만 우리 하우스는 인술레이션이 잘 되게 외피를 여섯겹으로 특수 제작해서

밖이 아무리 더워도 하우스 안에 들어오면 오히려 시원하거든요.

보통의 투명 비닐하우스는 기온이 30도면 하우스 안은 40도정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더더욱 불가능하지요. 

 비닐하우스안이 바꺝보다 더 더운 점을 이용해서 우리는 투명 비닐 하우스  한 동을

버섯이나 고추를 말리는 건조실로 사용하니 거의 전부가 한 겹 비닐하우스로 되어있는

대부분의 버섯농장에서 여름철 버섯농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요.

 

춘천에서 대규모로 버섯농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우리농장에서는 여름에도 버섯재배가 가능하다고 했더니

자기네는 5월부터 쉬고 있다면서 자기네 배지로도 재배가 가능한지 실험해 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 하우스 한 동을 빌려주었어요.

일꾼 한명이 상주하면서 한 달쯤 있었는데 300킬로쯤 수확을 했어요.

그쪽 사장은 아무 댓가없이 장소를 제공해주어 고맙다며 자기네는 실험해봤으니 됐다며

그 버섯을 저보고 다 가지라는 거예요.

 

못난이 버섯들은 제하더라도 값으로 치면 300만원어치는 될테지만 저는 받고 싶지가 않았어요.

상주한 기술자가 일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찌나 비위생적으로 하던지

나는 단 한 개의 버섯도 먹고 싶지가 않았어요.

내가 안먹는 버섯을 대부분이 내 친구와 친지들인 내 고객에게 팔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깝지만 사장더러 가져가시라고 했더니 담아갈 플라스틱 상자들을 가져왔는데

그 상자들이 너무도 지저분해서 도저히 버섯을 담아가게 할 수가 없어서

깨끗이 씻어 햇볕에 소독해둔 우리 상자들에 담아서 보냈어요.

버섯 질에만 신경을 썼지 그 과정에서의 청결에는 너무나 무신경한데 놀랐어요.

 

그야말로 청정지역에서 깨끗한 물과 공기, 그리고 청결한 시설에서

항암작용이 있다는 건강식품인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최종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위생관념부재로

먹으면 오히려 병이 걸릴 것 같은 독버섯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그동안 우리 버섯 애용자들에게 버섯을 씻지 말고 그대로 요리하라고 했고

그냥 썰어서 샐러드에 넣어먹어도 된다고 해왔어요.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 중 허물없이 친한 친구들은 내가 표고버섯을 요리하기 위해

가늘게 슬라이스 하고 있으면 썰어 논 버섯을 한주먹씩 집어가서 향이 좋다며

요리하기도 전에 3분의 1쯤을 생으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깨끗한 면장갑을 끼고 버섯을 따고 버섯을 따서 담는 플라스틱 바구니들도

비누질해서 고압분무기로 깨끗이 씻어낸 후 땡볕에서 일광욕 소독까지 시켜서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기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청결하게 버섯을 다루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파견 나와 있던 그 일꾼이 일하는 것을 보니 버섯이 빨리 나게 한다고

환기를 안 시켜 배지에 푸른 곰팡이가 많이 폈는데 면장갑을 낀 손으로 곰팡이 범벅인 배지를 만지다가

그 손으로 또 버섯을 여기저기 마구 만지니 버섯에 푸른 곰팡이 균이 안묻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몇날 며칠이고 새카맣게 더러워진 면장갑을 바꿔 낄 생각도 안하는 거예요.

현미경으로 보면 보일까 겉으론 우리 버섯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그 과정을 다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그 버섯이 얼마나 불결한 버섯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나도 버섯을 직접 재배하기 전에는 경동시장에서 표고버섯을 많이 샀었는데

어쩌면 이런 버섯들이 걸려들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농장에서 가져간 그 버섯들은 자기네 고객들이 다 사가고 선물로도 썼다고 하더군요.

 

내가 너무 별난 걸까요? 300만원어치의 공짜 버섯을 내 위생기준에 안 맞다고 거절하자

그 사람들은 내가 너무 까탈스럽다고 하더군요.

 

이런 까탈도 재배하는 양이 적어 직접 버섯을 따고 분류도 직접하니까 가능하지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 위생관념이 없는 일꾼들 손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질지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