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집단의식이다

   

인간은 집단의식이다

인간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한다.

의식을 가졌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이나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그 판단 주체의 의도나 경향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에 대한 이 정의를 따른다면, 의식은 단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이고, 단세포 생물이나 박테리아 그리고 생명이 없다고 여기는

인공지능과 로봇까지 의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인공지능은 그 판단 주체가

온전히 독립적이지 않지만, 이것은 시간이 곧 해결할 것이다.

의식의 진화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 의식의 정점은 사고(思考)이다.

전통적으론 이 사고가 가능해야 의식을 가졌다고 판단한다. 그럼 사고란 무엇인가?

사고란 <입력되거나 시스템 자체가 생산한 이미지의 논리적 전개(展開)>이다.

사유(思惟)한다는 것 즉, 생각(生覺)한다는 것은 연속되는 이미지의 배열이다.

생각한다는 것 여기서 이미지는 오감(눈, 구, 코, 혀, 피부)의 모든 형태와 언어적,

추상적 형태까지 포함한다. 이미지가 단편적이고 간헐적인 땐 흔히 느낌, 연상 등의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 성격을 띠면 생각과 사유, 추리 등의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속되는 이미지의 배열이란 점에선 동일하다. 생각(生覺),

사고(思考)는 이미지의 ‘배열게임’이다. 생각, 사고는 결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 배열게임, 즉 생각 사유의 기본 단위는 단일(單一) <이미지>이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스티븐 세부쉬(Steven Sevush)는 ‘의식의 단일-뉴런 이론:

single-neuron theory of consciousness’을 제창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 의식은 뇌세포와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각각의 단일-뉴런과

협력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인간이 뇌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인간은 습관적으로 인간 개체 하나가 의식 주체 하나를 가진다고 여겨왔다.

‘단일-뉴런 이론’은 이것을 뒤집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인간 의식은 수 조개의 개별

의식의 ‘집합’이다.

‘집단의식’은 고대와 동양문화권에선 낯선 개념이 아니다.

많은 생각의 덩어리들이 한 인간을 지배한다. 이 생각의 덩어리들은 유사한 것끼리

연합을 하고, 이질적인 것들도 쉽게 한 인간 개체에 자리잡는다.

모든 인간은 이 생각의 덩어리들의 무질서의 연합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생각의 흐름이 수시로 바뀌고, 감정은 하늘과 땅을 오간다.

어제 주도권을 쥐었던 생각의 무리가 내일은 저 변방으로 밀려난다.

어느 한 생각의 집단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인간의 의식이다.

심히 불행한 경우는 이런 분열이 정신병리현상으로까지 전개될 때이다.

선(禪)불교의 한 일화에선, 어느 점(點 point)에 점심(占心 to place the mind)할 것

인지를 묻고 있다. 어느 것이 자신의 마음이라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사려있는 사람은 ‘그런 자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금방 알아차린다.

생각은 있으나 생각의 주인은 없다. 한 인간의 의식이란 헤아리기 힘든 동등한

개체들의 연합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구조적으로 볼 때도 정치적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손가락이, 발가락이, 머리카락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는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그 말단의 신체 기관들이 논리적 사고는 하지 못할지라도, 그 나름의

느낌과 판단과 반응을 하며, 그 정보를 개별적으로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 몸에 대한 강력한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인간은 의식과육신체의 연합체가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가 의식을 가진 생명체이다.

인간 의식은 생체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인간은 의식과 생체라는 ‘온전한

통합체’의 ‘연합 집단’이다.

마음과 몸이라는 구분이 아닌, <생체-의식>이라는 통합된 개념 속에서 인간을

새롭게 고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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