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수만 곳으로 굴러가고/서암스님

2012. 4. 6. 20: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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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수만 곳으로 굴러가고


心隨萬境傳  (심수만경전)
傳處實能幽  (전처실능유)
隨流認得生  (수류인득성)
無喜亦無憂  (무희역무우) 

마음은 수만 곳으로 굴러가고
굴러간 곳 참으로 그윽하구나
흐름에 따라 그 근본을 알게되면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어라

-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부처님으로부터 22대째 조사인 인동의 고승
마누라존자가 읊은 유명한 게송입니다.

마음은 언제나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그 느낌이 정지되면 마음의 본성은 상실됩니다.
물의 본성으로 흐르는 데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한 군데 정체되면 썩어버립니다.

마음에는 모습이나 형체가 없습니다.
다만 감수작용(感受作用)이 있을 뿐입니다.
느끼는 데에 마음이 존재합니다.

'흐름에 따라[隨流]'의 흐름은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번뇌(煩惱)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흐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욕심[欲]ㆍ봄[見]ㆍ사랑함[愛]ㆍ무명[無明]
이 네 가지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幽)는 유현(幽玄)하고 미묘하여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뜻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마땅히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應無所住 而生其心]"고 한 선어와 그 뜻이 통합니다.

바위도 있고 나무 뿌리도 있는데
물은 흐르고 또 흐르는구나

라고 어느 시인이 읊었듯이,
물이 무심히 흐르는 것이 바로 '유(幽)'의 본체입니다.

무심히 만 가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추함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만 흐르는 데에 물의 유현하고 미묘한 맛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위의 여러 가지 모습을 감수할 뿐,
아무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다만 흐르는 물의 유현하고 미묘한 맛이 있습니다.
이것이 선(禪)에서 말하는 바,
깨달은 이의 무심의 경지인 것입니다.


사람은 번뇌의 근원을 분명히 알게 되면,
기쁠 때에는 기뻐하고, 슬플 때에는 슬퍼하면서
조용히 흘려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심경에 유의하여
"흐름에 따르되 흐름에 맡기지 않는다"는
말을 음미해 볼 일입니다.

시간의 흐름의 본성을 알고, 시류(時流)에 몸을 내맡겨
마냥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면서 흘러가지 않는
'유(幽)'를 파악하는 지혜가 특히 오늘날에는
필요합니다.

 

 

- 서암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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