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 [美貌]/강병균 교수

2016. 3. 6. 17:3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미모 [美貌]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미모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미모지상주의이다. 국민소득 폭증에 따라, 굶주림이나 굶어죽음은 더 이상 고통의 대상이 아니고 예쁘지 않은 게 고통이 되었다.

식량이 부족하던 필자의 어린 시절에 식량공급을 맡은 어른들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다. “뛰지마라. 배꺼진다." 주린 배가 차니 기분좋고 힘이 충만해 날뛰는 아이들에게 가난한 부모 조부모들이 하던 말이다. 그 당시는 마음껏 먹고 뚱뚱해진 사람들이 은근히 존경을 받았다. 부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은 못 먹어 삐쩍 마르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춘궁기 보릿고개에 굶어죽지나 않으면 다행인 시절이었다.   

지금은 이 말이 "많이 먹지 마라. 몸매 상한다." "햇볕에 나다니지 마라. 얼굴 탄다"로 바뀌었다. (여자들이 농촌으로 시집을 안 가는 비공식적인 이유 중 일위라고 한다.) 배가 나왔다고 지방흡입수술을 시켜 달라고 할까봐, 새카매져 미워졌다고 성형수술을 시켜 달라고 할까봐 걱정되는 가난한 부모가 젊은 딸에게 하는 말이다.

나라에 돈이 넘쳐나 성형병원으로까지 돈길이 나 돈이 도도하게 흘러간다. 세계최고의 성형국가가 되었다. 성형병원들이 모여 번화한 거리를 이룬 강남으로, 못생긴 중국여자들이 황사만 날아오던 황해상공을 돈을 싸들고 시도 때도 없이 떼를 지어 날아온다. “이 여자처럼 만들어 주세요.” 송혜교 전지현 사진을 품에서 꺼낸다.

여자들은 왜 화장을 할까? 거울이 없어도 화장을 할까?

교수회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자교수들끼리 논쟁이 벌어졌다.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필자가 과감히 추정을 했다. "젊은 여자가 화장을 하는 건 젊은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아줌마가 화장을 하는 것 다른 아줌마들 보기에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있던 중년의 교수부인이 "강 교수님 말이 맞어요" 하고 승인했다. 빙고!!! 기이하게도, 환망공상에 물들어 억측을 남발하는 필자도 가끔은 맞출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은 여자의 거울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좋으면 화장이 잘 된 거다. 그러므로 거울이 없으면 여자들은 화장을 덜 할 것이다. 특히 타인이라는 거울이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면 화장을 안 할 게 분명하다. 피부 상하지 말라고 로션이나 바르지 공들여 입체화장을 할 리는 만무(萬無)하다. 억무(億無)하고 조무 경무하다.

그러므로 화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아무리 목숨을 건듯 화장을 하더라도, 칸트 식으로 말하자면 정언명령은 아니고 가언명령이다.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정언명령(定言命令)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인해 가치가 생기는 가언명령(假言命令)이다. 화장은 미모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미모 역시 정언명령이 아니라 가언명령이다. 무인도에서는 송혜교 전지현이라도 미모에 신경을 안 쓸 거라는, 같은 이유에서이다. 설마하니 산과 강에게, 하늘과 땅에, 야자수에게, 수컷 사슴에게, 수컷 멧돼지에게 예쁘게 보이려 화장을 할까? 하지만 장동건이 그 무인도로 표류되어오는 순간 그 즉시 화장을 시작할 것이다.

미모의 목적은 무엇일까? 짝선태과 자존심이다. 재물과 자존심이다. 젊은 여자는 미모로 능력있고 재물있는 남자를 유혹하고, 늙은 여자는 미모로 다른 여자들을 상대로 자존심을 세운다. 각자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저 남잔 내거야. 감히 넘보지 마. 못생긴 게 남자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공들여 화장한 얼굴은 외친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너희들처럼 추레하게 늙진 않아!" 더구나 여자가 '나이들어 추하고 볼 품 없어 보이는 것'은, 스스로 다른 여자들에게 '잘 먹여주고 사랑해 주는 짝을 못 만났다‘고 선전하는 꼴이다.

불행은 남에게 발견당할 때 더 불행해진다. 참기 힘들어진다. 당신의 불행을 발견한 타인이 보내는 눈길은 위안이 아니라, 화살처럼 꽂히는 찌르는 듯한 고통이다. 불행은 화장으로 감추어야 한다. 미(美)는 종잇장처럼 얕고(skin deep), 추(醜)가 불러오는 불행은 심연처럼 가늠할 수 없이 깊다. 추함은 불행이고, 그 추함을 감추어야 함은 더 큰 불행이다. 첫 번째 불행은 자연적인 불행이고, 두 번째 불행은 인위적인 불행인 번뇌이다.

남자가 여자를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도 미모이고, 둘째도 미모이고, 셋째도 미모이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얻으려고 수천억 원을 지불한다면, 살아있는 미술품인 미인을 어찌 마다할 것인가? 부자들은 미술품을 사듯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산다.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늙은 부자들은 재산을 거의 다 들여 그리한다. 유산을 약속한다. 미술품을 사듯 혼전 계약서를 쓴다.

클림트의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증가하고 언제든지 되팔 수 있는 투자대상이지만, 미인은 소모품이다. 늙은 부자가 예상외로, 새로 얻은 젊은 부인이 늙어 미모를 잃어버릴 정도로 오래 살게 되면, 낡은 소모품을 버리고 (이때 미리 써둔 혼전계약서가 위력을 발휘한다) 더 젊고 아름다운 새 부인을 얻는다. 아니 산다고 해야 옳다.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늙은 스페인 왕 펠리페 2세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 그런데 이 여자는 자기 아들 카를로스의 연인이다. 당 현종 이융기는 자기 아들 이모의 부인인 35세 연하의 천하절색 양귀비(양옥환)를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남자가 늙으면 돈이나 권력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 생긴 연유를 깨닫게 된다. 늙어 이 둘이 모두 없으면 미인은 고사(姑捨)하고 효도받기도 힘들다. 무료로 이용하는 전철의 양로석은 노인격리석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젊은이들이 그 근처에도 오지 않는 걸 보면 필시 맞을 게다. 젊은이들이 거기에 얼씬거리지도 않는 이유는, 행여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길세라 경계해서가 아니다. 사실은, 노인을 공경해서가 아니라, 노인 냄새가 즉 사향(死香 죽음의 냄새)이 싫어서이다. 젊음의 눈에는, 즐거움이 넘치는 현대 세상에서 수많은 즐거움을 눈앞에 두고도 즐길 수 없는, 힘없고 가난한 늙음은 저주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추한 늙음은 가장 지독한 저주이다.

미모는 특히 화장품으로 연출한 미모는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므로, 그 미모를 인정받을 때 행복해진다. 더 인정받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남자는 재물로 여자에게 미모의 가격을 치르고, 여자는 그 가격이 높을수록 만족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쳐 받은 여자를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그 여자가 가진 것은 미모뿐이었고 왕자가 가진 것은 부와 권력뿐이었다. 둘은 서로 상대방에게 '미모와 부' 이 두 가지 이외에는 묻지 않는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그리한다.)
미모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체적인 미모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무상품(無常品)이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자칫하면 반감을 살 수 있는, 거래를 숨기려는 미화된 이야기일 뿐이다. (왕자가 잘 생겼다는 건 찰스 왕자를 보면 금방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하면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가 된다. 대중문화에는 거짓이 없다.) 단 한 명의 왕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남자들에게는 아주 기분 나쁜 이야기이다.

(남자들이 실제로는 이 이야기에 별 반응을 안 보이는 건 '그렇게 예쁜 여자가 자기차지가 될 리는 없다'고 미리 포기해서 그러하며, '그 여자를 거기가 거기인 다른 놈이 차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왕자가 차지하는 게 덜 억울하다'는 묘한 심리에 기인한다. 돈만 주면 갈 수 있는, 심지어 중들도 신부들도 가는, 일회용 소모품인 천하미인들이 대기중인 호화룸살롱에도 못가는 주제의 평범한 남자들로서는 원천적으로 샘을 느낄 수 없다. 집단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정신적으로 거세를 당했기 때문이다. 샘도 사정거리가 있다. 그 안에 들어와야 비로소 샘을 느낀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여자들에게는 '다른 게 없어도 미모만 있으면 된다'는 한탕주의 또는 일확천금주의의 전형이며, 여자들의 존재가치를 화장으로 보는 모욕이다. (만화영화로 판단하자면 신데렐라는 분명 미인이다.) 육체적 미모를 초개(草芥 풀과 티끌)와 같이 보는 깨인 여자들에 대한, 특히 피부는 얕지만 마음은 깊다면서 정신적 미모를 추구하는 현모양처들에 대한, 전문직 여성들에 대한, 인간의 정신을 정화하여 인류의 구원을 추구하는 신앙심 깊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다. 지독한 모욕이다.

미모가 중요한 건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모계사회인 중국 오지의 소수민족 묘족(苗族) 여자들이나,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를 시행하는 히말라야 산간벽지의 서장족(西藏族) 여자들이나, 16세기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나, 중국 유일의 여황제(女皇帝) 측천무후(624~705)의 눈에 들려면 남자도 젊고 미모를 갖추어야 한다. 측천무후는 70대에도 20대 처녀 같은 피부를 유지했으며 50년 연하의 애인을 여럿 두었다. 일설에 의하면, 믿기 어렵지만 그래서 믿지 않지만, 남첩(男妾)을 3천명이나 두었다고 한다.  

육체적 미모가 귀하게 대접받는 이유는, 누구든지 노력하면 정신적 미모는 만들 수 있지만 육체적 미모는 만들 수 없는 타고나는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성형수술이 발달해서 35억 년 만에 처음으로 육체적 미모까지 만들 수 있고, 그 미모로 기형 등 타고난 열등감을 극복하고 행복을 얻을 수 있으니 진정 미모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행복이 목적이고 미모가 수단이라면 다른 수도 있다. 불법을 닦으면 된다. 불법을 닦아 생기는 정신적인 미모는 육체적인 미모와 달리 세월이 가도 전혀 마모되지 않는 영구제품이다. 항상 행복을 선사하는 극상품(極常品)이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삶이 힘들 때 이렇게 해보세요

삶이 힘겨울 때
새벽시장에 한번 가보십시요.
밤이 낮인 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상인들을 보면
힘이 절로 생깁니다.
그래도 힘이 나질 않을 땐 뜨끈한 우동 한 그릇 드셔보십시요.
국물 맛 죽입니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
산에 한번 올라가 보십시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세상 백만장자 부럽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빌딩도 내 발아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큰소리로 외쳐 보십시요.
난 큰손이 될 것이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땐 실실 쪼개 십시요.

 
죽고 싶을 때
병원에 한번 가보십시요.
죽으려 했던 내 자신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난 버리려 했던 목숨 그들은 처절하게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흔히들 파리목숨이라고들 하지만 쇠심줄 보다 질긴 게
사람목숨입니다.

 
내 인생이 갑갑할 때
버스여행 한번 떠나 보십시요.
몇 백원으로 떠난 여행 (요즘은 얼만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무수히 많은 풍경을
볼 수 있고 많은 것들을 보면서 활짝 펼쳐질
내 인생을 그려 보십시요.
비록 지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갑갑하여도 분명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은 탄탄대로 아스팔트일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을 땐 따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엎드려
잼난 만화책을 보며 김치부침개를 드셔 보십시요.
세상을 다가진 듯 행복할 것입니다.
파랑새가 가까이에서 노래를 불러도 그새가 파랑새인지
까마귀인지 모르면 아무소용 없습니다.
분명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속 썩일 때

이렇게 말 해 보십시요.
그래 내가 전생에 너한테 빚을 많이 졌나보다.
맘껏 나에게 풀어 그리고 지금부턴 좋은 연만 쌓아가자
그래야 담 생애도 좋은 연인으로 다시 만나지

남자든 여자는 뻑 넘어갈 것입니다.

하루를 마감할 때 밤하늘을 올려다 보십시요.
그리고 하루동안의 일을 하나씩 떠올려 보십시요.
아침에 지각해서 허둥거렸던 일 간신히 앉은자리
어쩔 수 없이 양보하면서 살짝 했던 욕들
하는 일마다 꼬여 눈물 쏟을 뻔한 일

넓은 밤하늘에 다 날려버리고 활기찬 내일을 준비 하십시요.
아참 운 좋으면 별똥별을 보며 소원도 빌 수 있습니다.
문득 자신의 나이가 넘 많다고 느껴질 때
100부터 거꾸로 세어 보십시요.
지금 당신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