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고 기와가 깨진다

2017. 3. 19. 11: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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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녹고 기와가 깨진다


창밖으로 봄의 기운이 완연합니다.

곳곳에 심어진 매화나무에서 연분홍 혹은 하얀 매화가 피어있습니다.

몸에 와 닿는 바람도 윙윙 감싸 안는 겨울바람이 아니라

귓가에 소곤대듯 부드럽습니다. 꽃의 계절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옛 선사들의 말씀 중에 얼음이 녹고 기와가 깨진다((氷消瓦解)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사계절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꼭 봄의 기운에 어울리는 말입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얼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분별심들이 기와가 깨지듯 부서져 자취를 감춥니다.

선사들은 얼음과 기와를 우리들이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 분별심에 비유했습니다.

깨달음을 분별심의 얼음이 녹고 분별심의 딱딱한 기와가 부서지는 것에 빗댄 것입니다.

마음은 물처럼 유연하고 고정된 모양이 없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오랜 세월 동안 분별망상이 쌓이고

고질적인 습관이 되어서 마음이 딱딱하게 얼어버린 것입니다.

깨달음에 대한 체험은 이 빙소와해, 즉 얼음에 균열이 생기고,

기와가 틈을 보이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혹은 딱딱하게 갇혀 있던 분별의 감옥이 부지불식간에 힘을 잃어서

잠시 동안 혹은 한동안 나는 없고 각각의 것이 분리 없는 하나로 자각되는 경험입니다.

이 체험은 한결같지 않습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여전히 내가 있고 여러 가지가 분별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계기로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이 공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스스로 공부길에 들어가게 됩니다.

공부길이라고는 하나 달리 무언가를 얻거나 찾는 공부가 아닙니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들어갈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몸에 배어 온 분별심의 얼음이 부서지고, 기와가 와장창 깨지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무언가를 하는 쪽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꼭 해야 일이 성취될 것 같은 분별의 습성이 조복되는 길입니다.

사실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것은 쉬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도 없이 있는 그대로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은 무척 어렵고 서툽니다.

또한 진실로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흐르는 대로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이 안락하고 즐거운 삶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이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위도식으로 보이는 삶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활발하고, 가볍고 생기 넘치며, 어둠이 없습니다.

마음을 텅 비운 채 인연에 맡기어 살아가는 삶만큼 즐거운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삶으로의 전환이 바로 체험 이후의 공부입니다.

마음에 추구하는 것도 없고 지키는 것도 없고 세워놓은 것도 없이

텅 비워지는 공부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분별의 얼음이 흔적 없이 녹고,

기와가 와장창 깨져 자취를 감추는 길입니다.

안팎으로 자취 없이 텅 비워지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분별심은 끝까지 여러 가지 변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선한 혹은 긍정적인 혹은 올바른 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텅 비워지는 것을 방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유혹과 흔들림을 경험할 때마다

스스로의 분별을 돌아보고 깨어나야 합니다.

법이라는 것이 삶의 기준 혹은 삶의 방편, 혹은 삶의 방향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공부를 하는 나와 법이라는 것이 모두

분별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모든 것에서 해탈하는 일입니다.

모든 것이 자취 없이 소멸하여 아무런 기준도 없고 담아둘 것도 없고 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진실만 오롯합니다.

그저 이것에 맡기어 살아가는 것이 예전에는 불가능할 것 같고 의심스러웠는데,

이처럼 행복한 삶이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소소한 것, 무언가 알겠다는 것, 의지하는 바, 삶의 견고한 기준들이

얼음이 녹고 기와가 깨지듯 몽땅 놓아버리는 길만이 참된 구원의 길입니다.

참된 본성은 우리에게 먼지 티끌만한 노력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을 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지만 허망한 분별을 견고하게 잡고 있다면

스스로 구속받고, 모든 것이 하나의 일이라는 것에 밝아

어느 것도 지키지 않는다면 진정한 평화가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할 뿐입니다.


- 릴라님

조용히 듣는 가요
 
 

01-애증의 강                  
02-가시나무                   
03-거리에서                   
04-그 겨울의 찻집          
05-기차와 소나무           
06-길가에 앉아서           
07-나 같은건 없는건가요
     08-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09-나는 못난이            
10-나는 홀로 있어도      

11-난 바람 넌 눈물        
12-난 아직 모르잖아요  
13-날 개                      
14-내 사랑 내곁에         
15-내가 만일                
16-내고향 충청도         
17-내마음의 보석상자   
18-내이름은 구름이여   
19-너를 사랑해            
20-너를사랑하고도       

21-너에게 난 나에게 넌
22-눈동자                   
23-눈이 큰아이            
24-달맞이꽃                
                  25-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사람
26-동 행                      
27-라구요                    
28-마법의 성                
29-모닥불                    
30-모두가 사랑이예요    

31-목장길 따라            
32-목화밭                    
33-문밖에 있는 그대      
34-바위섬                    
35-밤 배                       
36-별이 진다네              
37-별이여 사랑이여       
38-비오는 거리              
39-비의 나그네               
40-빗속을 둘이서            

41-빗속의 여인              
42-빗줄기의 리듬           
43-빛과 그림자              
44-사랑으로                  
45-사랑을 위하여            
46-사랑을 잃어버린 나     
47-사랑의 썰물               
48-사랑의 진실               
49-사랑하기 때문에         
50-사랑하는 마음            

51-사랑했어요                
52-사랑했지만                
53-살다보면                    
54-살다보면                    
55-상아의 노래                
56-송학사                        
57-순애보                        
58-슬픈 인연                   
59-시인의 마을                
                  60-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살았다는데

61-암 연                          
62-애 모                          
63-애 심                          
64-야화                           
65-약 속                          
66-어린 시절                    
67-언덕에 올라                
68-여 인                          
69-오늘 같은 밤이면         
70-오래전 그날                 

71-오랜 이별뒤에             
72-이등병의 편지             
73-이름모를 소녀             
74-이미 슬픈 사랑            
75-이젠 사랑할수 있어요   
76-저 별과 달을                
77-정녕 그대를                 
78-존재의 이유                 
79-즐거운 일요일              
80-지난날                         

81-직녀에게                      
82-천상재회                      
83-촛 불                           
84-타박네                         
85-터질꺼예요                   
86-토요일 밤                     
87-파 도                          
88-편 지                           
89-하나의 사랑                  
90-하얀 나비                     

91-하얀 면사포                  
92-하얀 목련                     
93-해 후                           
94-해변으로 가요              
95-행복한 사람                 
96-홀로가는 길                 
97-화가 났을까                 
98-후회없는 사랑              
99-TO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