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 / 대우거사님

2018. 5. 12. 23:0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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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너무 당연한 사실조차 삐딱하게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을 보면 역정이 납니다.


    [답]누구도 사실대로 봐야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소.

그럼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사실대로 보고 있는가?”하고 자문해 보시오.

많은 사람들이 대개 그렇다고 대답할 거요,

지금 질문자처럼. 만약 모든 사람들이 사실대로 본다

이 세상에 갈등과 대립은 있을 수 없소.

사실은 하나일 테니 모든 사람이 보는 바가 일정할 것이고,

그럼 거기에 의견 충돌이나 그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과 대립

애초에 싹도 틀 여지가 없을 거요.

그런데 과연 그렇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여러분이 보는 것은 사실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제가 보고 싶은 대로 그려놓고 보는 거요.

그러면서도 그걸 못 알아차리고 있소. 그러면서 자기가 본 바만이

실이라고, 자기가 본 것과 다르게 보는 사람은 틀렸다고

팔을 걷어붙이니 갈등이 생기고 분란이 일어나는 거요.

누구나 사실대로 봐야한다는 말에는 당연히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소견, 내 주장, 내 처지를 앞세운다면,

그리고 심지어 그러한 것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애당초 사실대로 볼 가능성조차 없는 거요.

 ‘나’라는 왜곡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이오.

이런 얘기는 불법(佛法)을 몰라도 조금만 지혜가 열린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차리고 스스로 삼가고 조심하면서 지내기도 하오.

하지만 지금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더 나아가,

 ‘사실대로 본다’고 할 때, 그 ‘본다’라는 말을 좀 더 깊고 진지하게

참구해야 하오.

수행하는 사람이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 ‘본다’는 일이오.

‘내’가 관찰의 주체가 되어 ‘내’ 바깥에 있는 바깥 경계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고, 그 능소(能所) 사이에서 알음알이를 굴리면

속류(俗流) 소리를 면할 길이 없다고 했소.

온 삼라만상은 스스로 성품이 없어서 모두가 참된 하나를 여의지 않소.

따라서 거기엔 보는 자나 보는 바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거요.

그렇게 보는 자도 보는 바도 없이 보는 것, 그게 참된 관찰이요,

그게 관찰의 진실이오. · ·
맑은 거울이 그저 사물을 비추어내듯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소리요 지금.

 

- 현정선원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