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① 읽기전에

2011. 5. 7. 10:4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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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① 읽기전에

 

마음공부는 앎과 실천을 통한 변화의 과정

깨달음은 고정관념 깨뜨려 소통시키는 것

 

 

불자가 되고 불교공부를 한다는 것은 곧 마음공부, 마음수행을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많은 선지식들은 팔만대장경을 마음 심(心)자, 한마디로 표현했다.

출가·재가 할 것 없이 또 경공부를 하든, 참선을 하든 수행방식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우리는 “마음공부”, “마음수행”이라는 말로 불자가 되는 길을 대신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공부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공부는 인식의 변화,

행동의 변화에 일차적 목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앎과 실천이 언제나 이원적이다.

그러나 수행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불교공부는 앎과 실천의 일원성을 강조한다.

불교공부는 행동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앎을 의미한다.

그래서 앎의 과정이 곧 실천의 과정이고 변화의 과정이다.

 

변화,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앎을 불교는 “알음앓이”라는 말로 “깨달음”과 구분한다.

전자는 알면 알수록 병이되고 불행해지며, 후자는 알면 알수록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왜냐하면 알음앓이는 고정관념이 되어 관계의 벽을 만들지만 깨달음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막힌 관계를 소통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들 가운데 더러는 알음앓이와 깨달음의 진정한 의미를 오해한다.

이론공부는 알음앓이라고, 심지어 경전공부마저 알음앓이라고, 더욱 심각하게는

몸을 조복 받는 것이 깨달음의 출발점인줄 알고 육신을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그것은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놓고 가슴이 아닌 머리로,

치유가 아닌 논리와 분석으로 따져서 이해하려는 나머지 불교를 무미건조하고

무감동하게, 턱없이 어렵고 난해하게 만드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예 부처님의 처방전을 무시하고 약부터 짓는 무모함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공부가 알음앓이가 되어 병을 키울 것인가, 깨달음이

되어 병을 없앨 것인가는 이론이냐 실천이냐를 넘어서서 그들을 얼마만큼 마음병을

치유하는 처방전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처방전으로서의 불교이해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경전을 읽고, 예불을 하며,

화두를 챙겨야 행위의 변화, 인간관계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관계되어 있다.

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참선을 하고 화두를 챙길수록, 경공부를 할수록, 또 법납이

높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겸손해지고, 적게 화내며 더 배려하고 친절해 질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치유적 불교읽기’는 그와 같은 물음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불교교리, 의식, 수행방법

등을 들여다 볼 것이다. 불교의 이론과 실천들이 어떻게 우리들의 탐진치 삼독을

치유하고 ,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돕는지 알아 볼 것이다.

국어책을 놓고 수학공식 풀듯이 이해하려 한다면 아무리 긴 세월을 씨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병든 생각을 바로잡고 아픈 마음, 아픈 세상을 치료하려는 부처님의 처방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원래 질병의학에서 치유(healing)라는 말은 손상된 조직이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치유적 불교읽기’ 또한 우리의 본래 건강한 마음을 회복하는

마음치유과정으로서 일조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하여 보다 많이

사랑하고 감사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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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

 

서광 스님은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로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마음의 치료’,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불교상담심리학’,

‘알몸이 부처 되다’ 등이 있다.

 

 

 

 
 
 

1 봄날은 간다

- 안도현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붙여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 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
나는 흐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2004)

 

 

 


2 봄날은 간다

- 이외수


부끄러워라
내가 쓰는 글들은
아직 썩어 가는 세상의
방부제가 되지 못하고
내가 흘린 눈물은
아직 고통받는 이들의
진통제가 되지 못하네
돌아보면 오십 평생
파지만 가득하고
아뿔사
또 한 해
어느 새 유채꽃 한 바지게 짊어지고
저기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봄날이여

 

 

 

 

             음악/.장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