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전부 마음의 나툼 아님이 없는데 마음의 티끌을 제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 답변 > 무슨 말을 듣고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생각을 말아냈으니 그것이 티끌이오. 티끌이라 함은 우리 마음을 현혹하는 모든 객관 경계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 긍정적인 방향이건 부정적인 방향이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전부 티끌이오. 경계를 대했을 때 일어나는 생각의 모양을 말하는 거요. 쉽게 말해서 그렇게 머리를 굴려 말아낸 모든 생각, 정식(情識)은 전부 티끌이오. 경전을 읽었건, 어디서 들었건 그 읽고 들은 바를 잘 조합해서 말아낸, 그것이 아무리 대단하고 오묘한 것일지라도, 심지어 당장 내게 부처지혜를 가져다 줄 것일지라도 그게 전부 마음의 때(垢)요.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을 ‘들 여우’라고 까지 얘기하는 거요.
절대로 허공에 말뚝 박지 마시오. 알았건 몰랐건 그건 여러분과 전혀 상관없는 거요. 아무리 이렇게 얘기를 해도 “그래도 그렇지만~” 하면서 보고 듣는 대로 ‘알아버리니’ 그런 질문도 나오는 거요. 마음의 티끌을 제하라고 하면 틀린 것이고 제하지 말라고 하면 옳은 거요? 맞고 틀리고, 알고 모르고 하는 것은 여러분의 본래 마음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투철하게 깨달아야 하오.
뭔가 알아들은 바가 있어서 그로부터 말아낸 모든 생각은 그 내용을 들어볼 필요도 없이 전부 망상이오. 마음뿐이라는 소리는 마음 바깥에 한 법도 없이 몽땅 하나라는 뜻이오. 그렇다면 뭔가를 깨달았다는 얘기는 여기 있는 ‘내’가 마음 바깥에서 뭔가를 봤다 소리지 않소? · · · · · · 그러니 ‘나는 깨달았다’며 다니는 사람은 마음뿐인 도리(唯心), 부처님이 설파하신 가장 중요한 말씀조차 아직 무슨 소린지 모르는 사람이오. 그저 그 마음이 보고 듣는 가운데 맑은 거울이 모든 것을 무심히 다 비추어내듯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훌륭한 공부이니, 헛되이 계속 알음알이(意識)를 굴리면서 두리번거리고 헐떡이는 일은 없어야 하오.
- 대우거사님 |