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살을 막는 방패 /잡아함경

2016. 10. 22. 19: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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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화살을 막는 방패 / 법상 스님

어리석은 범부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게 되면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겠는가?

범부들은 자기의 감정에 포로가 되어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갖더라도
그것의 포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은
두 번째의 화살을 맞는다고 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두 번째의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잡아함경]


이를테면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여 욕을 하고 시비를 걸어 올 때
그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휘둘리고 괴로워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욕을 들음으로써 괴롭고,
연이어 그 괴로운 감정에 포로가 되어
오랫동안 그 욕 한마디에 집착하므로 또 한 번 괴롭다.

그러면서 온갖 화를 일으키고, 복수를 생각하거나,
똑같이 되갚아주려는 성냄을 일으킴으로써
몇 번이고 괴로운 화살을 연거푸 맞는다.
이것은 두 번째 화살 뿐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연이어 맞는 격이다.

첫 번째 화살은 인연 따라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두 번째 화살부터는 내가 그 현실에 대한
좋고 나쁘다는 판단 분별을 일으키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즉 두 번째 화살부터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니,
무엇 때문에 내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
스스로 만든 고통에 빠져 괴로워해야 하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가고 형편상 갚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지만,
그로인해 그를 원망하고, 욕하면서 몇 날 몇 일을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연거푸 맞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갔더라도
그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이미 마음이 떠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애써 증오하거나, 복수하려 하거나, 잊지 못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 화살부터는 그 작자가 나다.
전혀 만들어 낼 필요가 없는 것을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것 뿐이다.
내 생각, 내 분별, 내 판단이 연이은 수많은 고통을 가져왔다.
생각을 잘 관찰하고, 분별과 판단작용을 잘 관하면
두 번째 이후의 화살들을 맞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생각과 분별은 첫 번째 화살에 이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만들어 내는 창조자이니
생각과 분별을 관하고 비우라.
지켜봄과 관 수행이야말로
빗발치는 화살을 막는 유일한 방패가 될 수 있다.


When A Man Loves A Woman - Percy Sledge

 

1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2

우리가 혐오하고 떠나 버려야 한다고 여기는

번뇌 無明의 성품이 곧

우리가 찾고자 하는 부처의 성품이며.
헛 것이고 환상이어서 허망하다고 생각한

이 내 몸이 바로 法身이로다

 

- 육조사에서

 


 

로버트 부라우닝 Be Together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잘 익은 상처에서는 꽃 향기가 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당신이 손을 잡아 준 그 순간, 어쩐지 켜켜이 구부정한 주름틈에도 배꽃 향내 흥건하다. 마주보는것이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든 농익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대로의 축복이요, 기적인 까닭에. 곰삭은 세월속에 비밀스레 발효한 우리네 마음결은 어느새 생의 너덜한 끄트머리를 능숙하게 기워줄지 모를일. 또 혹간 그러지 못한들 어떠하랴. 우리생에 낡고 누추한 실밥 한 가닥, 그저 쓱싹 비벼 어느결에 찔러 넣어 줄, 난삽한 그대로 반겨줄 누군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그것은 언제나 어느순간에도 수고롭지 아니할 것이다. 하여 내인생 최고의 순간, 내인생 최고의 마침표 아니 말 줄임표를 당신과 내가 이렇듯 사이좋게 나눠 찍을 수 있다면 그때 주저 없이 덮어도 좋으리라. 나비의 그것을 닮은 이 행복한 마지막 장을. 그러니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