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大數와 緣起

2015. 11. 28. 20:04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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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大數와 緣起

무량한 인연 모여 ‘나’ 탄생
멱수셈으로 緣起세계 풀이

지난 주 본란에서 불교 경전에 엄청나게 큰 수, 아승기겁(阿僧祗劫), 항하사(恒河沙), 무량대수(無量大數) 등이 자주 등장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불교는 분명히 수학은 아닌데 왜 이처럼 엄청난 수를 다루게 되었을까?
그것은 불교의 기본적 사고방식이 ‘연기(緣起)’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나’의 존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여러 얽히고 설킨 인연(緣起)이 있다. 이 사실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생물학적인 입장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아도 엄청난 수가 필요함을 금방 알 것이다.

실제로 나를 태어나게 한 조상의 수를 어림으로 계산해 보자. 우선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의 부모에게는 각각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며 또 그 분들의 아버지, 어머니, 조부모가 계신다. 이렇게 40대(代)만 거슬러 올라가도
240=1,099,511,627,776
1조995억1천162만7천776명이나 된다.

잠깐 <표>를 보자. 1대를 평균 30년으로 생각한다면 불과 1200년 전(前)의 일이다.

40대전 1,099,511,627,736(약 1200년 전)
30대전 1,073,741,824(약 900년 전)
20대전 1,048,576(약 600년 전)
?
5대전 16
4대전 8
3대전 4
2대전 2

이와 같이 한 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급속히 그 수가 증가하는데 이것을 ‘멱수의 마력’이라 한다. 가장 계산하기 쉬운 수 체계는 일, 십, 백, 천,… 이라는 식으로 한 단위가 10개씩 모아질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10진법이다. 10진법은 곱셈에서는 0만 붙이면 되므로 계산하기가 쉽다.

10을 중심으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10+10=20(덧셈)
(2) 10×10=100(곱셈)
(3) 1010=10000000000(멱수셈)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0을 두고 계산하는데도 덧셈, 곱셈, 지수셈 등의 계산법이 있으며 계산법에 따라서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연기의 입장에서 하는 계산법은 위의 3가지 계산법 중에서 마지막 멱수법이다.

가령 하나의 현상이 10개의 요인에 얽혀 나타나고, 또한 저마다의 요인에 대 해서 각각 10개의 요인이 있다면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그 연기의 요소를 두 단계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0×10×10×10×10×10×10×10×10×10=1010
1010=10,000,000,000

즉 100억의 요인이 있다.
< 법화경>의 ‘종지용출품’에서는 6만 항하사라는,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이나 많은 수라는 비유가 나온다. 이런 엄청난 수도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 게 한 몇대 전의 인연과 나를 중심에 두고 앞으로 전개될 인연의 수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한 삶을 탄생시키는데 얽힌 연기의 수가 어찌 10개 뿐인가! 나의 탄생은 바로 이렇게 엄청난 인연의 수에 의한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엄청난 무한을 알게 될 때, 세계를 어떻게 설명해 야 할 것인가, 또 세계의 모양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과 나의 관계가 무엇 인가를 따지게 된다.

불교철학은 한 대상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서 이런 엄청난 수를 등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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將心用心    항차 마음을 쓰면서 마음을 찾으니,
豈非大錯    이 어찌 커다란 패착이 아니런가?

 

不用求眞     진리를 구하려고 하지 말고,
唯須息見     오로지 견해만 쉬면 된다네.

     

 

見身無實是見佛 了心如幻是了佛   

견신무실시견불  요심여환시요불  

 

몸의 실상이 없음을 안다면 이는 부처를 본 것이오.

마음이 허깨비임을 알았다면 곧 부처를 이룬 것이다.

 

了得身心本性空  斯人與佛何殊別 

요득신심본성공  사인여불하수별  

 

이 육신과 마음의 본래 성품이 공함을 깨달았거늘

이 사람이 어찌 부처와 더불어 다를 바가 있으리오.

 

 一切衆生性淸淨  從本無生無可滅  

 일체중생성청정  종본무생무가멸 

 

일체 중생들의 본성은 맑고 깨끗해서

본래부터 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다네

     

 

 卽此身心是幻生 幻化之中無罪福   

즉차신심시환생 환화지중무죄복  

 

이 몸과 마음은 환으로 생겨난 것이니 

허깨비로 생긴 것은 죄도 복도 없다네

 

 

국수 먹는 저녁 / 허영둘

 

국수는 온순하다

국수는 온순하고 가지런해서 국수 먹는 저녁이 온순하고

빗소리를 듣는 귀가 가지런하다

푸르르 끓어올랐다 잦아드는 조팝꽃 향기가 테이블에 가지런하다

가락가락 흩어졌다 나란히 모여든 신발들

국숫가락 앞에 놓인 순하고 가지런한 눈썹들

눈썹처럼 돋는 웃음이 따뜻하고 면발 같은 말들이 졸깃해

목구멍이 뜨끈해 오는 저녁

너를 떠올리는 가슴이 장국처럼 따뜻하다

어디선가 툭 끊어진 이야기들이 통통하고 길다

 

후루룩후루룩 바람이 훌렁하고 문득 울리는 전화벨이 가지런하다

전화벨 너머의 어떤 죽음이 순하고 가지런하다

그가 벗어 놓고 간 말들이 담백하고 길다

둥근 그릇에 담긴 식구들이 서로를 휘휘 젓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이 뒤섞인

가지런히 온순하게 한 사발 국수로 풀어진다

순하게 빨아들이는 한 사리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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