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허물을 말할 때]

2015. 2. 6. 11:4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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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을 말할 때]


다른 사람과 별 갈등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중의 하나는 '남의 허물을 말하거나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꼭 그렇게 될 수만은 없으니, 가령 다른 분의 허물이 한 단체의 화합을 해치거나 개인 성장을 크게 방해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고언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충고라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허물은 허물이라, 우선 당장 듣기 싫은 것은 인지상정일 뿐 아니라  때로는 뜻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키어 전혀 본 뜻과는 다른 결과가 빚어지기도 합니다. 남의 허물을 지적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부처님도 이를 크게 우려하신 듯, 제자들에게 남의 허물을 지적할 때는 반드시 방편을 갖출 것을 강조하십니다.


그 중 중요한 세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 '때를 잘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 좋은 충고라도 때를 잘못 선택하면 아니 드림만 못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합니다. 

 

예컨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매사가 우울할 때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귀에 들어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지 좋은 말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다짜고짜 이야기를 던지면 듣는 분이 곱게 듣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내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맞는 적절한 시기를 잘 택하여 조심스레 말씀을 드릴 일입니다.


둘째는 '사실(fact)'만을 얘기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에게 충고를 할 때 종종 자기의 감정을 싣는 수가  많습니다.
단순히 잘못된 사실만을 지적하고 그 다음의 판단은 상대에게 맡기면 되는데, 말하는 분들이 더 흥분하고 자기 나름의 잣대로 시시비비를 이미 재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거기다 한 수 더 떠 상대를 아주 형편없는 사람으로 몰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말하는 가운데 사실(fact)은 어디 가버리고 서로 감정만 치솟게 됩니다.


또 어떤 때는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없는 말을 지어내기도 하며 아무 상관없는 다른 분들을 자기 이야기의 동조자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그래 가지고서야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상대방이 고마운 마음을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없는 일을 덧붙이거나 자기의 감정을 싣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알려 준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자비심'으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자비무적이라, 자비심으로 세상을 대할 때 당할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가장된 자비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 마음에 상대에 대한 자비가 넘칠 때는 비록 좀 부족한 것이 있고 서툰 것이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깊은 감동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자비인가?

첫째, '말'이 자비로와야 합니다.


말로는 당신을 위해서이고 자기는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말이 자비롭지 못하면 그런 말은 결국 모두 거짓이 됩니다. 언성이 높고 흥분된 목소리, 날카롭게 상대 가슴을 휘젓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거친 말들은 자비로운 말이 아닙니다.  미쳐 날뛰는 말(馬)마저도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말. 우리는 그런 말로 다른 분께 조언을 드려야 합니다.


둘째, '행'이 자비로와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굳어져 있고 화가 나 있거나 행동이 거칠다면 그것은 자비가 아닙니다.  얼굴은 물론, 손가락 하나 숨소리 한 번에도 상대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부드러움, 그리고 사랑과 연민이 스며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마음'이 자비로와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상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버리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해 진정으로 상대의 행복을 원하고 원할 일입니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모르고 나를 비난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를 욕하고 해친다 하더라도 나는 오로지 상대의 행복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자비로운 마음입니다.


우리는 남을 위한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남의 허물을 보고 조언하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충고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저 또한 부끄러운 마음으로 부처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봅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져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