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큰스님을 생각하며

2013. 12. 14. 11:3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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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큰스님을 생각하며

 

 

반야화(般若華)백경임|동국대 교수

 

 

 

 

가만히 앉아 큰스님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에 맑은 샘물이 흐르는 듯, 마음이 상쾌해지고 어떤 알지 못할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큰스님께서 이 세상에 머무실 때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큰스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기뻐했고 감격했다. 큰스님께서는 항상 우리의 장점을 일일이 찾아 칭찬해 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우리는 영혼이 허기질 때 큰스님을 찾았고 생각했다. 큰스님을 찾아 뵈면 새로 충전시킨 밧데리처럼 힘을 얻었고, 우리의 무한 가능성에 대해 다시 믿음을 내고 도전을 했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다져서 보다 더 큰 힘을 얻어 새 희망을 갖고 가지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큰스님의 이런 특별한 능력은 큰스님 자신께선 잘 모르겠지만 상담요법 가운데 ‘장점 충격요법’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상대의 장점만을 찾아 이야기해 주는 방법인데 그 효과가 하도 커서 충격적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사람들은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자꾸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이 요법을 실시하기 전에 사소한 사물의 장점을 찾는 훈련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그대로 모든 사물의 장점과 가능성을 단박 볼 수 있는 특별한 안경을 갖고 계셨다. 어쩌면 중생을 있는 그대로의 부처로 볼 수 있는 진정한 안경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큰스님을 다시 생각나게 하고 무척 부럽기도 한 안경이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큰스님과의 일화들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누구나 다 공유하는 보편적인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것은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하시는 큰스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큰스님과의 작은 일화 두어 가지를 말하려고 한다.

 

 

몇 년 전 내가 심한 병에 시달릴 때, 큰스님께서도 많이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속으로 ‘일체유심조라는데 나 같은 사람이야 마음을 잘못 다스려 병이 났겠지만 큰스님 같은 분이 왜 아플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아셨던지 어느 날 황송스럽게도 큰스님께서 친히 전화를 주셔서 ‘병고를 약으로 삼자’는 말씀을 하시면서 당신 자신의 그 힘든 상황에서도 간곡히 나를 격려해 주셨다. 나는 그날 살아야 할 이유를 비로소 확인했던 것 같다. 또 큰스님께서 왜 편찮으신가 하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가시게 되었다. 말하자면 병자와 아픔을 나누어 힘이 되어 주시기 위한 것으로, 또 아프면서도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가 하는 가르침을 주시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날 큰스님께서 도움을 받으라고 소개해 주셨던 보살님은 지금도 내가 언니처럼 의지하고 지내는 좋은 도반이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참 큰스님다우신 일이다’하며 내가 귀하게 여기고 있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불광사에 머무셨던 어느 날 큰스님께서,

 

 

“나는 마음속에 어떤 맑은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밖으로 소리 낼 수는 없어.”하면서 웃으셨다. 이어서 내가,

“어린 시절 부르시던 노래인지 한번 곡조를 생각해 보세요.”라고 하였다 큰스님께서는 조금 흉내를 내려하시다가,

“아니야 노랫소리를 계속 들리지만 입으로 표현할 수는 없어. 샘물이 졸졸 흐르는 것 같아!” 하면서 웃으시는데 꼭 소년처럼 느껴졌다.

 

 

나는 때때로 ‘천상의 음악소리는 그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쨌든 큰스님께선 내면으로부터 기쁨이 충만하여 넘쳐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다.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큰스님의 인상이 부드럽고 따뜻했기 때문에 감성적인 면이 많이 드러났는데, 큰스님께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실 때는 그 핵심을 꿰뚫어 보시는 힘에 놀라게 된다. 그때는 큰스님의 눈빛과 이마가 유난히 빛났고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내가 교수가 되고 난 뒤 「불광」지에 글을 쓰면서, 또 논문을 쓰기 위해 경전에 대해 여쭈어 볼 때의 일이었다. 큰스님은 확고한 지성과 부드러운 감성을 겸비하시고 실천 수행까지 철저히 하시는 종교인이라는 생각을 그때 다시금 했다.

 

 

큰스님의 말씀대로 전생의 인연 때문이겠지만, 금생에 큰스님을 가까이 뵈올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내 인생에 있어 행운 중에 행운이었다. 항상 미소를 머금으셨던 큰스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광덕스님 시봉일기 7권 사부대중의 구세송 중에서- 글 송암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