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면목 / 해안스님

2014. 10. 7. 10:1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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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면목 / 해안스님

                                                    

푸르고 빈 하늘
넓고 아득한 땅
높은 산 깊은 바다
붉은 꽃 푸른 버들
그 어느 것이 님의 얼굴 아니리오

꾀꼬리 노래 제비 말
부엉이 두견이 개구리 울음
바람소리 물소리
그 어느 것이 님의 소리 아니오리오

뭉게뭉게 타오르는 백단향(白檀香) 전단향(閱檀香)
아침 이슬 머금은 장미화(薔薇花)
영산홍 왜철쭉 진달래
진흙 속에서 솟아 피는 백련(白蓮) 홍련(紅蓮)
그 어느 것 하나 님의 향기가 아니오리오

오욕(五慾)에 빠져 즐기는 중생들아
너 즐기는 것 화택(火宅)임을 알아라
네 가슴에 타는 불이 꺼져야
네 눈이 걸림 없이 밝아서
님의 얼굴을 친견(親見)하리라

육근(六根)에 종 노릇 하는 인생들아
종(鍾)소리 들으면 북소리에 어둡고
피리소리 들으면 물소리에 막히나니
네가 가진 것 모두를 버리라
고금(古今)에 한 소리밖에 없나니
이러고야 님의 소리를 들으리라

사랑과 미움과 질투의 줄로
묶여서 버둥대는 중생들아
놓아라, 실(實)답지 못한 애욕(愛慾)의 줄을
이 때문에 다생(多生)을 두고 윤회하지 않는가
적나나(赤裸裸) 적사사(赤灑灑)한 청정한 몸만이
만고불멸(萬古不滅) 님의 광명을 받으리라

삼독(三毒)의 고해(苦海)에 허덕이는 중생(衆生)들아
지혜(智慧)의 보검(寶劍)을 잡아서
무명(無明)의 번뇌를 베어 버려라
생멸이 다하고 적멸(寂滅)이 현전(現前)할 때
비로소 님의 그윽한 향내를 맡으리라

 

 

- 대덕사 달마선원에서

 

 

 

 

 

 

 

 

 

 

 

볼펜의 소원

 

 

시/이화국

 

단체 모임에서

하나씩 나눠준 볼펜

 

받는 이도 주는 이도

부담 없이 오가는 볼펜

 

그래서 심각한 내력이

없는 볼펜

 

쉽게 잊어도 찾지 않지

길에 굴러도 줍지 않는 볼펜 천국

 

운좋게 어떤 이의 가슴 포켓에

꽃히는 볼펜

 

가끔 그의 사연에 끄달리던가

매달리는 볼펜

 

나는 누구의 따뜻한 가슴

포켓에 꽃힌 볼펜인가

 

온 몸으로 글 쓰는 나는

하느님 가슴에 꽃힌 볼펜이였으면 하지

 

신의 영감으로

글쓰는 볼펜이였으면 하지

 

뒤틀린 필사는 절대 없는

하느님 말씀 우주 이치를 받아 적는 볼펜

 

길에는 절대 버려져 있지 않는

행운 이였으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