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걱정할 것 없어요! / 릴라 임순희님

2017. 1. 8. 12:3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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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걱정할 것 없어요! / 릴라 임순희님

삶은 괴롭고 우리의 존재는 불안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삶과 존재를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삶은 괴로움도 아니고, 존재는 불안하지도 않습니다.

삶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고, 현재도 흐르고 있다고 여깁니다.

삶은 시간 따라 흐르고 시간 따라 펼쳐진다고 여깁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세계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내면으로 드러나는 세계 또한

넓이도 깊이도 모른 채 드넓게 펼쳐져 있다고 여깁니다.

우리들 각각은 밖으로 무한히 펼쳐진 세계, 그리고 내면적으로 넓이와 깊이를

모를 세계의 어디쯤에 존재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삶은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우리가 인지하는 만큼만 존재합니다.

우리가 헤아린 만큼만 있고,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이해한 정도만 있을 뿐입니다. 내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 넓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넓이로 삶이 펼쳐져서

우리의 공간 따라 무언가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라 여기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인식한 정도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식 너머에 무언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그 묻는 말과 생각이 있을 뿐이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이 자체 너머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이 세계는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으로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라는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가 경험하는 것만이 세상이고, 삶이며, 나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고 존재했다고 여겼던 세계와는

사뭇 다릅니다. 아직도 여전히 지금 경험되고 인지되는 세계 너머에 무엇이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그저 지금 분별되어 일어난 생각에 사로잡혀 집착한 것일 뿐입니다.

세상은 지금 세계 너머에 남김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만큼만 있고, 또는 모르는 세계가 저 너머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있습니다.

삶은 생각보다 훨씬 단조롭습니다. 삶은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그 무엇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바로 지금 우리 앞에 이 경험의 장에서 펼쳐질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세상의 모습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삶의 모습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 아는 세상입니다.

이 삶의 장 안에 항상 우리 자신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바로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세계, 우주 전체에서 따로 떨어진 나는 경험될 수 없습니다.

가만히 보면 나라는 것도 이 경험의 장에 한판으로 펼쳐진 현상입니다.

나는 항상 나 아닌 것과 함께 드러납니다. 지금 바로 눈앞에 펼쳐진 이 경험의 장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러니 나는 현상과 독립된 나가 아니라,

이 모든 것과 함께 있어야 하는 조건적인 나입니다. 내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했던 나는 가변적인 것이고, 항상 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상이 드러날 때 하나의 분별된 현상으로 드러난 텅 빈 그림자입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다고 여길 때 생겨나는 감정이므로

우리가 모르는 삶이 아니라면 삶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나라는 존재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연이기에 존재의 불안을 느낄 이유도 없습니다.

잘못 알고 있던 것에서 벗어난다면 존재의 불안은 본래 없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세상, 삶, 나가 지금 이렇게 인식의 장 안에서 조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실체가 없습니다.

두려울 이유도 없고 불안해할 이유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 모든 알려진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통찰한다면 우리는

두려움, 불안, 걱정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알려진 한판의 세상은 바로 지금 이렇게 펼쳐지고 이렇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공간, 삶과 존재 등 우주 전체가 바로 지금 일어난 한 생각과 소리와 맛과

감각과 느낌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이 깨어있는 마음에서 그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언제나 떠난 적이 없고, 잃어버릴 수도 없는 바로 이 성품에서 삶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라는 허울뿐인 존재도 바로 지금 순식간에 일어난 한 생각입니다.

이 세계의 본질은 바로 한 생각의 당처, 온갖 감각의 당처, 느낌의 당처에서

시작되고 소멸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한 마디 말에, 혹은 크고 작은

소리에서 모든 것의 본고향을 돌이킬 수 있다면 삶은 고통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아닌 것이 이렇게 눈앞에서 온갖 삶의 모습,

존재의 모습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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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와 나 / 원영애


너는 나이를 먹을 때
고운 옷으로
단장하고
나는 나이 먹는 것 서러워
주름진 나이테에
분을 바른다


너는 성숙 해 질 때
비우는 마음으로
옷을 벗는데
나는 외로움을 채우려
한 잎 두 잎 마음 갈피에
너를 재운다


너는 홀로 서서 한평생
나는 기다림에 하루해
마주 보며
비우고 채우는 마음
너를 보고도 닮지 못하는
부끄러운 속내만 어루만진다.

최유나 카페음악 3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