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거목 거석 |…… 강병균 교수

2016. 10. 9. 18:1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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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거목 거석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큰나무를 베거나 큰돌을 부수면 
나무와 돌이 붉은 피를 흘리며 복수를 한다 <한암대원>



두려운 요정과의 만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드시 숲과 평야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요정은 자신이 사는 나무를 베려는 벌목꾼, 언덕을 파헤치려는 농민이나 광부 그리고 꽃을 베어가려는 소녀에게 ‘경고’를 발하고‘ 경고가 무시되면 복수를 한다. 하지만 요정들은 몇 번이나 패배를 거듭해야 했다. 중세의 농업기술 혁신에 따른 대(大)개간은 숲길을 열고 숲에 빈터를 만들었으며, 빈터는 넓어져 마침내 한복판에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이 들어섰다. 기독교의 ’이교(異敎)제패‘이다. <분열병과 인류: 나카이 히사오>


우리나라 근대에 자연환경훼손 주범은 도로건설로 인한 암석파괴였다. 벌목(伐木)도 있었다. 예전농촌마을에서는 큰돌(巨石)과 큰나무(巨木)를 섬겼다. 마을나무나 당목(堂木)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으며 거기 소원을 빌었다. 이런 나무와 거석이 일제강점기의 신작로건설·터널공사와 산업화시절의 고속도로건설·새마을운동 등으로 파괴된 것이다. 나카이 히사오가 말하는 ‘문명과 자연 사이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대(大)선지식 대원스님의, 피를 흘리며 복수하는 나무와 돌로 나타난다. 이런 애니미즘적인 사고는 일종의 문화적인 화석의 역할을 한다. 생물체의 화석은 자연에 즉 땅 밑 깊숙이 남아있고, 정신체의 화석은 인간에게 즉 마음 깊숙이 남아있다.


문명과 자연 사이의 충돌이 표현된 전설을 상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전설은 퇴행적 환망공상으로 변질된다. 각 시대, 환경, 종교, 민족, 국가에는 각각 독특한 환망공상이 존재한다. 비극은, 환망공상의 주체가 자신이 환망공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며, 설사 알더라도 자기가 왜 그런 환망공상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개체의 사고가 사실은 집단의 사고의 일부분인 경우가 생각 외로 흔하기 때문이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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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절규 낙엽이 지려나 봅니다 해마다 인생의 언저리를 맴돌며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날마다 익고 또 떨어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생의 껍질 한 해 두 해 십년 이십년 같더니 생의 한 폭이 찢기며 사각사각 소리로 쌓입니다 난 외로움에 지쳐 가을의 가슴패기에 볼을 붙이며 내 생을 벗기며 살아야 하는 이치를 모두 알아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