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0. 11:02ㆍ일반/금융·경제·사회
'성철 스님 탄신 100돌 맞이' 제자 원택 스님에게 듣다 성철 스님, 박정희에게 3배 요구했더니… 한겨레 조현종교전문기자 2012.03.07
"성철 스님의 3천배 요구는 돈·권력에 담쌓기였다"
오는 11일은 성철 스님(1912~1993) 탄신 100돌이 되는 날이다. 성철 스님은 득력을 한 뒤 해방 후부터 철조망을 치고 숨어지내거나 3천배를 한 사람만 만나주며 세상과 벽을 쌓았다. 하지만 그가 열반에 들자 해인사에서 고속도로 나들목까지 수십리에 걸쳐 수십만명의 인파가가득 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과적으로 '성철'이란 신화화된 외적 이미지만 부각되고 진면목은 모호함 속으로 감춰지고 말았다.
그래서 '성철'의 실상을 찾아 경남 합천 가야산 백련암을 찾았다. 성철의 그림자가 반긴다. 원택(68) 스님이다. 어느 노비구니 스님이 "성철 스님 시자가 왜 이렇게 늙었어?"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그는 영원한 성철 스님의 젊은 시자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그도 우리 나이로 내년이면 70이다. 성철 스님과 같은 나이에 접어들어, 좀더 넉넉해진 그에게 성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물었다.
■ 열반송은 지옥행 고백록인가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푸른 산에 걸렸도다."
고백한 '성철 스님의 유언'이라고 올린 글들이 수없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원택 스님은 "반어적인 긍정이 선(禪)적 표현의 묘미인데, 진의를 파악하려 하지 않고, 일부 기독교인들이 선교의 목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혀를 찼다. 그가 건네준 <자기를 바로 봅시다>(장경각 펴냄)라는 책을 펼쳐보니, 1986년 1월 성철 스님의 신년법어가 눈에 뜨인다.
"석가와 예수 발을 맞추어 뒷동산과 앞뜰에서 태평가를 합창하니 성인·악마 사라지고 천당·지옥 흔적조차 없습니다
장엄한 법당에는 아멘 소리 요란하고 화려한 교회에는 염불소리 요란하니 검다·희다 시비 싸움 꿈 속의 일입니다."
종단 정치판과 브로커들의 장난질에 큰스님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잘 알았다"며 " 권력과 돈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3천배라는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보았다. 욕망을 채우려는 아만 때문이 아니라 욕망을 없애는 방식으로 취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1978년 구마고속도로 개통 때 해인사를 찾았지만, 성철 스님이 "세상에선 대통령이 어른이지만 절에 오면 방장이 어른이므로 3배를 안 할 바에야 만나지 않는 게 낫다"고 큰절로 내려오지 않아 만남이 무산됐다고 한다. 성철 스님은 훗날 금융사기사건으로 구속된 '큰손'인 장영자·이철희씨 부부를 만나주기만 하면 그들이 한국 불교 불사를 다 책임져 줄 것이라는 일부 스님들의 권유에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한다. 3천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좋지 않게 끝났다"고 회고했다. 성철 스님이 그이에게 '죽을 때 돈을 짊어지고 가는 게 아니니 지금부터 종업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베풀며 살아라'고 하자 '스님이 (회사 일에 대해) 뭘 안다고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언성을 높이더라는 것이다.
하도록 했다. 인천(人天)의 스승인 스님들에게 그만한 예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 불교계엔 스님들에게 3배의 예를 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를 두고는 봉건시대도 아닌데, 왕에게도 취하지 않는 예법이 강요되면서 불교 대중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님들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마을을 지나지 못하고 숨어 다니다시피 할 정도로 스님들의 위상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교의 자존감을 되살리고자 그런 예를 취하게 한 것이다. 큰절을 못하게 하고 악수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절에 가면 스님한테 3배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남편이 절에 오려 하지 않는다'고 하는 보살(여성불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며 "이런 예법이 불교가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접하는 데 장벽이 된다면 바람직하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칩 부근 / 조병화
견디기 어려워, 드디어 겨울이 봄을 토해 낸다
흙에서, 가지에서, 하늘에서 색이 톡톡 터진다 여드름처럼
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봄/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오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울까
봄 풍경/ 신달자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는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casabian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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