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0. 20:0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無位眞人이 법문의 핵심골수
가풍인 ‘할’은 선법거량 상징
임제의현(臨濟義玄, ?~ 867)선사는 중국 선종사 가운데 독특한 선풍을 수립, 선의 5종 가운데 가장 왕성한 종풍을 드날리게 한 임제종의 창립자이다. 임제종의 종지가 바로 <임제록>에 근거하여 세워지고 후대에 전승되게 된 것이다.
제자 삼성혜연(三聖慧然)에 의해 편집된 <임제록>은 한 때 운수행각하는 스님들이 다른 절에 가 숙박하려 할 때 <임제록> 서문을 암송하는 사람만 숙박을 허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임제는 처음에는 율학과 화엄경을 공부한 뒤 선을 참구하였다. 황벽희운(黃蘗希運), 고안대우(高安大愚) 위산영우(山靈祐) 등을 참방(參訪), 지도를 받고 황벽의 법을 이었다.
제방을 순력하다 진주(鎭州) 호타강(헓??江)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임제원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임제라 부르게 되었다. 그 후 하북성 대명현(大名縣)의 흥화사로 옮겨 기거하다 입적하였다. 흥화존장(興化存?) 풍혈연소(風穴延沼) 삼성혜연 등 그의 법을 이은 제자가 22명이 있었다.
<임제록>의 구성은 먼저 마방(馬防)이 지은 서문이 있고 이어 상당(上堂).시중(示衆).감변(勘辨).행록(行錄).탑기(塔記)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는 임제의 독특한 선풍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일찍이 황벽의 아픈 방망이를 맞고 비로소 대우의 옆구리를 쥐어박았다. 잔소리쟁이 대우는 임제를 ‘오줌싸개’라 하였고 황벽은 ‘이 미친놈이 호랑이 수염을 잡아당긴다’ 하였다. 깊은 산 바위 골짜기에 소나무를 심어 뒷사람들을 표방(標榜)하였고 괭이로 땅을 파서 황벽과 수좌를 생매장할 뻔 했다.”
상당에는 당시의 지방장관 왕상시가 관료들과 함께 스님께 법상에 올라가 법문해 주실 것을 청하여 스님이 법문을 하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법상에 올라간 임제스님이 부득이 해서 법상에 올라왔다 하면서 만약 종문(宗門)의 입장에서 일대사(一大事)를 거론한다면 입을 열수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발 부칠 곳이 없는 것이 일대사의 근본 자리라 하였다.
어떤 스님이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불법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임제스님이 “할(喝)”을 했다. 고함을 꽥 지른 것을 할이라 한다.
그러자 그 스님이 절을 하였다. 임제스님이 말하기를 이 스님과는 법을 말할 만하다 하였다.
임제의 가풍은 할이다. 할은 임제의 선법을 거량하는 상징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또 무위진인(無位眞人)은 임제 법문의 핵심골수다.
“붉은 살덩이로 된 몸뚱이에 지위가 없는 참사람이 하나 있다. 항상 여러분들의 얼굴에 드나들고 있다.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시오.”
시중(示衆)은 대중에게 훈시한 법문들인데 임제스님이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나온다.
“그대들이 부처를 알고자 하는가? 바로 내 앞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그 사람이다.”
“사대(四大)는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알지 못한다. 허공도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눈앞에 모양이 없는 밝고 신령스러운 것이 능히 법을 설할 줄 알고, 들을 줄 안다.”(四大不解說法聽法 虛空不解說法聽法 只目前昭昭靈靈 勿形段者能說法聽法)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은 모두 다 참된 곳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이 말은 곧 임제의 유명한 명언이 되었다.
또한 임제의 종풍은 돈오점수(頓悟漸修)가 아닌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불교신문 2899호/2013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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