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7. 10:1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쌓이는 모든 것은 병이 된다/ 이정우
‘암[癌]’이라는 글자를 글자 그대로 풀이를 해보면 흥미롭다. 이 글자
에는 ‘병들어 누울 녁[疒]’에다 ‘물건 품[品]’, 그리고 ‘뫼 산[山]’자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말하자면 갖가지 물질들이 몸 속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생기는 병이
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받아들이게 되면 쌓이게 되고,
그러면 몸의 독이 되어 병들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폐암 하나만을 보더라도 담배연기나 분필가루 혹은 음식 태운 연기 등
이 과다 집적되었을 때 이 병이 주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꼭 필요한 만큼의 양만을 먹고 생활하면 될 터인데 너무 많이 섭취
하다 보니까 다이어트다 뭐다 해서 시끌벅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계속 쌓이다 보면 결국 암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예전에는
북한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뭔가 부족해서 병이 생겨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과다[過多]로 생기는 병이다.
그러니 제발 비워내야 하고 처음부터 쌓아 놓지를 말아야 한다. 몸에 좋으라고,
건강하라고, 가려서 비싼 것만 먹는데도 도리어 병을 만들고 있다면 이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몸의 병은 꼭 물질적인 것만 많이 쌓였다고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화를 너무 오래 머물게 해도 병이 생긴다.
한자를 뒤적여 보면 ‘열병[熱病] 진[疢]’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화를 너무 품고 있어서 병이 생기게 되는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
정신적인 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쌓아 두게 되면 병이 생기게 된다.
한 곳에 마음이 머물러 쌓이는 집착[執着]은 물질적인 부분 못지않게
큰 병이 된다. 몸도 마음도 머무는 바 없이 흘러야 한다. 쌓아 놓지를
말아야 한다.
병에 관련된 한자 부수인 ‘병들어 누울 녁[疒]’과 어우러져 만들어진
한자에 도 재미있는 글자가 있다. 바로 ‘어리석을 치[痴]’자다. 아는 게
병들어 있는 것[疒 + 知]이니 어리석음의 병인 것이다.
불가에서는 ‘모르는 것[無明]’이 가장 큰 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혜[智慧]로 승화하지 못하고 지식으로만
남을때 그것은 결국 병이 되고 만다. 많이 알수록 깨달아지고 성인군자가
된다면 세상의 박사들은 다 성인군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래서 큰 절에 가면 일주문에 다음과 같은 경고 문구가
씌어 있다. ‘입차문내 막존지해[入此門內 莫存知解]’ 그 문을 딱 들어서게 되면
세상사에서 쌓은 모든 알음알이들일랑 다 비우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래야 지혜와 진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설명한 치[痴] 자는 원래 동음의 ‘치[癡]’ 자의 속어[俗語]라고 한다.
원래 치[癡] 자는 글자 그대로 너무 의심[疑心]이 많으면 믿지 못하고 불안하기에
병에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의심과 알음알이로 인해 생기는 병을 고치기 위해 반야[般若] 즉,
지혜[智慧]를 갖기를 매일같이 권유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것이든 욕심적인 것이든, 성냄이든 어리석음이든
쌓아두지 말고 잘 내다 버려야 하는 도리를 알아야 한다.
필요없는 것은 빨리 내다 버리고, 필요한 것들도 널리 보시[布施]하고 회향
[回向]하여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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