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처님을 멀리 하는가

2013. 10. 17. 22: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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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

 

누가 부처님을 멀리 하는가

 

 불자는 부처님 법으로 사는 자이며 부처님 법을 자기 생명으로 사는 자다. 부처님 공덕을 쓰고 부처님의 위신력 속에 살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길을 닦아가는 생활이다. 그러므로 그의 삶은 부처님과 함께 한 길이며 거기에서 행복도 평화도 있게 되고 번영도 환희도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자의 삶을 누리면서 부처님을 멀리 하는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보다 깊이 부처님과 함께 호흡하고 움직이고 생활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돌이켜보고 물어볼 일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본다.]고 하셨다. [마음이 맑게 한 마음을 이루고 도심이 견고하여 방일하지 않을 때 부처님과 가까이 있는 자]라고 하였다. [설사 몇천 몇만리를 부처님과 떨어져 있어도 탐진치 삼독을 여의고 삿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그 사람이 부처님과 가까이 있는 자]라고 하였다.

 

또 이르시기를, [설사 부처님의 옷자락을 잡고 뒤를 따르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밟으며 걸어가더라도 삼독심에 휘둘리고 삿되고 방일하면 그 사람은 부처님과 멀리있는 자]라고 하셨다.

 

 부처님은 법이시다. 부처님의 본 몸이 법이라 함은 경의 말씀이다. 그러기에 법을 보지 못하면 부처님을 보지 못하는 자요, 법을 행하지 않는다면 불자일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법의 눈이 밝지 못하고 깊은 삼매를 얻지 못하더라도 다만 스스로 견고한 믿음으로 힘써 삼독을 제하고 방일하지 아니하고 정진한다면 그 사람은 부처님과 가까이 있는 자임에 틀림없다.

 

 돌이켜 보자. 높은 가르침에 몸 담고 있음을 자부하면서 탐심에 끄달리고 있지는 아니한가, 성내는 불길에 휘말리고 있지는 아니한가, 부처님 말씀을 생활 편의대로 곡해하고 교묘한 합리수단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더욱이 본성의 청정과 신성과 무한 공덕성을 믿는다 하면서도 무지와 야심과 어둡고 소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아니한가.

 

 이러한 것들이 부처님 공덕으로 살고 부처님 광명 속에 있으면서 광명을 가리고 부처님을 멀리 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아무리 화려한 가르침에 심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의 생각과 말과 행실이 청정하지 않고 진실하지 못하다면 무엇으로 부처님 공덕으로 살며 부처님 법을 펴는 불자라 하겠는가.

 

 이제 신유년 동안거다, 산사의 스님들은 겨울 결제를 하고 선방에서는 뜨거운 정적이 타오를 것이다. 강원에서는 눈빛이 글자 하나하나를 뚫고 지나가는 연찬이 있을 것이다. 종단사업과 불사를 맡은 스님들은 기도일념으로 정법 염원, 불법 광휘를 향하여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 돌진이 있을 것이다. 재가불자들은 이 결사의 스님들에 맞추어 기도하고 보시하고 전법하고 수행하며 이 겨울 안거에 뜨거운 정진력을 보탤 것이다. 잠시도 방심없는 정진의 불꽃은 우리 불교 모든 교단과 모든 불자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눈부신 빛을 발할 것이다.

 

 이렇게 정진하는데서 법은 거기 현전되지 않는가. 부처님이 거기 계시는 것이 아닌가. 불법광명이 찬란히 비추고 평화도 창조도 함께 있는 것이다. 법을 보는 자 부처님을 보고 법을 받들어 행하는 자 부처님과 같은 행을 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겨울 안거 동안만이라도 결코 방일하지 아니하며 결코 성내지 아니하며 결코 탐욕심에 끄달리지 아니하며 결코 사심에 물들지 않을 것을 경계할 일이다.

 

 이렇게 해서 이 겨울안거가 참으로 불자본분을 더욱 굳게 다지는, 길이 기념될 한 철이 되게 하자. , 세상은 고요히 침묵 속에 잠기는데 우리들의 정진의 불길은 태양처럼 타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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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큰스님 지음 빛의 목소리 p290 – p292 수행의 길에서, 불광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