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은 마음의 흔적 / 마조 선사

2014. 7. 30. 17: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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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진리(法)를 찾는 자는 찾는 것이 없어야 하니,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고 부처밖에 따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善)이라고 하여 취하지도 말고 악(惡)이라고 하여 버리지도 말며,

깨끗함과 더러움의 어느 쪽에도 기대지 말아야 한다.

죄(罪)의 자성(自性)이 공(空)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어느 순간에도 죄는 있을 수 없으니, 자성이란 본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이며, 삼라만상은 한 개 마음의 흔적이다. 

 

夫求法者。應無所求。心外無別佛。佛外無別心。不取善不捨惡。淨穢兩邊。俱不依怙。

達罪性空。念念不可得。無自性故。故三界唯心。森羅及萬象。一法之所印。

 

- 마조어록 8

 

 

법을 향유하면서도 이것에 눈을 뜨지 못하는 이유는

거칠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에게는 관심이 없고 남의 말이나 가르침, 남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자기에게 관심이 있지만,

자기의 것에 강하게 묶여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완전히 갖추고 있는 성품인데, 남의 가르침이나 말속에서 확인하려고 합니다.

출발이 잘못되었습니다. 또, 자기를 보려고는 하는데,

참된 자기가 아닌 자기의 것을 자기라고 여겨 이것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이나 나의 것이나 모두 경계입니다. 남의 가르침이나 나의 생각,

감정, 나의 공부는 모두 삼계로서 참된 본성의 흔적일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본래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우선 남의 말이나 가르침에 자기의 본성이 있지 않다는 바른 견해를 가지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나의 것이 아닌 항상한 나가 무엇인지 보십시오. 

참된 자기는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드러난 모양에 한눈이 팔려있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기에게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과 여러가지 감각들에 사로잡히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십시오.

 

그냥 이 모든 것들이 시시각각 인연따라 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감각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고 감정이고 감각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 당장 목전에서 물결치듯 일어나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말입니다.

 

늘 이래왔습니다. 알 수 없는 근원에서 물결치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보십시오. 그냥 보십시오.

 

모든 일이 알 수는 없지만, 늘 항상한 이 하나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삼계가 이것이고 마음이 이것이고 자성이 이것이고 내가 이것이고

스탠드가 이것입니다. 그러니 스탠드가 나이고 내가 마음이고 마음이 삼계였습니다.

 

늘 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자성이 있다고 해도, 자성이 없다고 해도...​ 

 

 

 

배경이 되어 준다는 것


“이유 없는 삶이 있을까요?”
“네 말대로 이유 없는 삶이란 없지.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구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구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별을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떼처럼..

안도현 시인의 <연어>에서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