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틱낫한 스님

2016. 7. 23. 18: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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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만난 솔나리 아씨
뵈온지가 어언 십 여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안개 속에서 함초롬하시다

솔나리 / Lilium cernum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잎이 솔잎을 닮아 솔잎나리라고도 하며

1000M 이상의 높은 산에 산다 / 섬진강 / 김인호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이 몸은 내가 아닙니다.

나는 이 몸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나는 경계 없는 생명입니다.

나는 태어나지 않았고 죽지도 않습니다.

 

저기 보이는 바다와별들로 가득 차 있는 하늘이

나의 경이로운 참마음을 나타냅니다.

비롯됨이 없는 시간 이래로

나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웠습니다.

태어남과 죽음은 단지 우리가 통과하는 문들,

우리 여정의 비밀한 문턱들일 뿐입니다.

 

태어남과 죽음은 한바탕 숨바꼭질 놀이입니다.

그러니 나와 더불어 웃으며내 손을 잡고

함께 안녕이라고

안녕, 다시 만나자고 말합시다.

 

오늘 우리는 만납니다.

내일 우리는 만날 것입니다.

매순간 근원에서 우리는 만납니다.

온갖 삶의 모양들로 우리는 서로 만납니다.

 

- 틱낫한 스님의 신간 <틱낫한 기도의 힘> 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 서정윤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다.
가장 절망적일 때 떠오른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 곁에 있는데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다.

그대도 세월을 살아가는 한 방황자인걸
내 슬픔 속에서 알았다.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그대를 무지개로 그려 두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떠나갈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로 인한 그대 고통들이 아프다.
더 이상 깨어질 아무것도 없을 때, 나는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


내생애 단 한번만 / 조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