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를 한잔씩 드시며 나누는 대화가

2011. 7. 1. 23:1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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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차를 한잔씩 드시며 나누는 대화가

 

 

출가를 하고도 여전히 세속적인 삶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행자들이 있었답니다

 

마침 비가 오시는 때 제자들과 같이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 가신 오두막에서

부처님은 게송을 설하십니다

 

지붕을 성글게 이어 놓으면

그 사이로 비가 새 내리듯

마음이 견고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이로 번뇌가 들어 오게 된다

라고 경책을 하십니다

 

비가 멎고 밖으로 나가셨을 때

마침 종이가 바람에 뒹구는 것을 보고

아난 존자에게 주워 오도록 하여

무슨 냄새가 나는가 맡아 보라 하십니다

 

아난 존자가 향을 싸았던 종이인지

향냄새가 납니다 하고 대답을 하니

잠시 뒤에 길에 있는 새끼줄을 가져다

냄새를 맡아 보라 하십니다

 

아난존자는 물고기를 묶었던듯

비린내가 납니다 하고 대답하니

부처님은 다시 한번 게송을 읊으셨답니다

 

"어떤 물건이든 본래는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받게 된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하면 도심이 높아지고,

어리석은 이를 가까이하면 재앙이 오는 법이다.

 

이 이치는 마치

종이가 향을 가까이하였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묶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 악한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는 것과 같아
조금씩 물들어 가다가
저도 모르게 악한 사람이 된다.

어진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향을 가까이하면 향내가 배는 것과 같아
지혜와 선한 일이 익혀져
저도 모르게 향기롭고 청정하게 된다.
[법구비유경]

 

어제는 잠시 저녁에 만남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식사와 함께

곡차를 하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일어날 수 없어서 잔만 받아 두니

주방에 보살님이 숭늉을 한그릇 가져다 주기에

곡차잔으로 대용을 삼기에 좋겠다 싶은데

옆에 자리한 분이 말합니다

 

스님 저도 불자인데 다른 스님들을 보면

조금씩 하시는 것을 괘념치 않으시던데

스님은 전혀 안하십니까

 

예 저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 않았거든요 하고 답하니

조금은 이해가 안된다 하며

누구 누구 큰스님들 이름을 거명하며

그분들 모두 곡차를 즐기셨다고 아는데

웬만하면 분위기에 맞추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그분들은 약으로 드셨을 겁니다

하고 완곡하게 사양을 하고 나서

괜시리 분위기만 깨는 것 아닌가 염려스러운데

다행히 억수같이 내리는 빗소리에 파묻혀

두어시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오늘 나를 청했던 벗님에게 전화를 하며

곡차를 한잔씩 드시며 나누는 대화가

마치 스님네들 선문답 오가듯 심심미묘하던데

앞으로도 분위기 좋은 자리가 있게 되면

자주 불러 내시요 하며 웃었습니다

 

주酒님을 숭배한다는 우리 불자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욱 건강하셔서

여전히 주酒님을 매일매일 사랑하시고

부처님의 일을 하시는데도

열심히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원효사 에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날,  2007년 진상용 그림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